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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예술과 문화정체성, 그리고 커뮤니티

황정인

필라델피아 차이나타운 북쪽에 위치한 AAI 입구 전경, 사진ⓒ황정인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는 미국의 여느 도시들처럼, 필라델피아에서도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여러 사람이 저마다 터를 잡고 살아간다. 5년마다 진행되는 미국의 인구조사통계(2013-17년)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아시아 인구는 대략 총 1,720만 명으로, 이중 약 2.4%인 41만7,525 명이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그중 약 27%가 필라델피아에 거주하고 있다. 또한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는 아시아 인구수는 중국(약 3만7,000 명), 인도(약 2만 명), 베트남(약 1만 6,000 명), 캄보디아(약 9500 명), 한국(약 6,700 명) 순으로 많고, 동아시아 지역으로 보면 중국에 이어, 한국, 일본(약 1,000 명)이 각각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내의 아시아 인구 밀도로 볼 때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곳에는 아시아에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들의 예술을 소개하고, 교육하면서 미국 사회 커뮤니티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 유지, 발전시키는 움직임이 있다. 바로 아시아예술계획(Asia Arts Initiative, 이하 AAI)의 문화예술 활동이다.
AAI는 필라델피아 차이나타운 북쪽에 자리한 비영리 문화예술기관으로, 1993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이 도시에 거주하는 아시아인 및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창작활동을 널리 알리고, 그들의 활동이 지역사회와 결합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오고 있다. 본래 AAI는 미국의 60, 70년대 대안공간 설립 움직임의 하나로 탄생한 페인티드브라이드아트센터(Painted Bride Art Center)의 지역예술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90년대 초, 다양한 인종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대되면서, 필라델피아 최초로 아시아 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아시안 어메리칸 페스티벌이 열렸고, 그것을 필두로 AAI는 아시안 커뮤니티의 문화예술 활동에 집중하는 전문적인 기관으로 독립하게 된다. 이들은 시각예술부터 공연예술에 이르기까지, 장르에 상관없이 주류 예술계에 알려지지 않은 역량 있는 아시아계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그것을 매개로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형성, 연결하면서 미국 내 아시아 문화에 대한 인식과 경험을 확장해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먼저 2000년부터 시작된 AAI의 시각예술 프로그램은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장소 특정적 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미술을 소개하며, 매해 4-5회의 전시를 개최한다. 참고로 시각예술 프로그램은 차이나타운 시내에 대형 야구장을 짓겠다는 도시계획에 반대하는 예술적 움직임으로 시작되었다. 지역 예술가와 활동가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야구장 건립계획이 무산되면서, 지역과의 유대, 예술을 통한 사회변화를 모색하는 예술적 움직임은 더욱 큰 힘을 얻었고, 현재 AAI의 프로그램이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강조하는 점에도 어느 정도 그 의의를 제공했다.
AAI는 지역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예술 활동 지원프로그램으로 아티스트 레지던시 ‘소셜프랙티스랩(Social Practice Lab)’을 운영하며,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작가들의 예술적 기량을 통해 커뮤니티 형성을 돕는 중장기 프로그램 ‘아티스트 커뮤니티 트레이닝(Artists in Communities Training, ACT)’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의 경우, 직접 손으로 만들어보면서 창작에 필요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그것을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면서 예술의 가치와 의미, 사회적 역할 등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도록 돕는다. 그 밖에도 이곳에서는 문화적 다양성, 이민과 거주, 인종 간의 화합 등 사회문화적 맥락을 지닌 음악, 무용, 희극 등의 공연예술 프로그램과 지역사회의 다양한 관객들을 아우르는 관객 맞춤형 워크숍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하나의 지역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데에는 크고 작은 마찰이 늘 있기 마련이고, 다민족 국가로서의 오랜 역사를 지닌 이곳에도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재해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예술이 보다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다름과 문화적 정체성을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지역사회 안에 공유, 공존할 수 있는 수많은 삶의 가치와 생각들을 일깨워 줄 수 있다는 사실 역시 AAI 같은 기관들의 지속적인 노력에서 보듯이 유효하다.


- 황정인(1980- ) 홍익대 예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런던 골드스미스대 대학원 문화산업과 석사. 전 사비나미술관·프로젝트스페이스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현 비영리연구단체 미팅룸 대표·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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