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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광화문에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소망합니다

최열


여러 관아 높은 건물 마주보며 서 있는 것이            列署岧嶤相向
하늘의 별들이 북두칠성을 둘러싼 듯 하고              有如星拱北辰 
달밝은 새벽 관청 거리 물같이 고요한데                 月曉官街如水
말구슬 소리 들여오고 티끌한점 일지 않는구나       鳴珂不動纖塵

- 정도전, <열서성공(列署星拱)>, 《신도팔경(新都八景)》 


작가미상, <비변사 계회도>, 1550, 비단, 49.5×61㎝, 개인 소장

2016년부터 2017년까지 광화문광장은 민주주의의 거대한 요람이었다. 국정을 농단한 무리를 탄핵하고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킨 터전으로 그 장엄한 모습은 아주 오래갈 것이다. 이 신성한 광장을 만든 분은 조선을 창업한 군주 태조 이성계다. 그는 고려의 수도 개성을 지키려는 기득권 세력의 반대를 물리치고 새로운 천년왕국의 수도 한양을 개창했다. 놀랍고도 빠른 솜씨로 새로운 도시를 일궈낸 태조는 1398년 4월 화가들로 하여금 새로운 도시를 대표하는 여덟 곳 풍경을 그리게 하였다. 그리고 이 《신도팔경(新都八景)》을 병풍으로 꾸민 뒤 신하들로 하여금 시편을 지어 올리라 하였다. 

대사헌을 역임한 국초의 문장권력 권근(權近, 1352-1409)은 광화문 앞 육조대로에 즐비하게 늘어선 관아를 묘사한 노래 <열서성공(列署星拱)>에서 “줄 같이 곧고 긴 거리 넓기도 한데 별들이 둘러 있는 듯 관청들이 펼쳐져 있네”라고 노래하였고 예문 관제학을 역임한 권우(權遇, 1363-1419)는 “사헌부와 의정부는 그중에서도 맑고 화려한데 마주 서서 바라보는 모습 우람하고 높다네”라고 하였다. 사헌부는 오늘날 검찰과 같은 곳이고 의정부는 왕권에 버금가는 3명의 재상을 둔 기관으로 장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던 것이다. 

누가 그렸는지 알 수 없는 이 <비변사 계회도>는 백악산을 배경으로 경복궁과 광화문 그리고 그 아래 통쾌하리만큼 시원스레 넓고 곧은 길을 묘사한 걸작이다. 화폭 오른쪽에 ‘가정(嘉靖) 경술(庚戌)’이라는 기록이 있어 1550년의 풍경임을 알 수 있는데 이 그림이 아름다운 것은 안개가 가로로 겹겹이 흘러 그 풍경이 신비로운 까닭이요 흥미로운 것은 길 위를 걷는 10여 명이 있기 때문이다. 또 화폭 하단 기와 건물 안에는 7명의 인물이 노닐고 있다. 광화문의 그들은 무슨 꿈을 꾸고 있었을까. 

비변사(備邊司)는 외부 세력의 침략이 있을 때 설치한 비상기구로 1510년 삼포왜란(三浦倭亂)이 일어나자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과 병조판서를 비롯한 인물을 소집해 설치한 것이 처음이다. 이때 의정부 건물 안에 임시로 청사를 두었는데 지금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옆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이란 이름의 공원이 바로 그곳이다. 그 뒤 1555년 을묘왜변(乙卯倭變)이 일어남에 따라 상설기구로 바뀌면서 경희궁 흥화문 밖 지금의 구세군회관이 있는 신문로 2가로 옮겨갔다. 비변사 청사에는 <비궁당(匪躬堂)>이라는 편액을 걸어두었다고 한다. 비궁(匪躬)이란 『주역』의 ‘건괘편(蹇卦篇)’에 나오는 ‘건건비궁(蹇蹇匪躬)’이란 말에서 유래한것으로 자신의 이익을 돌보지 않은 채 충성을 다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2016년 박근혜 정부가 국가를 희롱하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되자 촛불을 든 시민들이 토요일이면 광화문 길로 모여들었다. 토요 집회는 시민이 만든 ‘시민비변사’였다. 그리고 긴 겨울을 지나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함으로써 시민비변사의 승리를 구현했다. 시민 비변사는 촛불과 더불어 여러 가지 구호를 내세웠는데 그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였다. 참으로 이 땅의 정치인들, 관료들은 그 충성의 대상이 누구인지 알고 있기나 한 것일까. 정치인들은 시민을 대상으로 ‘건건비궁(蹇蹇匪躬)’하고 있는 것일까. 모를 일이다. 정치인과 관료들이 오로지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고 있을 줄은. 그들이 모두 박근혜의 추악한 운명으로 전락할 줄 누가 알겠는가.

2017년 5월 9일. 나는 희망한다. 국민에 의한 2017 새정부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 정치인과 관료의 나라가 아닌 시민의 나라, 임산부와 어린이, 청소년과 학생, 장애인과 노약자가 존중받는 사회, 일하는 노동자가 가장 행복한 기업 만들기를 소명으로 삼아 정치인과 관료가 시민에게 건건비궁하는 나라를 만들도록 하라. 그런 꿈을 꾸며 지난 겨우내 촛불 들고 광화문길에 서 있을 적이면 태조 이성계의 신하 정도전(鄭道傳, 1342-98)의 해맑은 노랫소리가 들려오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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