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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도심 속 숨은 명소를 거닐며 마주하는 문화

황정인

진정한 도심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관광객이 많은 미술관, 박물관 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 다니지 않을까?
주말마다 열리는 벼룩시장, 빈티지 마켓, 파머스 마켓, 강가를 따라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한 음식점과 술집, 광장과 작은 공원에 이르기까지 도시민의 삶과 그 안에 살아 숨쉬는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필라델피아 도심 서쪽으로는 뉴욕주에서 출발하여 펜실베니아주와 뉴저지주의 경계를 따라 흐르는 델라웨어(Delaware) 강이 있다. 강가를 따라 수십 개의 잔교(Pier)가 줄지어 있는데, 여전히 선착장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공원·전시장·레지던시·레저·레스토랑처럼 다양한 문화이벤트가 펼쳐지는 복합문화시설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중 체리스트리트피어(Cherry Street Pier, 이하 CSP)는 과거 시립 잔교 9번(Pier no.9) 으로 불리던 곳으로, 한때 해운 산업이 활발했던 필라델피아의 주요 계선시설 중 하나였다. 급변하는 산업으로 인해 이곳은 20세기 중반 이후 빈 공간으로 방치되다 델라웨어리버워터프론트사의 기획 아래 2018년 복합문화시설로 새단장을 마쳤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옛 철로, 강철 지붕, 석조로 된 외관 일부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내부에서는 다채로운 문화예술이벤트가 열리는 도심 속 숨은 명소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5000㎡(약 1500평) 규모의 CSP는 필라델피아 컨템포러리(Philadelphia Contemporary), 리버티 플리마켓(Liberty Flea) 등 필라델피아의 주요 문화예술기관 및 각종 단체와의 긴밀한 협업으로 시각예술 전시와 공연, 토크, 핸드메이드 아트마켓, 벼룩시장을 꾸준히 개최한다.




상) 체리스트리트피어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공간 전경.
하) 로컬 브루어리 맥주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체리스트리트피어의 야외 비어 가든 전경. 
옛 선박 창고의 지붕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미지 제공: 황정인


무엇보다 소상공인, 예술인이 매월 관리비가 포함된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본인의 창작물과 사업 아이템을 발표, 판매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레시던시는 25-40㎡ 규모의 총 14개의 콘테이너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진, 조각, 회화, 디자인, 공예, 미술교육, 문학, 공공미술, 음악 등 다양한 창작자가 각자 배정받은 공간 안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 창작공간과 별도로 입주작가 공용 공간 및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작업실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작품 판매도 가능하다.

CSP는 다양한 형태의 마켓, 비어 가든 운영, 로컬 푸드 체험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곳이자 숨은 관광 명소로 하루 평균 방문객이 많은 편이다. 공공장소에 위치한 개방형 작업공간이므로, 보다 많은 관객과의 만남을 통한 적극적인 피드팩과 홍보 마케팅을 필요로 하거나, 커뮤니티 프로그램 운영 혹은 다양한 주체와의 협업 가능성을 열어둔 창작자라면 한번쯤 입주를 고려해 볼 만한 하다.

급격한 산업 변화로 도심 속 여러 시설이 변화의 흐름을 겪는 것과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예술콘텐츠를 적극 활용하여 제2의 도약을 꿈꾸는 움직임은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하지만 하나의 특정 문화예술장르에 대한 지원이나 기능에만 국한하지 않고,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뿐만 아니라 관광객의 유입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역 문화예술기관 및 소상공인과의 협업, 지역의 커뮤니티와의 네트워킹, 도시에 거주하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차지하는 고유한 영역을 존중하고 이를 알리기 위한 이벤트가 많은 이의 노력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낯선 도시를 찾는 이들이 갈망하는 살아있는 문화 체험은 결코 하나의 감각이 아니라, 직접 골목을 걸으며 온몸의 감각을 통해 복합적이고 동시적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할 때, 이러한 도시 곳곳에 숨은 명소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 황정인(1980- ) 홍익대 예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런던 골드스미스대 대학원 문화산업과 석사. 전 사비나미술관·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큐레이터, 현 비영리연구단체 미팅룸 대표·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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