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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작가와 마니아, 그리고 팬덤의 미술시장

서진수

전속작가와 유명작가 또는 특별 전시를 여는 화랑이나 아트페어의 1차 시장, 그리고 2차 시장인 경매에서 공급측 주인공은 역시 작가이다. 작가 중에는 판매가 잘 되어 화랑과 관계가 좋은 작가도 있고, 성격과 전시 준비 과정에서의 까탈스러움 때문에 스스로 외로움을 사는 작가도 있고, 계약관계가 엄격하지 못한 정서상 전시 이후 화랑과 남 탓만 하는 작가도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19년 부터 매월 정부 100만 원, 화랑 50만 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전속작가제 지원신청을 받고 있다. 작가들이 전속하겠다고 줄 서는 화랑은 몇 안 되고, 작가와 화랑이 공동 발전하려는 유대관계도 자꾸 약해지고, 판매수단으로 SNS를 찾는 젊은 작가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궁금하다. 작가도 화랑도 길게 보고 서로 좋은 유대관계를 갖고 분업화와 전문화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미술시장의 역사가 길어지고 정보화도 진전되면서 미술품의 거래 총액은 조금씩 증가하고 있으나 대다수 작가의 개별 판매액은 많이 감소한 묘한 상황에서 작가들은 스스로 협동조합을 만들고, 직거래 장터의 판매자가 되거나, 해외 시장에서 판로를 찾고 있다. 어려움을 겪는 화랑들도 이익을 얻는 화랑 전시의 감소와 판매 부진으로 아트페어에 힘을 쏟고 있다. 전시와 작가 육성을 통한 판매 증가가 생존방식인 화랑의 입장에서는 어디선가 판매가 이루어져야 하는 절박감이 커졌다.



아트바젤홍콩의 입장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선 마니아들


작가와 화랑의 공생과 공동발전으로 연결되어 있던 공급측 세상의 변화와 함께 구매자와 수집가들의 세계인 수요측 세상도 변하고 있다. 정보가 공급측에 치우쳐있던 시대가 지나면서 수요자들도 일반 컬렉터의 시대에서 미술 마니아의 시대로, 그리고 자신을 드러내고 열정을 보이는 팬덤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조용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감상하며 즐기고 작품을 구매하는 수집가들이 시장을 이끌던 시대가 있었다. 2006-7년의 1차 미술시장 붐 이후 지난 10년간 마니아들은 열심히 화랑, 국내외 아트페어, 경매장을 다니며 작품도 보고 가격도 비교해가며 소비도 하고 투자도 하는 적극적인 수요자로 등장했다.

미술 마니아의 증가는 미술시장의 확대와 변화를 일으켰다. 주요 화랑과 유명작가 전시에 가면 어김없이 만나고, 경매는 프리뷰와 경매 당일 모두 참가하고, 아트페어는 국내의 주요 아트페어와 홍콩과 상하이 등에서 꼭 보게 된다. 이들 중 일정 숫자는 국내 비엔날레와 베네치아 등 주요 비엔날레에서도 만난다. 종횡무진 뛰는 이들 중에는 이미 인싸(인사이더라는 뜻으로 여러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 또는 핵인싸(핵심 인사이더)에 속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의 열정과 참여가 미술시장에 활력을 넣어주고, 판매에도 기여한다. 이들은 호텔 아트페어, 모텔 아트페어, 여관 아트페어뿐만 아니라, 미술관 전시 오픈도 빠지지 않고 다닌다.



이건용 퍼포먼스에 참석한 팬덤


마니아, 인싸 외에 팬덤(Fandom)도 미술시장에 등장했다. 아이돌과 연예인을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생긴 팬층이나 사람을 일컫는 팬덤을 최근에 미술시장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스타작가의 탄생과 수요자의 개성과 선호가 합쳐져 원로, 중견 유명작가에 대한 팬층이 생기고, 청년 작가 중 인기를 끌거나 이슈를 뿌리는 작가의 전시에 관람객과 구매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한 예로 단색화 붐 이후 퍼포먼스 작가들이 재조명을 받으며 팬덤이 형성되고, 그들의 행동이 관심을 끌었다. 이건용 작가의 전시 오픈에 많은 사람이 퍼포먼스를 즐기기 위해 모여들고, 김구림 작가의 경매에 참여한 일군의 팬덤이 끝까지 응찰하여 작품을 손에 넣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경매장을 메운 사람들을 향해 좌우로 인사를 연거푸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자신의 워너비나 스타에 대한 애정을 스스럼없이 보이는 팬덤이 미술시장에도 나타났다는 것이 참으로 즐거운 일이고 미술시장의 변화를 상징한다. 경쟁이 치열하고, 판매의 쏠림현상이 큰 시대, 그리고 공급과 수요의 주체들이 모두 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자는 변화를 남보다 빨리 읽고 변화에 잘 적응하는 자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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