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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Art Magazine MoMA

김병수

모던 아트를 규정하는데 큰 역할을 수행한 뉴욕의 모마(MoMA, Museum of Modern Art)가 새 단장을 마치고 마침내문을 열었다. 정식 개관 이전에 한 번 그리고 그 이후 한 번 두 차례 둘러본 인상은 한마디로 미술잡지를 훑어보는 느낌이 들었다. ‘기계, 마네킨, 그리고 괴물’과 같은 제목이 붙은 전시실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른바 미술사적인 방식보다는 아트 매거진을 편집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잡지의 에디터 역할까지 수행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딱딱한 학술 서적에서 시의성 있는 매거진으로 변모는 시대 상황에 대한 적응일 수도 있다.『 모마 하이라이트』 한국어판에서 글렌 로리(1952- ) 관장은 “소장품 갤러리의 각 층은 이제 모든 큐레이터 부서들의 모든 매체를 통해 이 시대의 미술 이야기를 전하고” 근대미술로서 모던아트와 현대미술인 컨템포러리 아트를 “진화하는 시각을 반영하는 끊임없이 풍부한 조합을 이야기하면서, … 갤러리는 여전히 시대별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 새로운 배열 방법은 우회, 탈선, 건너뛰기, 바로 가기 및 완전한 몰입을” 의도했다고 밝혔다.



Installation view of Artist’s Choice Amy Sillman The Shape of Shape, on view at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from October 21, 2019, through April 12, 2020.
ⓒ 2019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Heidi Bohnenkamp

‘모마’라는 이름 속에 있는 근대미술에 현대미술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기획전 ‘둘러싸는 것들(Surrounds)’을 통해 잘 파악할 수 있었다. 쉐일라 힉스, 다야니타 싱, 마크 맨더스, 히토 슈타이얼, 자넷 카디프와 조지 뷰레스 밀러, 소우 후지모토, 리바니 노이엔슈벤더, 아서 자파, 사디 베닝, 알로라와 칼자딜라, 사라지 등의 작가가 참여한 비엔날레나 아트페어의 주제전처럼 보이는 전시가 열렸다.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양혜규의 전시도 진행되었다.

근대미술과 현대미술을 동시에 고려하려는 입장만큼이나 글로벌과 로컬을 고민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뉴욕의 미술관이 이른바 ‘글로컬’을 염두에 두다니! 로리는 모마의 개조는 “세계화된 미술관을 만들되 뉴욕시에 뿌리내린 미술관을 만들려”는 프로젝트에서 진행되었다고 여러 차례 언명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좀 거칠게 요약하면 미술사에서 글로벌은 서양 ‘근대’ 미술사를 의미했고 여기서 근대의 중심은 서유럽과 미국을 주로 함의했다. (모더니티가 시각예술에서 발현되는 방식을 탐구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자꾸만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그런데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모마의 글로컬은 서양미술에 미국미술 ‘끼워 넣기’처럼 보이기도 했다. 앙리 마티스의 전시실에서 느닷없이 알마 토마스(Alma THOMAS, 미국, 1891-1978)를 발견할 때 당황하거나 어리둥절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이미 서울의 모 사립미술관 오너가 사용한 방식이라 익숙하기는 하지만!)

미국미술을 말할 때 앤디 워홀의 팝 아트와 잭슨 폴록의 추상표현주의 그리고 바스키아의 그래피티 등을 떠올리는데 아예‘할렘 미술’을 하나의 브랜드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이콥 로렌스(1935-99)는 이번 필드워크에서 가장 값진 발견이다. 이민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삶을 통해 지속적인 글로컬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떤 캐릭터를 획득하고 잘 수행한다고 그것이 바로 브랜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떤 전시실은 미국 작가가 스스로 선택한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에이미 실먼) 또 노골적으로 ‘미국 그리기’라는 전시실도 있었다. 거기에는 무명씨의 사진들을 아카이빙해서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천안문 이전과 이후’라는 전시실로 글로벌한 감각적 개입을 한다. 현대 세계를 그리는/편집하는 모마의 방식은 글로컬하면서 근대와 현대의 동시 발생을 기획하고 있어 보인다. 역시 지정학적 미학은 동시대적인 이슈이다.


김병수(1963- ) 홍익대 대학원 미학과 박사수료. 제17회 월간미술대상 학술·평론 부문 대상 수상(2012).『 미술의 집은 어디인가』(신원, 2015) 등 지음. 현재 목원대 대학원 기독교미술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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