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50)로질린 루드비코(Rosilene LUDUVICO)

변지수

브라질 출신으로 현재 뒤셀도르프에서 거주하며, 작업중인 작가 로질린 루두비코(Rosilene Luduvico, 1964- )를 만나, 그녀가 최근 참가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프로그램, 카나리아새의 언덕(Artist-in-Residence Programm Morro do Canário)'의 이야기와 작업환경, 새 작업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이번 프로그램의 첫 번째로 초대된 작가라고 들었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연유와 프로그램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부탁한다.

A. 이 프로그램은 디자이너이자 미술관 뮤제우 발레 인 에스피리토 산토(Museu Vale in Espiríto Santo)의 관장인 로날도 바보사(Ronaldo BARBOSA)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미술관과는 별도의 프로젝트로, 바보사에 의해 개인적으로 기획되었다. 2달동안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가 이루어진 장소는 산의 정상에 위치한 120년도 된 나무집을 고쳐 만든 곳으로, 작은 아틀리에 공간과 침실, 발코니와 화장실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서 지난 2개월 동안 한 작업들이 이 레지던스가 끝나면, 'Ao Longe'(2015. 8.8.- 9.13, 브라질, 카사 도 콤파드레)에서 전시된다.


Q. 레지던스 공간의 주변환경이나 그 곳에서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A.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의 문을 열면, 밖은 모두 숲으로 둘러 쌓여 있으며, 머리 위의 하늘이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창문을 열고 보면, 건너편 산 정상에 파란 암석이라는 뜻을 가진 페드라 아쭐이라는 바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큰 도로로부터 8킬로미터나 떨어진 이 곳은 안내 표지판도 없어, 외부인들의 방문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도시에서의 생체리듬과도 전혀 다른데, 자연의 변화, 비, 바람, 태양의 영향이 매우 크게 작용한다.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아침을 알리며, 정오가 되면 주변이 고용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정오는 동물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정적이 흐르는 이 시간은 모든 생명체들이 잠을 청하기 때문이다. 4시경이 되면, 다시 생명체들이 활동을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6시가 되면, 벌써 밤이 찾아온다. 작업을 하는 시간 외에는 주로 산책을 한다. 특히 밤에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여기의 밤은 하늘 가득한 별들과 달로 매우 청명하고, 밝아서이다. 


Q. 생활 용품 등은 어떻게 구하며, 가끔 시내에 나가기도 하는지, 뒤셀도르프의 친구들이 그리울 때는 없는가.

A. 나는 자연에서 발견한 것들만 먹고 산다(마치 수도사의 삶 같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나는 최소한의 것들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며, 나의 이러한 미니멀한 자세가 작업에 있어서도 반영되는 것 같다. 또한 어릴 때부터 자연에서의 삶에 익숙한 나는 어떤 식물이 몸에 해로운지, 먹을 수 있는지를 식별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 근방으로 내려가면, 아보카도, 오렌지, 브로콜리, 고구마등을 수확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그 곳에서 자급자족한다. 풍부한 햇볕과 수분, 비옥한 땅은 오렌지 열매의 무게로 나뭇가지들이 부러질 정도로 많은 오렌지들이 열리는데, 그 빠른 성장속도를 보면 놀랍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로 한 번도 시내에 나간 적이 없는데, 이번 전시에 보여질 작업들도 시내에서 사람들이 와서 운반해 갔다. 뒤셀도르프의 생활, 특히 친구들, 동료 작가들과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들이 그립다. 하지만, 이 시간이 지나, 일상생활로 돌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여기서의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다. 


Q. 이렇게 특별한 곳에 대해 이야기를 듣던 것과 실제로 경험한 느낌이 다를 수도 있을 텐데, 어떤가.

A. 고갱이라는 바보사의 강아지와 둘이서만 보내는 생활은 외롭기도 하지만, 이러한 외로움이 지루하거나 우울함으로 다가오기 보다, 내게 있어 매우 소중한 시간이라는 생각을 한다. 상상했던 것보다, 내게는 훨씬 더 좋은 작업 환경이다. 작업과 하나가 된 느낌이라고 표현할 만큼, 작업에 집중할 수 있고, 사유할 시간들에 감사하며 지내고 있다. 타히티에서의 작업을 했던 고갱이나, 지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세잔느, 모네등의 작가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들이 마주했던 자연, 그 안에서 그들의 작업방식이 내 작업방식과도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있어 어떤 환경이 가장 필요한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게는 도시의 환경보다 자연이다. 자연을 이렇게 마주할 수 있는 기회는 이 새로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될 이후의 작가들에게 있어서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이번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끝나고, 이와 연계하여 전시가 열린다고 들었는데, 전시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이번 레지던스 동안 완성된 작업들을 하나의 시리즈라고 봐도 되나. 

A. 이번 전시의 제목은 'Ao longe'이라고 한다. 이는 '저 너머로, 먼'이라는 의미를 지니는데, 산 정상에서 저 너머로 바라본 다른 산들의 모습과 별빛으로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본 시간들을 생각하며 지었다. 이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이루어 지는 장소와 Casa do Compadre 전시 지역은 아라체라고 불리는데, 아라체는 인디언 언어로 하루의 시작이라는 의미이다. 나는 인디언의 언어가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이번 작업의 모든 작품의 제목에 인디언의 말을 사용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36개의 드로잉 작업이 보여지며, 이는 모두 이 지역과 관련된 작업들이다. 이들은 각자 하나의 작업으로써 의미를 지니기도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과 연관되어 완성된 작업으로 이를 하나의 시리즈라고 봐도 되겠다.   



로질린 루투비코(Rosilene Luduvico, 1964- )

브라질 에스피리토 산토의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후,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지그프리드 안찡어(Siegfried ANZINGER, 1953- )의 제자로 있었다. 뒤셀도르프 쿤스트할레의 'Compilation II'(2005), '신 라인란드, 반어적 표현을 사용하는 후기세대'(Neues Rheinland. Die postironische Generation, 레버쿠젠, 모스브로히 뮤제움, 2010), 비엔날 드 쿠리티바, Bienal de Curitiba, Curitiba, Brazil(쿠리티바, 브라질, 2013), 실라스 파리(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Paris)등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