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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제10회 리버풀비엔날레

구정원

Ryan GANDER with Jamie CLARK, Phoebe EDWARDS, Tianna ME
HTA, Maisie WILLIAMS and Joshua YATES, From five minds of great vision(The Metropolitan Cathedral of Christ the King disassembled and reassembled to conjure resting places in the public realm), 2018. Installation view at Liverpool Metropolitan Cathedral, Liverpool Biennial 2018: Beautiful world, where are you? Photo: Rob BATTERSBY


Beautiful world, where are you?
2018.7.14 - 10.28

최근 영국에서 가나 출신의 엄마에게서 출생한 영국 국적의 초등학생 아이가 방학 동안 벨기에 친척 집을 방문하고 고국의 엄마 품으로 돌아오는 길에 입국을 거부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요는 아이가 태어날 당시 이민국의 실수로 조건이 안 되는 아이에게 영국 국적을 주었기에 아이는 그것을 국가에 다시 반납해야 한다는 입장. 그야말로 모자간에 예상치 못한 생이별을 하게 된 셈이다. 브렉시트(Brexit) 이후로 점점 가시화되고 있는 영국 정부의 이방인에 대한 배척은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반인륜적 행보와 비교되며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영국인들의 뜨거운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로 올해의 이상기온만큼이나 뜨거웠던 런던. 이와 동시에 유럽의 문화도시 리버풀은 현대미술을 통해 휴머니티의 소환을 염원하는 목소리에 동참하였다. 주민 대다수가 브렉시트에 반대했던 리버풀은 브리스톨(Bristol), 홀(Hull)과 함께 영국의 3대 노예 무역항으로써 영국의 이민역사가 발현한 주요한 장이었고, 현대미술에 있어서도 이방인의 미술 즉, 디아스포라 현대미술의 플랫폼 역할을 한 곳이기도 하다. 그 대표적인 미술 기관인 블루코트(Bluecoat)를 비롯한 16곳의 미술기관 및 공공장소에서 막을 올린 제10회 리버풀비엔날레 ‘Beautiful world, where are you?’는 객원 큐레이터인 캐나다 온타리오미술관(Art Gallery of Ontario)의 키티 스콧(Kitty SCOTT)과 본 비엔날레의 감독인 샐리 탈란트(Sally TALLANT)가 공동으로 기획하였다. 슈베르트 음악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독일의 문학인 프리드리히 쉴러(Friedrich SCHILLER)의 시에서 차용한 본 타이틀은 당대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의 몰락이라는 난국의 시대적 상황을 현재로 소환해 불안한 동시 대상을 비유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18세기의 ‘아름다운 세상(Beautiful World)’과 동시대의 그것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과 패러다임의 간극만큼이나 본 비엔날레의 주제와 작품 간의 그것 또한 가깝지만은 않은 듯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자칫 지난하고 지루할 수 있는 주제에 숨통을 틔워 주었다. 
과거 법원과 감옥으로 사용되었던 신고전주의 건축물 세인트조지 홀(St. George’s Hall)에 설치된 터키의 아티스트 인지 에비네르(Inci EVINER)의 뉴 커미션 필름 <Reenactment of Heaven>과 레바논의 아티스트 라미아 조레이그(Lamia JOREIGE)의 비디오 설치작 <After the River>(2016) 등은 죄와 심판이 공존하는 장소성과 함께 본 비엔날레의 주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투영했다. 
반면 빅토리아갤러리미술관(Victoria Gallery&Museum)에 설치된 프란시스 알리야스(Francis ALlŸS)의 장기간의 회화 프로젝트 <Age Piece>는 이와 대조적으로 다가온다. 1980년대부터 작가의 영상 작업의 배경이 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등을 답사하며 그 풍경을 틈틈이 엽서 크기의 회화로 담아낸 본 작업은 회화 안에 드리워진 아름다운 풍경에 한번, 그리고 실제 장소성이 가지는 대조적 기후에 또 한 번 전율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본 전시의 주제를 상기시킨다. 
현대미술의 사회공헌이라는 명확한 사명감을 가지고 탄생한 리버풀비엔날레는 올해 밀도 높은 뉴 커미션 작업들을 통에 그 역할에 한층 더 다가간 듯 보인다. 그중 영국의 아티스트 라이언 갠더(Ryan GANDER)가 몬테소리 교육 방식을 도입해서 이 지역 초등학생 5명과 함께 제작한 <Time Moves Quickly>는 그 협업의 방식이 괄목할 만하다. 참여 학생들에게 아티스트로서의 공식적인 크레딧을 제공한 갠더는 리버풀의 랜드마크 건축물인 메트로폴리탄성당(Liverpool Metropolitan Cathedral)을 하나의 빌딩 블록으로 해체하고 아이들의 눈으로 재조합한다. 이는 성당과 함께 장소특정적 설치물로 구현되었고 이를 영구 보존하기 위한 후원금도 모금 중이다. 후원금은 또한 영국 공교육에서 갈수록 삭감되어가는 예술교육비를 지원할 예정이라 한다. ‘Beautiful World!’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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