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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신임 김선희 관장

김달진

지난 9월 24일 개관한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은 생존작가의 이름으로 개관된 공립미술관으로 무안오승우미술관을 제외하고는 매우 드문 경우다. 초대관장으로는 김선희 전 대구미술관장이 임명되었다. 쿠사마 야오이의 국내 대형전시 등을 어려운 조건 속에서 성사시켜 주목 받았던 실전에 강한 인물이다. 이번 임기는 앞으로 2년, 신생 미술관의 기틀을 다지게 될 그를 만났다.




Q. 김창열미술관이 양평, 경주에서 추진 중이었는데 제주에서 설립된 경과가 궁금하다.

사실 저는 설립 경과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저도 같은 질문을 김창열선생님께 드린 적이 있는데, 그에 대한 답변을 요약하자면, 처음 양평에서 미술관이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선생님 스스로가 아직 자신의 미술관에 대한 생각도 적었고 무엇보다 자신이 없었다고 하셨고, 그 후 경주에서는 좀 더 필요성을 느꼈지만 비슷한 시기에 제주에서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마음이 제주도로 많이 기울었다고 하셨습니다. 어디가 좋고 나빠서가 아니라 역시 제주도에 인연이 있었던 것 같고, 과거 젊은 시절에 짧게나마 거주한 적도 있었고 훨씬 고향 같은 마음이 들어서 자신감을 가졌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선생님께는 결국 제주도에 인연이 있는 곳이었지요.


Q. 이전 대구미술관장에 비해 직급이 낮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초대관장으로 각오가 남다를 듯 하다. 임기 동안 어떤 계획이 있는가?

 과거에 일했던 직급이 낮아지고 월급도 꽤 적어지고, 미술관으로서도 작은 인력과 예산으로 운영되는 조건이지만 저는 그런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저로서는 그동안 많은 에너지를 쏟으며 바쁘게 살아왔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미술관에서 제 자신을 새롭게 충전할 기회도 갖고  일종의 뮤지엄 프랙티스라고 해야할지 모르지만 작은 미술관을 과제로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임기 중 계획은 우선 김창열미술관이라는 이름의 미술관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김창열미술에 대한 연구 조사도 하고 소장품도 보완하는 일을 하겠습니다. 더불어 전시는 김창렬 상설전과 다양한 기획전으로 구성할 계획이고, 기획전은 김창열작가의 예술세계와 연결시켜 흥미로운 전시를 기획할 것 입니다. 또한 아기자기한 아카데미 프로그램과 관람객과 미술인들이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 중입니다. 시설은 작지만 아름답고 친근한 미술관으로 감동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Q. 미술관의 직제와 예산은?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에 속해있는 문화정책과의 김창렬미술관계에 속해있는 미술관으로 관장을 포함한 정식직원은 4명이고, 그 중 학예연구사는 1명입니다. 예산은 지금 내년예산을 작성하고 요청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현재의 여건에서 현실적으로 안타깝고 심각한 문제는 학예연구사가 1명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제가 관장이지만 학예사 일을 겸할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이 불평이라기보다는 신규미술관이라 일이 너무나 많아요. 당연히 저를 포함한 전 직원들이 밤 늦게까지 열심히 일을 하고있지만 그러한 환경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은 김창열미술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특히 대부분의 지방 미술관의 당면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런 문제는 급성장하고있지만 아직도 후진국적인 우리나라의 미술관문화이기때문에 중앙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표준안도 만들고 지원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환경이 개선되면 작은 규모의 미술관들도 얼마든지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충분히 거둘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Q. 제주도의 특색은 무엇이라 생각하며, 도립미술관으로서 그 특색을 어떻게 담아낼 계획인가? 

