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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예술, 그 정신의 세례식

김남조

예술은 열정과 몰입의 소산이며 그 각각 청신한 첫 발성이기를 희구하기에 작가들은 고뇌와 무력감의 수렁에서 참담한 부침을 되풀이한다. 또한 현대에 올수록 예술분야의 분화, 또는 통합의 양상들이 뒤섞임으로 후일에 이르러 그 갈래를 어떻게 간추리고 바로 세울 수 있을지도 염려된다. 아무튼 필자는 이 짧은 글에서 미술에 관한 개인적인 소회를 몇 줄 적어보려 한다.


미술은 섬세하면서 장중한 예술이다. 그 분야는 여럿이고 저마다 빛부시지만 그 중에서 그림에 관하여 더 구체적으론 지난여름에 두 번이나 관람한 루오전의 감동을 들고저 한다. 전시관 초입의 대형 유화작품인 <슬픈 광대들>앞에 섰을 때 마치도 지진의 엄습 같은 사나운 전율을 금할 수 없었다. 인간성의 골수에서 불거져 나오는 장엄하고도 엄숙한 비애가 지상의 대기층으로 확산하는 그런 것이었다. 이 전시를 계획했고 기간 내 전시장의 사무실에 상근하는 임은신 큐레이터의 심도 있는 해설에 도움 받아 으슴푸레히나마 처음으로 위대한 세계를 바라보는 광영에 잠겨드는 경우가 되었다. 루오의 대표작인 <미제레레>, 총 58작품을 한 방에 담아 보게 해 준 전시공간에 이르러선 수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정신의 세례식을 체험했으리란 생각을 했고 특히 주조를 이루고 있는 그의 검은색은 수백 단계의 검은 채색이며 유려한 음악의 악보로써 소리를 자아내는 음표임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도 이러한 감동의 발단에서 시작되었으리라. 그 당시 전쟁이 거쳐간 황막한 대도시 한가운데서 좋은 그림 한 장조차 소유하지 못한 한 어린 학생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미술의 매혹에 사로잡혔고 미술 관련의 부스러기 자료들을 보물처럼 수집하면서 마침내 그의 전생을 여기에 바쳐온 애정과 집착 그리고 그간에 성숙해온 소명감으로 우리나라의 처음이자 유일한 미술자료박물관을 세우게 된 듯하다.


글을 쓰는 사람보다 그 글을 읽어주면서 오히려 작가를 선도하는 좋은 독자가 더 아름답듯이 탁월한 미술작가들에 있어서도 저들의 뒤를 밟아 걸으면서 미술사랑 그 일념으로 미술사적 정리를 도와 이를 후세에 남겨주는 역임이 참으로 대견하며 상찬 받을 만하다. 다시 새해를 맞이하였고 시대와 시국의 어려움이 적지 않은 중에 충심으로 바라고 축원하노니 한국의 미술계여 세계의 하늘을 웅비하여라.



김남조(1972- ) 서울대 국어교육 학사, 서강대 문학 명예박사. 국민훈장 모란장(1993), 제41회 대한민국예술원 문학부문 예술원상(1996), 은관문화훈장(1998), 제11회 만해대상 문학부분(2007) 수상. 시인, 예술원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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