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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미래의 도전: 박물관과 무형유산, 지역사회

이현경

국립민속박물관 국제학술대회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친구에게 우리나라와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해 소개해주고 싶다면 어디를 가야 할까? 대부분은 우리의 문화유산이 ‘물질(Object)’의 형태로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을 떠올릴 것이다. 이는 우리가 해외여행시 그 지역의 유명한 박물관을 방문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박물관은 한 나라의 예술, 역사, 민족학, 자연사, 과학과 기술 등 수집품의 관리자라는 점에서, 다문화 시대인 현재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좋은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박물관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최근까지도 박물관은 마치 가톨릭 성당의 제단 위에 놓인 성물처럼 유물을 진열하고 그들의 신성한 아우라를 통해 이를 수집한 사람의 부와 유물의 맥락을 이해하는, 극히 소수 관람자의 문화적 교양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존재해왔다. 오페라가 그러했듯이 박물관 역시 오랜 기간 권력과 부를 독점했던 부르주아 문화의 꽃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변화의 물결을 받아들이지 않는 박물관을 방문하는 체험은 자칫 콧대 높은 박물관이 선별한 문화적 정체성만 보도록 강요당할 수 있다.


오히려 박물관을 벗어나면, 우리는 살아있는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외국인과 홍대 거리나 K-POP 축제, 명동 또는 재래시장에서 쇼핑을 할 수 있으며, 고궁의 뜰을 함께 거닐 수 있다. 이는 오늘날 한 국가 또는 한 민족을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박물관이 오브제 위주의 수집품에서 ‘사람(People)’ 위주의 참여와 소통의 매개체로 변화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즉, 한 나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박물관은 자랑스러운 유형의 물질 유산뿐 아니라 그 지역만의 기술, 지역민들의 삶, 음악, 공연, 축제, 사건과 같은 무형 유산을 함께 다루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이와 같은 무형유산의 가치와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인식하고, 무형유산의 국제적인 조사·연구·전승을 위한 학술지 『무형유산』을 2006년부터 발간해 왔다. 올해는 이 저널이 발간 10주년을 맞이하게 되어 지난 7월 8일(수), 이를 기념하기 위한 학술대회를 열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최근 근대화와 도시화로 인해 지역사회의 무형유산이 빠르게 사라지는 상황에서 이를 보존하기 위해 지역공동체, 지역민, 지역박물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고, 이에 대한 국내외 성공과 실패 사례를 살피고자 하였다.


불프 케프케(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장)씨는 ‘온정주의에서 참여에 이르기까지: 근대 민속학 박물관들의 도전과 기회’에서 올해로 43년째 박물관에서 근무한 발표자가 진행했던 러시아 마리엘 공화국의 사례, 아메리카 대륙의 아프리카인들, 함부르크 내포르투갈 이주민들과 베트남 출신 보트 피플 공동체의 협업 사례 등을 통해, 각 민족 집단과 박물관과의 여러 갈등 요소는 분명 존재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의 ‘진짜’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박물관과 각 민족 집단 간의 1회적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기량(국립민속박물관 전시과장)씨는 ‘삼척마을박물관 실험:우리가 살아온 이야기를 돌아볼 수 있어 참 좋다’에서 2006년부터 국립민속박물관이 지역 민속을 발굴·보존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력하여 시행한 농촌, 어촌, 도시 형태의 마을조사 프로젝트 중에서, 2013년 8개월에 거쳐 진행한 강원도 삼척시 원덕면 길남리라는 지역 사회와 이 마을의 현재 진행형의 면모들을 전시로 재조명한 마을박물관의 사례를 소개하였다.


스티븐 엥겔스만(오스트리아 세계문화박물관장)씨는 ‘하카와 와카: 유·무형 문화유산의 혼합이 어떻게 새로운 관람객을 박물관으로 불러올 것인가’에서 2010년 진행된 뉴질랜드 마오리족 문화를 네덜란드로 가져간 프로젝트를 소개하였다. 유형의 전쟁용 카누인 와카와 무형의 전쟁 춤 하카로 대변되는 마오리 문화의 두 걸작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유·무형의 상호작용을 통해 민족학적 정수를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카누와 조정의 상관성을 통해 동시대 네덜란드인들의 관심을 이끌었다고 하였다.


데니스 셰발리어(프랑스 유럽지중해문명박물관 유물부장)씨는 ‘현대사회 문제의 연구·전시를 위한 유·무형 문화유산의 수집:프랑스 마르세유의 MuCEM에서의 경험’에서 ‘그리스 정교회·이슬람·유대인 등의 공동의 성지’, ‘축구와 정체성’, ‘폐기물 산업과 문제’, ‘젠더의 시장’ 등의 전시를 선보이기 위해 다큐멘터리 사진, 포스터, 영화, 설치물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박물관의 연구와 수집 정책을 소개하였다.


남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온 카이 라세로카(전 IFLA국제도서관협회연맹 회장)씨는 ‘무형유산의 관리: 기회와 도전’에서 박물관은 토착민의 지식 체계를 가장 먼저 중시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였으며, 천경효(성균관대 박사후 연구원)씨는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과 공공기억의 재해석’에서 일제 강점기 당시, 위안부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삶의 무게를 관람객들로 하여금 최대한 공감하도록 하는 여성인권박물관의 취지와 박물관을 둘러싼 독립유공자협회, 중앙정부와 서울시, 정대협, 시민단체 사이의 균열된 상황을 이야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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