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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만종> 속에 담겨진 세 가지 비밀

최낙중

나는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농촌에서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지었다. 논밭에 곡식을 심을 때보다 오곡백과가 익은 가을에 추수하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먼 들녘에서 볏단을 지게에 지고 집 마당까지 오노라면 입은 옷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밭에서 캔 고구마는 볏단보다 더 무겁다. 하지만 창고에 소복이 쌓을 때의 즐거움은 비길 데 없다. 훗날 신학을 하고 목사가 되었다. 세계 여러 나라에 있는 교회들로부터 부흥사로 초청을 받았다. 소위 선진국이라는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일본, 뉴질랜드, 독일은 물론 가난한 아프리카의 케냐, 탄자니아 등 수많은 나라들을 다니면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아프리카의 밤하늘 은하수는 은가루를 잔뜩 뿌려놓은 하늘에서 흐르는 강과 같다. 깊은 계곡의 그랜드캐니언이며 엄청난 양의 물이 높은데서 떨어지는 굉음의 나이아가라 폭포며, 한없이 넓은 빅토리아 호수는 화가 중에 화가이신 하나님의 그림 솜씨라 아니할 수 없다. 나는 어느 나라든지 가게 되면 국립박물관을 둘러본다. 거기에 역사와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진, 선, 미의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채널이 세 개다. 성경, 역사, 그리고 대자연이다. 미술·박물관에서 수많은 명화들을 보았다. 그 많은 그림들 가운데 내 마음과 시선을 집중하게 하는 그림이 있다. ‘장 프랑수아 밀레(Jean Francois Millet, 1814-1875)’가 그린 <만종>이다.


밀레, <만종>, 캔버스에 유채, 55.5 x 66 cm, 오르세미술관 소장.


석양이 물들어가는 들녘에서 가난한 부부가 멀리서 들려오는 교회 종소리에 하던 일손을 멈추고 남자는 머리에 쓴 모자를 벗어 손에 들고 여인과 함께 두 손을 모은다. 부부는 함께 고개를 숙여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 그들 옆에는 감자를 캐던 낡은 쇠스랑이 땅에 꽂혀있다. 아직 바구니에 담지 않은 감자들이 널려있다.


내가 이 <만종>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이 그림 속에는 우리 인생살이에서 소중한 세 가지가 잘 담겨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노동의 신성함이다. 둘째는 부부사랑이 담겨있고, 셋째는 거룩한 종교가 있다. 밀레가 만종을 그리기 전에 그린 그림은 <이삭 줍는 세 여인의 풍경>이라고 한다. 넓은 농장을 배경으로 짚단을 싣고 있는 일꾼들과 말을 타고 일꾼을 부리는 지배인이 보인다. 추수 때의 풍요와 환희가 있지만, 가난하기에 이삭을 줍는 세 여인을 보면 측은한 생각이 든다. 밀레가 그린 이삭 줍는 여인의 그림이 전시되자 보수적인 비평가들은 “누더기를 걸친 허수아비와 빈곤을 관장하는 세 여신”이라고 악평을 하였다고 한다. 밀레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물감을 살 돈도 없을 때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아르투스 스테반스라는 화상이 그림을 인수한다는 조건으로 밀레에게 1,000프랑을 지원해 주었다. 그것으로 탄생한 그림이 바로 <만종>이다.


밀레가 그린 만종은 반 플라트라는 사람에게 3,000프랑에 팔린 뒤에 또다시 미국으로 팔려갔다. 1906년에 백화점의 재벌가인 알프레드 쇼사르가 다시 80만 프랑에 사서 조국인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기증하였다. 1,000프랑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만종이 오늘날 세계 관광객을 프랑스로 불러들이는 보물이 되었다. 미술의 가치는 아름다운 색채가 아니다. 그림 속에 담겨있는 우리 인생살이에서 감동적인 교훈을 주는데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사람들은 밀레가 그린 만종 속으로 들어가야 할 때이다. 잃어버린 노동의 신성과 부부사랑과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앙을 되찾아야 할 때이다. 비록 가난할지라도 노동하는 즐거움과 부부사랑과 신앙이 있다면 건강한 사람, 밝은 사회, 행복한 세상을 이룰 수 있다. 이것이 내 마음 속에 있는 미술의 가치이다.



최낙중(1945- ) 해오름교회 담임목사.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바위오 중앙대(ph.D), 백석대 명예신학박사, 백석대 초빙교수, CBS·CTS기독교TV등 방송설교가, 세계선교대상 수상 등. (사 )한국청소년바로세우기 대표회장.『하나님의 지우개』, 『겨자씨』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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