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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퍼포먼스 아트마켓

구정원


데이비드 리카드, 배출 ⓒManuel Vason

의료용 산소호흡 마스크를 쓴 한 남자가 스스로 산소통이 되어 제법 부피가 나가 보이는 알루미늄 풍선에 조심스레 숨을 주입한다. 그 숨으로 가득 메워진 풍선의 매듭을 지운 후 그는 마스크의 호스를 밖으로 오픈하여 주변의 공기를 흡입한다. 이러한 행위는 총 24시간 동안 반복되는데 그의 뒤로 점차 쌓여가는 완성된 풍선들의 시각적 무게는 보는 이로 하여금 우리의 삶에서 쉽게 간과되어지는 숨과 공간에 대한 존재를 환기시킨다.  본 작업은 영국의 아티스트 데이비드 리카드(David RICKARD)의 대표적인 퍼포먼스 <배출(Exhaust)>로써 작품이 재현된 공간은 지난 9월 초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되었던 퍼포먼스 아트페어 ‘A Performance Affair(APA)’(9.5-9.8)이다.

최근 몇 년간 유럽의 현대미술계는 퍼포먼스라는 장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017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독일관의 작가 앤 임호프(Anne IMHOF)의 <파우스트>(Faust)와 금년 수상작인 리투아니아관의 <태양과 바다>(Sun&Sea) 작업 모두 퍼포먼스이다. 특히, 여느 해와는 달리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퍼포먼스 프로그램이 부각되었다. 또한, 프리즈(Frieze)와 같은 국제적인 아트페어에서도 퍼포먼스는 컬렉터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약방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편, 현장에서 젊은 작가들과 함께 호흡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시에서는 퍼포먼스에 대한 담론을 보다 실질적인 측면에서 다루어왔다. 런던 델피나파운데이션(Delfina Foundation)에서는 2016년부터 『Live Forever: Collecting Live Art』(Koenig Books, 2014)의 저자 테레사 칼론제(Teresa CALONJE)를 비롯해 퍼포먼스 전문 큐레이터, 아티스트, 컬렉터, 갤러리스트 등과 함께 ‘Collecting the Performance’라는 주제로 장기간의 워크샵 및 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퍼포먼스라는 장르의 특성과 그것을 감상하고 소장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연구해 왔다.


Lieven SEGERS presented by Base-Alpha Gallery ⓒJeroen Verrecht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본 페어는 이처럼 점점 더 증가하는 퍼포먼스라는 장르에 대한 관심과 수요보다 정작 그 유통의 구조 및 프로토콜이 정착되지 않은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본 페어는 퍼포먼스 작업을 유통함에 있어서 필요한 소위 매매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들을 하나하나 구축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두고 있다. 큐레이터, 작가, 컬렉터, 기관 디렉터로 구성된 7인의 선정위원들이 뽑은 총 27팀의 갤러리 및 아티스트들은 페어장 입구 로비의 전광판에 제시된 타임테이블에 따라 퍼포먼스를 진행한 후 컬렉터들과 함께 작품 소장의 조건을 서로 의논한다.

해학적 작업으로 주목받는 벨기에 아티스트 리벤 세게르(Lieven SEGERS)의 퍼포머티브 인스톨레이션 <HELP>의 구매 조건을 예로 들어보자. 본 작업의 미디엄은 바닥에 놓인 선풍기와 겉면에 ‘HELP’라고 씌어진 흰 풍선으로 구성된다. 바닥에 눕혀진 채 천장을 향하여 돌아가는 선풍기 위에서 더 올라가지도 더 내려가지도 못한 채 제 자리에서 요동치는 흰 풍선은 우리의 삶을 은유한다. 이 작업의 구매 조건은 1년에 한 번 소장자가 정한 날에 작가가 가서 직접 설치를 해 주는 것을 전제로 한다. 물론 여기에 교통비 운송비용은 제외된다. 소장자의 사망과 동시에 소멸하는 본 작품은 퍼포먼스라는 장르가 가지는 시간적 덧없음(Ephemeral)을 가장 잘 시사하는 듯하다.


구정원(1975- ) 중국 상하이 두어룬시립미술관 국제협력 큐레이터, 영국 국제 큐레이터포럼(ICF) 펠로우. ‘Curating The International Diaspora’(2016-17, 런던, 광주, 바베도스, 마티니크, 샤르자), ‘أنا [ana] please keep your eyes closed for a moment’(2015-16, 샤르자), ‘Allegories of Shanghai’(2015, 상하이), ‘WOO:RI’(2012-13, 프라하) 외 다수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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