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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창의력을 샘솟게 하는 미술

정기웅

교정 곳곳에 봄부터 야생화들이 계속해서 꽃을 피우고 있다. 수선화로 시작하여 금낭화, 옥잠화, 지금은 보라색의 벌개미취가 한창이다. 호수에는 백로와 왜가리가 날아 다니고, 오리와 거위가 한가롭게 물속에서 놀고 있다. 꽃 피고, 하얀 백로가 나는 캠퍼스는 아름답고도 활기찬 공간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대학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던 중에 호수와 낮은 언덕으로 되어 있는 교정에 우리 꽃, 우리 나무를 심어 환경을 멋있게 하는 방안이 떠올랐다. 궁을 순례하며 우리 선인들이 아끼는 꽃과 나무가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그 뒤 이를 본부에 건의하여 조경전문가를 직원으로 채용해서 사계절 내내 꽃이 피는 학교로 만들고 있다.


봄에는 매화와 산수유로 시작하여 여름에는 푸른 숲과 아름다운 꽃들이 피고, 가을에는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고 겨울이면 호수 위에 하얀 눈이 내린다. 학교 호수에 ‘와우도’라는 섬이 있는데, 섬 앞 물속에 몇 개의 나무말뚝을 박아 주고 나서부터 몇십 마리의 백로와 왜가리가 날아 온다. 이곳에 물을 먹으러 오는 백로에게 쉼터를 마련해 준 것이 효과를 본 것이다. 말뚝을 박아주고 나서 점점 많은 수의 왜가리들이 날아와 2009년 봄에는 이곳에서 새끼까지 부화하여 뉴스에 소개되었다. 우리 꽃이 피고 하얀 백로가 호수위를 유유히 나는 캠퍼스는 한폭의 그림이다. 그 속에 몇만의 젊은 학생들이 활기차게 왕래하고 공부하며, 교수들은 자기 분야의 연구에 몰입한다. 대학은 전문적 지식과 인성을 겸비한 학생을 가르치며, 좋은 연구를 하여 인류를 위해 공헌하는 곳이다.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 꽃, 우리 나무가 어울려 있는 교정을 거닐며, 호수를 보면 서 한가히 산책하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자기만의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학생은 인성과 실력을 갖춘 인재가 되고, 교수는 자기 분야를 이끌 독창적 연구를 할 것이다.



건국대 법대 5층 국제회의장에는 유휴열 화백의 <생·놀이>라는 200호 크기의 작품이 걸려 있다. 태양과 달, 별들이 있으며, 학과 사슴이 뛰놀며, 사람들이 환희스럽게 춤사위를 펼치고 있다. 시험에 많이 합격하라고 폭포를 오르는 잉어도 있는 반추상의 작품이다. 처음에는 연구실 앞 복도에 소품의 그림들을 걸었더니 반응이 좋아서, 특별히 유화백에게 부탁하여 대작을 걸게 된 것이다. 대학 다닐 때부터 시작된 그림감상의 취미는 1980년 초부터 예향 전주에 있을 때 본격적으로 그림사랑으로 발전하였다. 많은 화가를 알게 되었고, 작품도 소장하게 되었다. 작품을 소장하기 보다는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으려고 했다. 처음에는 한국화로 시작하여, 서양화, 조각, 판화, 서예, 사진으로 영역이 확대되었다. 미술에 관한 책과 평론가의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작품을 보는 눈이 점차 열려 갔다.


그러다가 1995년 미술의 해에 조각가 김영중님이 주도하는 ‘미술제도 개선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과 답십리 고미술상가를 방문하였는데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면 경영이 너무나 어려워진다고 하소연 하였다. 돌아 오는 길에 미술품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려면 토지를 공시하는 토지등기부처럼 미술품도 등록부를 만들어야 하는데, 모든 미술품을 등록하는 방안이 사실상 어렵다는 논리가 떠올랐다. 이를 기반으로 논문을 써서 양도소득세를 폐지하는 논거를 제시하였고, 그 공로로 1997년에는 한국미협이 주는 제1회 자랑스런 미술인상을 받게 되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고, 현명한 분을 만나면 행복하다.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그림을 보면 감동이 있다. 많이 볼수록 보는 눈이 열린다. 작품에는 작가의 모든 것이 스며있다. 좋은 작품에는 작가 자신만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창의력이 넘치는 작품을 보고 있으면 감상자의 생각도 점차 창의적으로 바뀌게 된다. 미술품을 보면서 배운 창의력으로 학교의 교정을 아름답게 꾸민 것은 시작이다. 교수의 목표는 좋은 논문을 쓰는 것이다. 화가가 매일 그림을 그리듯이 교수는 연구실에서 매일 연구하며 세상에 빛이 될 논문을 쓰는 것이다.



정기웅(1951- ) 고려대 법학과 박사. 한국미협 자랑스런미술인상(1997) 수상. 전주대 법학과 부교수, 경찰대 법학과 교수, 교토대 초빙교수 역임. 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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