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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올라퍼 엘리아슨의 연결된 순간들

안경화

미술관 안에서 해가 떠오르게 하고, 뉴욕에 폭포를 만든 올라퍼 엘리아슨(Ólafur ELÍASSON, 1967- ). 수십 년간 인간과 환경 사이의 역동성을 탐구해 왔으며, 대자연 풍경을 구현해온 그의 개인전 《올라퍼 엘리아슨: 서로 연결된 현재의 조화로운 순환》(2023.11.24-3.31, 도쿄 아자부다이힐스갤러리)이 진행 중이다. 갤러리는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웰빙을 목표”로 모리 빌딩이 개발한 아자부다이 힐스에 위치한다.

서로 연결된 다면체의 나선형 모듈이 공중에 그려내는 추상화. 사막의 태양과 바람이 만들어낸 원형 드로잉. 어둠 속에서 빛을 받으며 떨어지는 물방울의 궤적.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출신인 작가는 이 작품들이 “시간, 느림, 운동, 기하학”이라는 개념으로 엮여 있다고 설명한다.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으로, 기후 위기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로 알려진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세계와 자연과의 관계에 대한 해석을 유도한다.

전시는 신작 <반딧불이 생물권(떨어지는 별 마그마)>으로 시작한다. 세 개의 동심원 다면체가 다른 다면체 안에 있는 이 기하학적 모형은 ‘스튜디오 올라퍼 엘리아슨’에서 오랜 기간 수행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2016년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올라퍼 엘리아슨: 세상의 모든 가능성》전을 봤다면 천장에 매달린 작은 조각이 만들어내는 색채와 그림자를 기억할 것이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파도와 바다의 움직임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작년 초, 카타르에서의 전시를 위해 도하 인근 사막에 드로잉 기계를 설치했다. 바람으로 작동하는 진자가 회전하는 캔버스 표면을 가로지르며 자국을 남겼다. 현장의 기상 조건을 반영한 자국이 만든 그림은 각기 다른 모습이었다. 바람은 재활용 아연으로 제작한 다면체 모듈 작업 <우리가 숨 쉬는 공기>에도 등장한다. 모듈 꼭대기에 설치한 팬에서 나오는 바람이 작품으로 들어가고 관객은 피부에 닿는 미묘한 공기 촉감을 감지한다. 두 번째 방에 설치된 작업은 지구의 움직임이나 현장의 날씨 등 사람이 아닌 주체가 개입되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15점이라는 많지 않은 작품으로 구성된 개인전의 하이라이트는 <찰나의 순간을 위한 집>이다. 2초 동안 천장에 부착된 3개의 파이프에서 나오는 물방울의 움직임이 스트로보 조명에 포착된다. 빛의 번쩍임과 함께 순간의 흔적이 공간에 형상화된다. 바닥에 부딪히는 물방울 소리, 공기 중의 습기가 20m가 넘는 직사각형의 어두운 공간을 채운다. 찰나는 순간적으로 멈추었다 계속되고 관객은 지속적으로 바뀌는 곡선을 바라본다.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재구성하는 이런 느낌은 파악하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것처럼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서로 연결된 현재의 조화로운 순환 A harmonious
cycle of interconnected nows, 2023
ⓒ Ólafur ELÍASSON


전시 제목이기도 한 공공미술 작품 <서로 연결된 현재의 조화로운 순환>은 모리 JP 타워의 로비에서 볼 수 있다. 어느 인터뷰에서 작가는, 어떤 사물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는 거시적 수준과 그 사물이 작은 요소로 구성되었다는 미시적 수준으로 하나의 사물을 동시에 바라보면서 이 작품에 관한 영감을 얻었다고 언급했다. 4개의 복잡하고 섬세한 나선형의 작업은 15m 높이의 천장에 매달려 있다. 다면체 모양의 모듈이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다양한 각도와 사이즈의 표면은 건물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반사한다.

아자부다이 힐스에는 작가의 스튜디오와 협업한 ‘카페 더 키친’도 있다. 양배추, 비트, 당근이 흡수한 태양이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로 전환되고 인간은 그 에너지(채소)를 먹고 삶을 이어간다. 사물의 상호 연결성을 인식하는 요리를 먹는 행위, 개인적으로 작가가 말한 “예술과 음식의 대화”가 이 전시의 마지막 관람 순서로 적합하다. 이전에 엘리아슨 전시를 봤다면 이번 전시가 복습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아자부다이 힐스에는 조만간 몰입형 디지털 아트 작품을 소개하는 팀랩 보더리스와 페이스갤러리 도쿄가 문을 연다. 도쿄 방문 계획이 있다면 헤더윅 스튜디오에서 설계하고 모리에서 만든 이 “도시속의 도시”에 방문하길 추천한다.



- 안경화(1971- ) 이화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 과정 수료. 월간미술 기자, 인사미술공간 에디터 역임. 아트선재센터 큐레이터, 아르코미술관 수석큐레이터, 백남준아트센터 학예팀장·학예실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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