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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일상생활에 깃든 우리의 근현대미술

이현경

학술(67) |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봄 정기 학술발표회


해방 이후 발행된 미술교과서(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소장)


현대인들은 생활 속에 유용하게 쓰이는 미술을 디자인이라고 지칭하지만, 이러한 디자인 외에도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미술의 영역은 시대마다 존재해 왔다. 우리의 근현대기 미술에서는 복잡다단한 사회상을 거치면서 미술의 상황도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그런 와중에 그 시기의 사회상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생활 속 미술이 있었다. 개화기 우리의 음식 생활과 연관된 도자기, 대한민국 정부 수립기 교육 생활과 연관된 미술교과서, 그리고 기쁨과 아픔이 교차했던 해방 후와 6.25전쟁기 다방 안의 미술가들이 그것이다. 또한, 1980-90년대 민중미술을 배경으로 일상생활과 현실에 적극 참여하고자 하였던 비평가 그룹이 있었다. 지난 4월 6일(토)에는 미술을 통해 과거 우리의 현실과 생활을 보여주는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봄 정기 학술발표회가 있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미술의 또 다른 측면을 보면서 개안(開眼)을 하는 경험을 하였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엄승희(숙명여대) 씨는 ‘근대기 한불 도자교류’에서 1886년(고종 23년)에 체결된 한불수호통상조약(韓佛修好通商條約) 이후 한국과 프랑스 양국 간의 도자교류를 통해 유럽자기의 유입과 제작기술이 당시 우리의 요업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고, 한편으로 한국 도자기의 유럽 전파경로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우수한 도자 기술을 갖추었던 우리나라가 일제의 압력과 국가의 재정문제로 인해 근대기 상공업 전반의 쇄신에서 실패함으로써 우리의 요업 또한 기술력 쇠락과 더불어 왜사기 수입 일색으로 변해갔다. 이러한 때에 프랑스와의 도자 교류는 세브르의 기술자를 파견하고 한국에 유럽식 공작학교 설립을 추진한다거나,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에 한국이 참가하여 도자기를 전시하는 등 일말의 통로를 열어주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시도들은 그 시기 요업의 창신(創新)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근대기 도자 교류의 흔적을 살핌으로써 현재 기메박물관과 세브르박물관의 한국 도자기 소장 경로와 소장자를 추적할 수 있고,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된 양식기들의 소장 배경을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연구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박장민(이화여대) 씨는 ‘다방의 장소적 특성을 통해 본 신사실파의 조형의식-추상미술과 순수문학의 관련성을 중심으로’를 발표하였다. 발표자는 해방 이후 명동의 다방이나 6·25전쟁 시기 피난지의 다방들은 서로의 생사여부를 파악하거나 일자리 정보를 알아보는 등의 정보 교환이 절실했던 시기에 유일하게 공중전화가 설치된 공공장소로서 문화예술인들에게 중요한 교류의 장이었다고 하였다. 그런 다방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김환기, 유영국, 이규상 등 신사실파 화가들은 문학인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작업의 방향에 살을 더할 수 있었고 한국적 모더니티의 탐색을 이룰 수 있었다고 하였다.

이수나(이화여대) 씨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기(1945-54)의 미술교과서 삽화’에서 해방 이후 국가적 정체성 확립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당시의 분위기 속에서 미술교과서는 교육과 계몽을 목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여 미술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고 유통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였기에, 당시 미술교과서의 양상을 살피고 더불어 그 시기의 미술의 경향을 살피고자 하였다. 당시 미술교과서의 형식은 해방 후 남한의 상황이 그러했듯이, 일본 교과서의 삽화를 그대로 차용하거나 번안하는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전통적 소재를 강화한다거나 당시에는 새로운 화풍이었던 모더니즘 미술을 소개하는 등 이후 미술교과서의 틀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기혜경(국립현대미술관) 씨는 ‘문화변동과 미술비평의 대응-미술비평연구회’(1989-1993)를 중심으로’에서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민중미술 계열의 평론가들이 모여 만든 미술비평연구회(미비연)의 활동을 살폈다. 미비연은 단지 4년간의 활동 이후 해체되었지만 그들의 이론적 성과와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태도는 90년대를 지나면서 현실 참여적인 작가들의 활동 근거를 제공하였다. 이 연구는 2000년대 이후 더욱 다원화되고 있는 한국 미술의 풍토에서 미술 운동의 갈래를 파악해보며 한국의 현대미술을 정립해 보려 하였기에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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