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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미술에서 독창성이란 무엇인가?

이현경

한국미술사교육학회 제24회 전국학술대회




우리가 미술을 보는 잣대로서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생각했던 독창성(originality)의 문제는 고대로부터 흘러온 미술사를 통해 보면 그리 오랜 역사를 지닌 관점이 아니다. 서양에서는 19세기 들어서면서 철학의 한 분야로 여겨지던 마음과 정신에 대한 문제가 독자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모더니즘 시기에는 이렇게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의 발달에 따라 미술가들이 인간 내면을 직접 표출할 때 자아 표현으로 연결되면서 그것이 창의적(creative) 표현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 이전의 무엇과도 다른 이러한 창의적 표현은 이후 대량 소비사회 속의 대중문화와 만나면서 떠들썩한 까마귀 무리 속의 우아한 백로와 같은 대접을 받아왔다. 또한, 독창성이란 개념은 천재적이란 말과 독자적이란 수식어가 붙을 때 가격 흥정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아는 미술시장에서 더욱 신화화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미술시장에서 자본을 획득하고 미술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강력한 무기인 독창성은 곧 포스트모던 사회가 도래하면서 공격을 받았고, 이러한 독창성의 권력이 과연 정당한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을 받아왔다. 그 결과 지금의 미술에서는 독창성을 작품을 보는 중요한 잣대로 두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절대적 잣대가 아닐 뿐 결코 독창성의 문제는 미술을 언급하는 사람에게 이제 간과할 수 없는 기본적인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여 지난 5월 10일(토), 한국미술사교육학회(회장 양정무)는 이 독창성을 화두로 동양과 서양, 시대별마다 독창성을 바라보는 태도와 개념이 달라 왔다는 것을 짚어보고자 하였다.


먼저 기조강연으로 조인수(한국예술종합학교) 씨 ‘미술사에서의 독창성: 창조와 모방, 그리고 기묘함’에서 서양의 그리스인들에게 “창조한다”는 말은 곧 “만들다”라는 말이었고,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곧 자연의 법칙을 발견하고 모방한다는 뜻이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모방을 뜻하는 그리스어 미메시스(Mimesis)는 서양에서 예술 창작의 핵심 개념으로 고대로부터 독창성이라는 것은 모방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라 하였다. 반면 동양에서는 그림에서 실제 산을 묘사하는 것보다는 선진들의 작품을 임모(臨模)하는 것을 더 중시하긴 했지만, 동양의 화론(畵論)에서는 오히려 고대로부터 독창성과 연관된 개념들을 최고의 기준으로 여겼다고 하였다. 이에 해당하는 용어로 낯설다는 괴(怪)와 다르다는 이(異), 그리고 기묘하다는 기(奇) 등이 있으며, 특히 일(逸)격은 ‘배우고 본받을 수 없으며, 뜻 밖에서 나온다’는 의미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것에 얼마나 새로운 것을 넣었는가의 문제로 삼았음을 설명하였다. 이어서 김윤정(한국과학창의재단) 씨‘창조경제시대 창의인재 양성’에 대한 기조강연으로 미술교육에서 우리 시대에 맞는 독창성의 개념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하였다.


그리고 본 발표에서는 우선 동양 부분을 시대순으로 정리하면, 김윤정(용인대) 씨‘고려청자 문양의 시(詩)·화(畵)적 요소와 도상의 독창성’에서 12세기 이후 우리의 청자 문양이 중국 자기에는 없는 도상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추적하고자 하였다. 세부적으로 연꽃, 국화, 모란 등의 꽃문양은 당시 고려 문인들이 즐겨 읽던 『시경(詩經)』의 내용과 연결되며, 구름과 학 무늬는 문인들의 도교에 대한 관심이 표현된 사례이다. 즉 청자 문양의 독창성에는 고려 문인들의 취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어서 김은경(고려대) 씨‘청(清) 옹정(雍正)시기 양채(洋彩)의 함의와 그 특징’에서 청대에 출현하는 도자기의 새로운 채색기법인 양채를 분채, 법랑채 등과 비교·분석하면서 화려한 양채의 실체에 접근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송은석(동국대) 씨‘조선후기 불교 조각의 독창성’을 통해 그동안 불교조각사에서 독창성에서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던 조선후기 작품들을 치밀하게 살펴보고, 이 시기 조각승들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조형적 노력이 조선후기만의 불상 양식을 탄생시켰다고 설명하였다.  


다음으로 서양 부분을 살펴보면 조은정(목포대) 씨‘그 누구의 제자도 아닌-리시포스의 사례를 통해서 본 고대 그리스 조각의 개인 양식과 비평적 관점들’에서 고대 서양 조각에서 천재적 작가로 칭찬받는 리시포스의 작품이 아이러니하게도 현존하는 작품이 없고 모두 복제품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복제품에서 원본을 추적해야 하는 미술사 연구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전한호(경희사이버대) 씨 ‘<바쿠스>-미켈란젤로적 조각의 시작?’을 통해 르네상스 미술에 이르러서 개인적인 양식과 기법의 성립되는 상황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우정아(포항공과대) 씨‘솔 르윗의 <월 드로잉(Wall Drawings)>과 개념 미술의 오리지낼리티’에서 작가인 솔 르윗은 아이디어를 적은 설명문만 제공하고, 실제 작품은 제도사들이 제작하는 포스트모던적 작업 형태에서 과연 저작권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설명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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