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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오래된 그림.. 나의노래

이은미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Lisa del Giocondo, 1503,유채 패널화, 77×53cm, 루브르박물관 소장.



국내보다는 해외여행 중에 꼭 들르는 곳이 미술관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이나 유서 깊은 성화 등의 작품을 둘러볼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내가 서 있는 그 자리의 비현실적인 현장감 같은 것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몇백 년이 지나 더께처럼 앉은 물감에서 작가가 말하려는 색채와 구도를 따라가다 보면 그 시절의 시간과 공간의 이동을 자유로운 상상력과 함께 그려볼 수 있다. 이것은 결코 평소에 쉽게 겪지 못할 일이다. 그런데 물론 내가 사는 서울과는 밤낮이 바뀌어 그런 탓도 있겠으나 두 세시간 정도의 미술관 투어 뒤에 오는 피로감은 여행 중의 피곤함을 극에 달하게 하기도 한다. 특히 인물화 위주의 그림들을 접한 뒤에 극렬하게 느끼는 편인데, 아주 오래전 작가는 그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그 인물의 특성과 분위기 특히 눈빛, 시선을 중요시했을 것이다.


역시 사람을 그린다는 것은 눈빛을 그리는 일이 가장 큰 일이었을 것이고 눈부터 그리기 시작해서 나머지 이미지를 만들어 갈 수도 있겠고, ‘화룡점정’ 마지막에 눈빛과 시선으로 회심의 마무리를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살아있는 그 작품 속 영혼들에 둘러싸여 그 살아있는 사연들에 빠져들어 있으면 아, 정말로 녹초가 되어버릴 지경이다. 확실히 비교될 수 있는 것은 현대 미술관이나 모던아트 형식의 작품들을 접했을 때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아마 그것은 주로 이미지로 연상을 유도하는 현대미술에서는 그런 켜켜이 쌓인 세월의 무게나 사연들이 아마추어인 나에게까지 전해오기는 쉽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피로도가 클수록 서울의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았을 때의 진지함도 비례한다. 이런 것을 아날로그의 힘이라 해야 하는지…. 


음악을 생각하고 노래로 표현되는 나의 무대가 가지는 아날로그적 힘은 무엇일까? 난 무엇으로 교감하고 어떤 우주의 기운으로 내 노래의 시선 처리를 해야 하는 걸까?


보이는 데로 그리는 것이 목적이었고 그렇게 붓을 덧칠했었다면 그런 강렬한 교감을 강요하진 못했을 텐데…. 그렇게 수백 년 전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주눅 들게 하지는 못했을 텐데….


추상화가는 처음부터 추상화를 그리진 못했을 것이고 줄긋기부터 데생, 정물, 풍경 등을 마스터해야 추상도 나올 수 있듯이 새삼 음악의 본질을 생각해본다. 


혹시 그대도 또는 나 자신도 그 음악의 무게에 지쳐있진 않을까? 혹시 지치고 녹초가 되어버린 음악에 그대도 또한 나 자신도 강렬한 교감을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이은미(1966- ) <기억속으로>, <Beyond Face>, <소리 위를 걷다>, <아모르 파티> 등 발매, 『이은미, 맨발의 디바』 (2012, 문학동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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