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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제20회 시드니비엔날레 : 미래는 이미 와 있다 -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

김남은

1973년 출범 이래 올해로 20회를 맞이하는 시드니비엔날레(이하 BOS)가 3월 18일 개막했다. BOS 후원사인 트랜스필드그룹이 파푸아뉴기니에 호주정부의 역외 난민수용소를 운영하기로 하자 작가들이 이를 문제 삼으며 잇따라 보이콧을 선언했던 지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일까, 이번 BOS는 이전의 행사와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전시와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이번 BOS는 공상과학에서 출발한다. 공식 주제는 미국의 SF소설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 1948- )의 유명한 인터뷰에서 따온 것이다. 총 35개의 나라, 83명의 아티스트들이 허구와 실재, 기계와 인간, 과학과 자연 등 가상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바탕으로 최근의 다양한 이슈를 다룬 작품들을 선보였다. 


총감독을 맡은 스테파니 로젠탈(Stephanie ROSENTHAL)은 런던 헤이워드갤러리(Hayward Gallery)의 수석 큐레이터로, 영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미술과 무용의 콜라보레이션에 관심을 보여왔다. 로젠탈의 이러한 성향은 오프닝 주간에 확실히 드러났다. 보리스 샤르마츠(Boris CHARMATZ, 1973- ), 네하 촉시(Neha CHOKSI, 1973- ) 등을 필두로 무용을 테마로 한 이벤트와 안무가들이 참여한 퍼포먼스가 주를 이루면서 대다수 작품들이 공연예술의 성격을 띠었다. 무용이 중심이 되는 퍼포먼스가 증가한 것 외 이번 BOS의 전반적인 작품 성향은 전시공간에서의 연극성이 두드러진다는 점과 장소특정적인 작업이 우세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특히 장소특정적인 작업이 설치된 코카투 아일랜드(Cockatoo Island), 모츄어리 스테이션(Mortuary Station), 캠퍼다운 공동묘지(Camperdown Cemetery) 등은 19세기 시드니의 역사가 담겨있는 장소들이라 작품의 서사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 


Daniel BOYD, What Remains, 2016, mirrored disks, synthetic polymer paint, dimensions variable. ⓒLucas CHOI


한편, 전시가 열리는 7개의 메인 장소들은 ‘사상의 대사관(Embassies of thought)’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공간마다 작가들이 구현하고자 하는 특정한 사조를 대표하고 있다. 이외에도 ‘In-between Spaces’ 콘셉트에 따라 시드니 곳곳에 예술작품들이 흩어져 있어 도시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비엔날레를 감상할 수 있다.


이불, <Willing To Be Vulnerable, 2015-16>, heavy-duty fabric, metalised film, transparent film, polyurethane ink, fog machine, LED lighting, electronic wiring, dimensions variable. ⓒLucas CHOI


이번 BOS에 소개된 한국 작가는 이불(1964- )과 임민욱(1968- )인데, 이불의 작품이 단연 화제가 되고 있다. 육중한 산업 시설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코카투 아일랜드에 설치된 이불의 작업은 1,640㎡에 달하는 터빈 홀을 거대한 조각으로 채운 것으로써 도달하기 어려운 것, 불가능한 것에 대한 열망을 형상화하고 있다. 건축적인 규모로 관람자의 시선을 압도하는 것이 이 작업의 특징이지만 무엇보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를 가장 잘 나타내는 작품이기에 주목을 받는 것으로 생각한다. 로젠탈은 이불의 작업이 코카투 아일랜드에 설치된 모든 작품을 대표한다고 칭하며, 동선상 관람객들이 가장 첫 번째로 접하게 되는 대형 공간에 이불의 작품을 배치하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Sydney Morning Herald)와 ABC(Australian Broadcasting Corporation) 등 호주의 대표 언론들 역시 BOS에서 꼭 봐야 할 작품으로 이불의 작품을 추천했다. 한편, 글로벌 미술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에서 이불의 작업을 후원했던 현대차가 BOS를 공식 후원한다. 지난 행사의 논란 이후 BOS의 재정적인 파트너였던 트랜스필드그룹이 떠나가면서 한국 기업이 주요 후원사가 된 셈이다.


이번 BOS는 관념과 사상이 넘쳐나면서 전시 자체가 어렵다는 평이 있었지만, 지난 행사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기획과 실험적인 퍼포먼스가 오히려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전 세계 60만여 명이 방문하는 BOS, 이러한 이색적인 시도가 바로 아태지역 최대 비엔날레의 위상을 이어가게 하는 것 아닐까.



김남은(1981- ) 숙명여대 사학과 졸업, 홍익대 대학원 예술학과 석사. 신한갤러리 큐레이터 역임(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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