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학술(36) 2010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여름 학술대회-전쟁과 미술

이현경

학술(36)


올해는 우리 현대사의 커다란 상흔이 된 6.25전쟁이 일어난 지 60주년이 된 해이다. 어느 사회든 전쟁을 겪으면 표면적으로는 전쟁 전ㆍ후의 상황 속에 첨예하게 대립된 정치적 문제가 대두되지만 그 이면에는 소리 없이 복잡하게 얽힌 거대한 문화의 그림자가 존재한다. 문화의 영역은 삶과 너무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문화 속에 남는 전쟁의 후폭풍은 전쟁을 겪은 자의 개인의 심리, 전후 세대의 성장사, 시대의 유행 등 수많은 영역에 그 흔적을 남긴다. 그런데 미술의 경우는 문화의 영역에 속해 있으면서도 오히려 그 본연의 가시적 효과 때문에 정치적 입장을 가장 훌륭하게 대변하는 도구이기도 하였다가 다시 문화적 상처와 비판을 드러내는 두 가지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왔다. 특히 6.25 전쟁은 같은 민족의 대립에 미국과 소련, 중국이라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들어가 이 속에서 우리의 미술은 다양한 포지션을 취하며 그 상황과 시대를 보여주었다. 이에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는 지난 6월 26일(토), 6.25 전쟁 속에 미술이 취한 전략과 그러한 미술을 보는 인간 심리의 변화에 주목하여 ‘전쟁과 미술’이라는 주제로 여름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조은정(한남대학교)씨는 ‘6.25 전쟁기 미술인 조직에 대한 연구’에서 남한측 종군화가단의 구성 면모와 그들의 입장, 그리고 조선인민유격대(빨치산)의 미술인들의 활동 경향들을 살펴보고 미술인들이 역사적 위기에 대처하는 조직적 성향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6.25 전쟁기 미술인들은 가장 전쟁의 중심에서 포스터 같은 선전물의 제작, 신문, 만화를 통해 활동하였고 문맹자가 많았던 당시 미술은 가장 조직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대변하는 것이었다. 발표자는 특히 자료가 거의 남지 않은 당시의 미술인들의 상황을 치밀하게 추적하여 북한측 선전물의 초상기법을 분석해 보기도 하고 양수아, 박남재, 장진광과 같은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그 시기 미술인들의 급박한 상황을 생생히 전달하였다.


김윤정(국립현대미술관)씨는 ‘시각문화로서의 한국전쟁 사진’에서 한국전쟁기 신문 같은 언론매체들이 사진은 보편적으로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며 과학적인 기록 매체라는 인식을 이용하여 이데올로기와 전쟁수행에 이로운 여론을 조성하는데 이용하였음을 설명하였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외로 전쟁 속 상황을 알지 못하는 가운데 최신식 전쟁 무기 사진들은 아군의 뛰어난 전력을 시각화하였다. 또한 같은 폐허 사진이라도 외국의 언론이 전쟁의 참상을 보도하는데 포커스를 맞추었다면 한국의 언론은 폐허는 곧 활기찬 재건을 불러일으킨다는 희망찬 메시지로 보도하였다고 설명하였다.

이윤규(국방대학교) 씨는 ‘전쟁과 심리전: 들리지 않던 총성 종이폭탄 삐라를 중심으로’에서 전쟁에서 심리전은 직접적인 무력 사용보다 중요한 요소이며 이 심리전의 가장 유용한 도구가 인간의 감성과 정서를 자극하는 시각 매체라고 설명하였다. 이 중 삐라는 그림을 활용하여 강력한 인상을 지속적으로 남기고, 외국인과 문맹인에게도 이해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6.25 전쟁기, 남ㆍ북한 모두에서 적절하게 사용되었다. 당시 양측의 삐라의 살포는 1000여종 25억장 정도로 최고 절정기에는 매주 2천만장 이상 살포되었다. 발표자는 당시에는 지금처럼 미디어가 발달되지 않아 삐라가 매우 유용하였지만 현재는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시각 매체의 발달로 보다 생활에 밀접한 심리전을 펼칠 수 있다고 하였다.


권행가(목원대학교)씨는 ‘1950, 60년대 북한미술과 월북작가: 정현웅을 중심으로’에서 1957년에 월북한 화가 정현웅의 작품 세계를 북한의 정치적 흐름과 맞추어 살펴보고 그가 동시대 월북 미술이론가 김용준과 이여성과 다르게 실천적 작업 활동을 통해 작품 세계를 펼쳐나갔음을 설명하였다. 안경화(이화여자대학교)씨는 ‘전쟁의 재구성: 기념관 속의 한국전쟁’에서 용산 전쟁기념관과 제주4.3평화기념관 등의 전쟁기념물을 살펴보고 기념물의 고답적인 우상화 작업보다는 전쟁의 다층면을 살펴볼 수 있는 새로운 미술개념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덕수궁미술관에서 발표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밤에 있을 월드컵 경기로 온통 붉은색과 흥분의 기운이 넘쳐나고 있었다. 60년 전 이날은 이와는 정반대의 의미로 붉은색 일색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 이번 학술대회 발표자들의 치밀한 조사를 통한 연구방식에 무척 고무된 필자는 연구에 대한 붉은색까지는 아니더라도 분홍빛 열정이 샘솟는 하루였다.


학술: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