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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표현의 자유 획득, 이제 시작한다

이나바 마이

아이치트리엔날레 2019

아이치트리엔날레 2019(8.1-10.14, 일본 아이치현 일대)는 개막하자마자 소동을 불러일으켰다. 트리엔날레의 한 부문인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이하 ‘그 후’전)에 대한 협박 전화와 전시를 방해하려는 이메일, 팩스 등이 쇄도해 사무국이 대응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고 한술 더 떠서 나고야 시장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전시에 대한 비판 발언이 이어지며 개막 3일 만에 전시가 중지되었다. ‘그 후’전은 4년 전에 도쿄의 작은 화랑에서 열린 ‘표현의 부자유전’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일본 사회에서 터부시되고 있는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에 검열당한 작품들을 전시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을 가시화하려는 시도였다. 예술감독인 쓰다 다이스케 씨는 이 전시의 뜻을 중요시해 트리엔날레의 한 부문으로 초대했다.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의 닫힌 문 앞에 붙인 관람자들의 메시지들, 필자 촬영

전시가 중단되자마자 ‘그 후’전 실행위원회는 주최 측에 의한 검열이라고 반발했고 해외 작가들 10여 명도 연대하고 전시 중지나 내용 변경을 통해 항의하기 시작했다. 국내외의 미술단체나 시민단체도 전시 중단에 대한 항의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 후’전 참여작가 중 일부도 ‘RE Freedom AICHI’를 결성하고 인터넷을 통해 전시재개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과 동시에 표현의 자유에 대해 시민들과 대화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또한 관람객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느끼고 있는 부자유에 관해 쓴 종이를 닫혀 버린 ‘그 후’전 문에 붙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종이가 부착된 벽은 날마다 퍼져 나가 전시 재개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었다.

한편 아이치현은 검증위원회를 설치하고 당사자에 대한 청취 등을 통해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려고 했다. 그러나 검증위원회는 전시 중단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협박과 정치인들의 발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고 내용은 마치 ‘그 후’전의 내용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중단되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었다. 또한 문화청이 아이치트리엔날레에 대한 보조금 7,800만 원을 교부하지 않을 것이라 고 발표했다. 문화청의 교부취소 결정은 외부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내부적으로 결정된 것이었다는 사실이 발각되었기 때문에 큰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9월 21일에 열린 ‘아이치트리엔날레 검증위원회’ 포럼이 끝난 후
항의하는 시민(오른 쪽 흰 옷)과 대응하는 ‘표현의 부자유전 그후’ 참여작가(왼쪽 검은 옷), 필자 촬영

문제가 계속 복잡해지면서 재개 가능성이 의심되었으나, 10월 8일 오후, 드디어 ‘그 후’전 및 보이콧을 했던 모든 전시가 재개되었다. 그러나 안전 확보를 위해 ‘그 후’전의 관람은 하루에 6회 교대제로 하여, 한 번에 35명만 볼 수 있게 되었다. 관람 희망자 수가 늘어나면서 추첨을 통해 관람할 수 있는 사람은 10분의 1에 불과할 정도가 되었고 다행히 뽑힌다고 하더라도 여러 제약이 있다. 언론도 회장에서 배척되었다.

이번 사태를 돌이켜 볼 때 쓰다 감독이 처음부터 ‘그 후’전의 편에 서서 싸우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한편 트리엔날레 내용 자체는 매우 유니크한 것이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참여 작가의 남녀 균등, 35세 이하의 젊은 작가 20% 참여 등을 시도하고, 남미 작가들의 일본 첫 공개도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표현의 부자유’전의 초대는 언론인 감독이었기에 할 수 있었던 과감한 시도였다.

트리엔날레의 기간 중 전 작품이 제대로 전시된 것은 불과 10일간이었으나 이번 사태는 대규모 국제미술제의 방식, 정부의 문화사업에 대한 자세, 특히 표현의 자유에 관한 일본 사회 전체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했다. 폐막 직전의 재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관람함으로써 문제를 공유하는 자리가 펼쳐지는 것은 틀림없다. 표현의 자유를 획득하기 위한 투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나바 마이(1968- ) 국민대 예술대학 미술이론학과 박사. 한·일 근현대미술 연구. 현 광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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