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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브렉시트, 영국문화계에 어떤 역풍을 끼칠까?

김승민



Bjarke INGELS Group, Serpentine Pavilion 2016, Photo ⓒIwan BAAN


영국이 자꾸 EU에서 탈퇴한단다. 브렉시트를 두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6월 23일 국민투표를 약속했다. 탈퇴 캠프는 유럽난민사태를 내세우고, 프랑스 칼레 항구 이미지를 통해 안보문제에 빨간불이 들어왔음을 강조한다. 파리 테러에 이민자 2세가 관련했단 사실은 안보 문제를 반이민정서, 반무슬림감정과 연계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시점에 런던의 새로운 시장으로 무슬림 사딕 칸이 뽑히는 역설적 ‘사건’이 펼쳐졌다. 그는 영국에 이민 온 파키스탄 출신 버스 운전사의 아들이다. 사딕 칸은 취임 즉시, 브렉시트가 젊은 층에 치명타를 입힐 거라 경고했다. 정계와 재계의 인사들의 대립이 팽배한 가운데, 문화계의 반응은 어떨까? 

6월, 투표 하루 전날까지 런던 뉴캐슬프로젝트스페이스에서 열린 ‘내 이름을 불러줘: 칼레로부터 들려지는 이야기와 그 이후’전은 칼레의 현실을 좀 더 감성적으로 접근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 중 수상작가인 니콜라야 벤딕스 이스큐임 라센은 덴마크 출신으로 런던에서 거주한다. 그 자신이 이민자였기에, 좀 더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듯하다. 전시에 참여한 원로부터 신진작가 다수가 말하듯, 문화계 인사치고 국경이 나뉘는 것을, 영국이 유럽을 탈퇴하는 것을 찬성하는 이는 없는 듯하다.

인테리어 회사를 경영하며 왕립예술학교에서 유학생들을 접하는 디자이너 에이브 로저스도 현 정책으로 영국은 인재들을 잃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했다. 현재 타 유럽권의 수많은 졸업생은 졸업 즉시 비자가 종료된다. ‘티어-1’이라는 예술가 비자는 하늘의 별 따기고, 회사가 학교를 갓 졸업한 이들에게 고연봉을 보증해야 나오는 노동 비자는 양측에 큰 부담이다. 게다가 예술가는 프리랜서로 작업하며 여러 고용주와 관계를 맺는 창조산업직과도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작년 가디언지에는 터너상 수상 작가 그레이슨 페리를 비롯한 영국문화계 인사 15인이 “이민법을 고치지 않으면 영국 문화계가 거의 한 세대의 재능들을 놓쳐버릴 것이다”라고 경고한 글이 실리기도 했다.

사태가 이렇게 번지자 바비칸센터의 총국장 니콜라스 캐니언 경까지 움직였다. 그는 “우리 센터의 최고 흥행작은 프랑스의 줄리엣 비노쉬가 출연하고 벨기에 감독 이보 반 호프가 연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립극단 토닐그룹이 진행한 프로덕션이었다. 이 4개국의 협조는 행정적인 복잡성 없이 진행했기에 가능했다”며 런던이 유럽의 창조산업의 중심으로 남으려면 영국이 EU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로부터 영국은 우수한 작가들을 흡수하는 데 탁월했다. 벨기에 출신인 안토니 반 다이크는 찰스 1세의 초상화를 그렸고, 미국인 제임스 위슬러가 그 뒤를 이어 왕의 초상화를 그렸다. 프러전쟁을 피해 런던에 온 피사로와 모네도 ‘정치적 난민’이었다. 영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루시안 프로이드도 1933년에 10살의 나이로 나치를 피해 영국에 왔고, 왕립예술원의 의장단에도 독일 출신 볼프강 틸먼스가 포함되어 있다. 그는 영국 최고미술상 터너상을 받은 최초의 외국작가였다. 몇 년 전 로라 프로보스트도 터너상 수상을 받으며 불어 억양이 섞인 영어로 “영국이 이제 집”이라 말했다. 수상으로 이끈 작업 또한 영국기관 그리즈데일아츠의 커미션 작업으로 그녀처럼 레이크디스트릭에 정착한, 나치가 저주한 쿠르트 슈비터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 영국의 서펜타인파빌리온 프로젝트는 국경을 넘은 문화 교류의 정수를 보여줬다. 하이드파크에서 열리는 이 프로젝트는 매년 런던의 여름을 여는 주요 행사다. 영국으로 우수한 건축가들을 초청해 하이드파크 정원에 임시 건축물을 주문하며 매년 스타건축가를 탄생하게 했다. 올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로 줄리아 페이튼존스 서펜타인갤러리 관장의 은퇴를 기념해, 단 한 개의 파빌리온이 아니라 4개의 임시건축물이 추가됐다. 이탈리아계이지만 영국 건축계의 대부가 된 리처드 로저스 경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베를린의 바코 레이빙거, 암스테르담의 쿤레 에드예미, 이민자 2세 아시프 칸, 헝가리계 프랑스인 요나 프리맨, 그리고 코펜하겐에 둥지를 튼 바르크 잉겔스까지 총 5인·팀의 올해의 주인공들과 이들을 축하하는 문화계 인사들이 모였고, 이 파티장에서 유럽은 하나가 됐다. 영국문화계가 유럽발 정치경제적인 역풍과 브렉시트 논쟁을 어떻게 견뎌낼지 궁금하다.


- 김승민(1980- ) 한국현대도자영국특별전 기획(2006), 주영한국문화원 초대큐레이터(2007-11), 리버풀비엔날레 한국관(2010, 2012), 한영수교130주년 ‘어느 노병의 이야기’전, 유네스코 파리본부 미디어전(2013), KBEE 한영미디어아트전(2013),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 ‘베니스, 이상과 현실사이’(2015) 등 다수의 대규모 국제전시 기획. 현 9월에 열릴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 주제전시인 ‘직지, 금빛씨앗’전 기획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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