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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제주도립미술관 신임 김준기 관장

김달진



지난 8월, 제주도립미술관장에 미술평론가 김준기 씨가 임명되었다. 임기는 2년으로서 미술관의 인력과 조직을 정비하는 한편, 제주미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제주 밖과 소통하는 제주도의 공공미술관 운영을 맡았다. 내년 사업계획 수립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그를 만났다.

Q. 제주도립미술관이 개관한 지 7년이 시간이 지났다. 기억에 남는 미술관 전시가 있다면? 
A. 제주의 역사를 담은 4·3 전시와 강요배 회고전이 좋았다. 두 전시의 학술심포지움과 전시 리뷰애 참가한 적이 있다. 4.3은 제주 미술의 핵심 키워드다. 그것은 제주도민 전체가 안고 있는 역사적 상처이자, 동시대와 미래를 위하여 평화공존의 가치로 키워나가야 할 씨앗이기 때문이다.

Q. 미술관 직제와 예산규모는? 
A. 본관에는 운영팀과 학예연구팀이 있고, 분관인 제주현대미술관에 운영팀이 있다. 예산은 다른 시·도립미술관과 비슷하지만 민간투자인 BTL 사업의 원금을 갚는데 많은 돈이 들어가서 실제 사업비는 적은 편이다. 아직 모자란 부분이 있지만, 그것은 그만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오히려 장점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대한 미술관에는 숨 돌릴 여유 공간이 없는 반면 덜 채워진 미술관에서는 숨 쉬며 채워나갈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Q. 새로운 제주도립미술관 사업으로 해양문화를 주제로 한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언급했는데 어떤 계획이 있나? 
A. 격년제 국제미술행사를 구상 중이다. 대부분 비엔날레가 짝수해 가을에 열리는데, 제주비엔날레는 홀수해에 열면 좋겠다. 해양예술을 비롯해 제주의 특성을 담은 차별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곳 지도를 거꾸로 놓고 제주도와 그 주변을 보면, 제주도가 한반도 남단의 외진 섬이 아니라 동아시아 해양의 중심에 놓여있다는 것을 새삼 발견할 수 있다. 제주도를 동아시아 해양문화의 거점 도시로 보고 예술프로젝트를 통하여 그 관점을 풀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본관의 주제기획전, 분관의 생태기획전, 원도심의 도시재생, 한림항, 새섬, 가파도 등의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연결해서 예술의 섬 제주를 향한 초석을 다져나가려고 한다. 

Q. 연구기관으로서의 미술관을 강조하며, ‘연구-전시-논문-출판’의 연결고리를 도입한다고 들었다.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가?
A. 우선 제주미술정보센터를 설립하고 미술관 안팎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제주미술연구모임을 만들 예정이다. 취임 직후부터 큐레이터들과 함께 제주도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탐방해서 인터뷰와 자료취합을 하고 있다. 축적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연구성과를 묶어서 학술지를 낼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전시를 조직하고 그 결과를 대중출판으로 연결하려고 한다. 

Q. 그간 발표했던 사회예술 비평이나 기획했던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위한 전시 등 미술의 경계에 주목해 온 것으로 안다. 특별히 경계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나?
A. 한국 미술계는 지나치게 특정 장르나 개념, 영역에 갇혀있다. 새로움은 틀을 깨는 데 있는데, 틀 안에 갇혀있으니 답답하다. 특히 미술계 바깥과의 만남과 나눔에 인색한 것은 결정적인 한계이자 오류다. 예술이 사회로부터 독립하여 독자적인 성좌를 구축해온 것이 근대성의 성취라면, 이제 그 성취를 바탕으로 사회의 장과 다시 만나서 예술의 사회화를 이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예술과 과학과 종교로 나뉜 근대의 전문화 과정을 다시 뒤섞어보는 융합 실험이야말로 이 시대 예술의 숙명이다. <프로젝트대전>과 같은 예술과 과학의 만남은 물론 <지리산프로젝트>와 같이 예술과 자연, 공동체와 종교가 다시 만나서 실험을 해왔다. 예술이 사회를 대상화하지 않고 그 속에 뛰어들어서 사회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도 예술과 해양문화, 동아시아, 신화와 역사 등의 의제들을 융합의 관점에서 다뤄볼 것이다. 

Q.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인지?
A. 반듯한 디렉터 정신을 구현해서 예술의 섬 제주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큐레이터와 디렉터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려고 한다. 큐레이터가 낱낱이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면 디렉터를 총체적 관점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제주도는 예술의 섬이라는 정책의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미술관의 정책 방향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미술관 안팎을 두루 꿰어서 예술의 섬 속에 존재하는 단단한 미술관을 꾸려나가는 게 목표다.


- 김준기(1968- ) 홍익대 예술학과 학사, 석사 후 동 대학원 박사 수료. 석남미술상 젊은이론가상(2007) 수상. 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지리산프로젝트 예술감독, 예술과학연구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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