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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삶과 예술이 상생하는 균형적 결속, 뮌스터조각프로젝트

최정주

예술과 삶이 온전히 밀착되기를 꿈꾸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돌아올 무한한 긍정 효과 때문일 것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국정과제 중 문화예술 분야의 경우,‘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문화국가’라는 강령과 함께 ‘일상에서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라는 실천적 과제가 우선적으로 제시된 바 있다. 당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발을 막기 위한 예술인의 권익 보장과 공정성 협약안의 마련에 관심이 쏠려 있는 시국이지만, 우리 시대 나름의 ‘삶과 예술의 결속’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한 대목이라 여겨진다.


그런 관점에서 뮌스터의 조각프로젝트를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조용한 대학도시였던 뮌스터는 50여 년 전 헨리 무어의 현대조각을 도심에 설치하는 문제로 시민들과 갈등을 겪으며 자신들의 예술 환경에 대한 현실을 진단하고, 이후 문화예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정책을 구체화했다. 즉, 나치 정권을 피해 수많은 작가가 타국으로 망명한 이후, 독일은 문화예술 교육 기반이 흔들리고 현대미술에 대한 공백기가 생겼다. 그런 까닭에 뮌스터시민들에게 헨리 무어의 추상조각은 구불구불한 브론즈 덩어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당시 뮌스터시립미술관장인 클라우스 부스만과 큐레이터 카스퍼 쾨니히는 시민들의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고 예술을 통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1977년부터 10년 주기의 ‘조각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른바 ‘도시-공공미술’의 형식으로 시민들의 삶 속에 새로운 미적 감응을 일으키고 미술의 공공적 가치를 확장하기 위한 장거리 마라톤을 시작한 것이다.



피에르 위그, 앞선 삶 이후(After ALife Ahead), 2017, Photo ⓒOla RINDAL


1회부터 뮌스터의 도시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작품들은 뮌스터시, 주립은행 등의 재정적 지원과 협조를 통해 구입되어 그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되었다. 예를 들면, 도시 전체를 당구대처럼 상상하고 지름 3.5m의 거대한 세 개의 구를 게임을 하듯이 도심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도록 이동 설치한 클래스 올덴버그의 <거대한 풀 볼들(Giganten Pool Balls)>(1977)을 비롯해서, 쓸모없고 버려진 공간을 캐스팅하여 기하학적인 미니멀 조각을 보여줌으로써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던 요셉 보이스의 <수지(Unschlitt/Tallow)>(1977) 등은 시간과 거리를 뛰어넘은 채 여전히 전 세계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5회인 올해는 ‘몸을 벗어나, 시간을 벗어나, 장소를 벗어나’라는 주제로 35명의 작가가 새로운 도시 풍경을 만들고 있다. 그 중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은 강 속에 컨테이너를 넣어 참여자들이 예수처럼 물 위를 걷게 한 아이세 에르크먼의 <물 위에서(On the water)>(2017), 13억의 예산을 들여 아이스링크 바닥을 통째로 파헤친 뒤 미디어아트를 보여준 피에르 위그의 <앞선 삶 이후(After ALife Ahead)> 등이다. 주제 그대로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난’ 흥미로움과 그것을 다시 도심 속 일상에 제시함으로써 삶의 층위를 넓혀 나가는 작품들이라고 하겠다.


이처럼 뮌스터조각프로젝트는 그 지역의 특수한 역사성, 장소성 등이 공공미술과 잘 조합을 이루어 ‘예술과 일상의 이상적인 결속’에 있어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무엇보다 10년 단위라는 점, 도심 전체를 스케치하는 점, 과거와 현재의 작품이 교차하고 공존하는 점 등이 세계에 유례없는 개성적 행보라고 하겠다. 도시 환경이 지니는 고유한 리듬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실험적 예술의 가치를 일상에서 교감하게 하고, 여기에 무리없는 행정적 절차를 수반하는 데까지 그들 나름대로 충분한 고려의 시간과 미학적 관점이 반영되었다. 우리가 뮌스터의 변화를 통해 주목해야 할 것은 형식의 독창성 보다는 문화예술의 당면과제를 당장에 해치우는 성마름이 아닌 시와 시민, 문화정책이 균형을 이루며 반세기 동안 흔들림 없이 뚝심 있게 전개되었다는 부분이다. 4차 산업과 예술의 융복합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 미술계의 관심이 적절히 교차하는 우리 식의 ‘균형적 결속’ 또한 곧 실현될 것이라 기대한다.



최정주(1969- )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수료.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OCI미술관 수석큐레이터, 광주아시아문화전당 책임연구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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