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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SeMA비엔날레<미디어시티서울> 2016 예술감독 백지숙

김달진


대한민국 제일의 도시 서울에서 열리는 시각예술행사, 그 중에서도 최대규모인 SeMA비엔날레2016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서울시립미술관 본관만이 아닌 두 곳의 분관과 난지창작센터에서도 진행된다고 하니 도시전체에서 열리는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지숙 예술감독을 만났다.

Q. 올해 SeMA비엔날레<미디어시티서울> 2016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A. SeMA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의 제목은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입니다.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 <20억 광년의 고독>에 나오는 한 구절을 빌어왔는데, 시인의 상상력이 주조해낸 화성인의 언어죠. 이번 비엔날레를 구상하면서 문학적 준거가 되었던 또다른 작품은 마가렛 앳우드의 SF소설 『홍수』와 마가렛 카벤디쉬의 『The Blazing World』도 물망에 올랐었죠. 전시제목을 여러 문학 텍스트에 기대왔다는 사실은 어쩌면 독자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명쾌한 주제를 도출하지 못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기도하지만, 기획 초기 단계에 적었던 메모를 보면 이런 구절들이 적혀 있습니다.

“<미디어시티서울> 2016은 전쟁과 테러, 이주와 실향, 재해와 가난이라는 산적한 동시대 도시 문제와 위기를 섣불리 진단하고 비판할 수도, 그렇다고 두려움과 불안을 일순간 스펙터클과 아름다움으로 위무할 수도 없다는 정도는 안다. 비판보다는 나직하고, 위로보다는 깊게, 이를테면 바닷속으로 더 가라앉기를, 그리하여 오히려 어떤 파국에 직면했을 때 불현듯 솟아나는 정체불명 에너지와 돌연변이를 고대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가렛 카벤디쉬가 묘사한 대로, 납치당한 여주인공은 배가 난파되면서 유토피아에 도착한다. 마가렛 앳우드는 마른 홍수 이후 멸망한 세상에서 생존하는 속 깊은 젊은 여주인공을 추적한다. 그리고 인당수에 빠졌던 심청은 되살아나 눈먼 자(들)를 구한다.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가 교차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미디어시티서울> 2016은 개안(開眼)을 도모하는 의과학(Medical Science)과 윤리학의 협업, 혹은 신체를 연장하고 보완하는 미디어테크놀로지와 심리학의 절합, 이를테면, SF적 개입을 환영하며 그것의 산업적 독점에 저항한다.” 

Q. SeMA비엔날레는 ‘미디어시티서울’로 불리기도 하는데 미디어와 서울시립미술관이 추구하는 포스트 뮤지엄과는 어떤 관계인가요?
A. 제가 알기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추구하는 포스트 뮤지엄은 근대적인 제도로서 미술관이 누리던 권위와 한계에 도전하여, 동시대 요구와 지역 맥락에 따라 굳건해 보이는 제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시도를 프로그래밍하려고 합니다. 미디어 개념의 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비물질적인 속성이나 문화적 경계를 넘나들면서 새로운 ‘영토’를 만들어내는 함량 등은 우회적으로 이런 시도들과 연결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른바 포스트 인터넷 아트라는 명칭 자체가 이미 그 유효성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고려한다면, 포스트 뮤지엄과 미디어아트 혹은 협의의 미디어 개념을 직접 연결하여 SeMA비엔날레를 해석하는 것은 너무 ‘과감한’ 시도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번에 미디어시티서울이 커미션한 작품 중에서, SeMA콜렉션을 재해석하는 빅 반 데르 폴의 <Married by Powers>가 서울시립미술관이 추구하는 포스트 뮤지엄을 다각도로 정초(定礎)하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는 있겠습니다. 여섯 명의 게스트 큐레이터를 초청하여 제각기 미술관 소장품들을 선정하고 전시하는 작업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하는데, 영화감독, SF소설가, 작가, 번역자, 미디어연구가 등이 초대됩니다. 실은 이 과정에서 우리가 짐작하다시피, SeMA의 포스트 뮤지엄은 서구와 달리, 근대적 미술관의 부재를 전제로 하는 조금은 기이한 시간성에 기초한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납니다.

Q. 페미니즘과 제3세계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올해에는 청년문제와 장애·비장애의 문제로 그 관심이 확장되어 보이는데요?
A. 주제의 시의성이나 주체의 정치성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이에 못지 않게, 단순히 그런 의제들을 다루는 차원을 넘어서 이와 관련해서 작가들이 창안하고 있는 시각언어를 어떻게 해석·확장할 수 있는가 살펴보고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잘 알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화성인과 미술인이라는 메타포는 일부 겹치는 지점이 있고, 화성인보다는 미술인이 그 언어를 공적인 영역으로 재편하는 능력과 욕망이 크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미술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습니다만… 시각 언어의 지루함과 모호함, 난해함과 자유로움, 레트로와 아방가르드 등을 축으로 하는 제차원에서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가 과연 어떤 좌표들을 찍고 있는가가 이번 비엔날레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 백지숙(1964- ) 연세대 사회학과, 서울대 대학원 미학과 석사 수료. 인사미술공간 프로젝트디렉터(2005-06), 아르코미술관 관장(2007-08), 아뜰리에에르메스 아티스틱디렉터(2011-14), 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예술감독(2013-14)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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