아직 제가 충분히 제주를 알지 못하지만 짧은 경험으로 봐도 제주도는 본연의 독특한 문화를 지닌 곳으로, 이곳 사람들의 삶과 정신이 이곳의 자연환경과 깊게 밀착되어있다고 생각됩니다. 자연적인 지형과 여건에 따라 삶의 공간이나 관습이 발전하였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가령 흔한 화산석인 현무암과 송이석, 그 돌들이 집을 짓는데도 활용되고 바람을 막기 위한 밭담에도 활용되고 공예품들에까지 널리 활용되고 왔는데 그것이 제주를 상징하는 특색이 되었습니다. 또한 설화들이 아직도 생활 저변에 깔려있고요, 가령, 제주도 사람들은 아직도 이사를 2월에 많이 하는데 그 이유는 2월에 잡신들이 모두 잠들어 평화롭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것은 미신을 믿고 있어서가 아니라 일종의 관습인 것 같습니다. 그 밖에도 제주도만의 풍부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제주도의 큰 매력이고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그런 제주도의 특색이나 제주스러움을 살리고, 김창열 예술과도 연결되는 주제의 기획전을 계획하려고 합니다. 첫번째 전시를 잠깐 소개하자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물”이라는 제목의 전시인데요, 전시제목은 김혜순시인의 시로서 전시제목으로 차용한 것인데 김혜순시인도 참여작가로 참여할 예정입니다. 제주에서는 물은 도시사람들이 생각하는 단순한 물과는 달리 설화적인 의미도 담고 있고,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삶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전시로는 ‘그의 친구들’과 ‘시간의 흔적’ 전을 구상하고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전시방향을 김창열작가의 예술 세계과 제주스러움이 만나는 접점에서 주제를 찾아서 진정성도 있고 흥미롭게 담아내면서 가려고 합니다.
 

Q. 김창열 작가의 이름을 내건 미술관이니만큼 작가 개인에 대한 연구계획도 중요할 듯 싶다. 어떤 계획이 있나?

김창열예술세게에 연구는 미술관의 중요한 업무로서 당연히 추진해날 계획입니다. 더욱이 김창열작가는 한국을 대표하고 국제적으로도 높이 인정받은 중요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한국에서의 작가 평론이나 연구가 매우 빈약한 편입니다. 그래서 장차 연구시스템을 만들어 진행해야하겠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지금 상황에서는 미술관 자체의 연구조사보다는 외부인력, 즉 학계나 전문 연구인력과 협업하며 진행하려 합니다. 다행히도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김창열을 선정하여 연구조사에 지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곧 연구자를 선정하고 연구 조사와 그 결과물이 출판될 예정이고요 그 후로도 계속 지속적인 연구가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Q. 그간 김관장이 외국과 쌓아온 네트워크가 미술관 발전과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은 어떤 것이 있나? 

김창열미술관에 대해서 여러 채널로 국제적인 홍보를 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김창열 전시가 외국의 크고 작은 미술기관에서도 이루어지도록 역할도 하고 국제적인 쎄미나를 개최하는 등 여전히 교류를 계속 하겠습니다. 또한 저희 미술관에서도 국제전시를 자주 기획할 예정입니다. 내년에도 3개의 기획전시가 모두 국제전입니다. 작은 규모이지만 신중한 작가선정과 동시에 기획의 묘를 살려 퀄리티가 놓은 전시를 소개하고자하니 기대하셔도 좋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Q. 덧붙여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지금은 정신적인 여유가 없어 첫 전시의 제목이고 전시참여작가인 김혜인시인의 시를 소개해드립니다. 시도 감상하시고 전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상상의 시간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물’
 
직육면체 물, 동그란 물, 길고 긴 물, 구불구불한 물, 봄날 아침 목련꽃 한 송이로 솟아오르는 물, 내 몸뚱이 모습 그대로 걸어가는 물, 저 직립하고 걸어 다니는 물, 물, 물……
내 아기, 아장거리며 걸어오던 물,
이 지상 살다갔던 800억 사람 몸속을
모두 기억하는, 오래고 오랜 물, 빗물, 지구 한 방울.
오늘 아침 내 눈썹 위에 똑, 떨어지네.
자꾸만 이곳에 있으면서 저곳으로 가고 싶은
그런 운명을 타고난 저 물이 초침같은
한 방울 물이 내 뺨을 타고 어딘가로
또 흘러가네.


- 김선희(1959- ) 전남대 미술교육과 학사 및 동대학원 미술사 졸업.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일본 모리미술관 선임큐레이터, 중국 상해 히말라야센터 관장, 대구미술관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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