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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아트페어 시장의 무한경쟁과 전문성

서진수

국내와 해외 화랑들이 보내온 이메일의 내용을 보면 전시 소식과 함께 아트페어 참가 일정이 날짜별로 나열되어 있다. 화랑의 운영과 홍보에서 국내외 아트페어 참가가 수익 창출의 주요한 변수가 된 것이다. 해외 유수의 갤러리가 보내온 뉴스레터를 보면 세계 아트페어 시장의 판도가 보인다. 화랑들도 아트페어 전담부서를 두고 전문담당자를 배치하고, 홈페이지에 공지도 한다. 화랑 전시만을 통해 작가를 프로모션하고 소득을 올리던 시대는 끝난 것 같아 화랑 운영의 어려움이 느껴진다.

2017년 국내에서 열린 크고 작은 아트페어가 44개에 달한다. 한국화랑협회와 지역 화랑협회가 주최한 KIAF/Art Seoul 등 5개, 개별 회사, 언론사, 특정 갤러리 등이 주최한 아트 부산 등 18개, 미술협회와 미술 단체가 주최한 12개,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재단 등이 주최한 9개였다. 6월(8회), 9월(6회), 10월(6회), 11월(10회)에 집중적으로 열렸고, 서울에서 20개, 부산에서 5개, 제주에서 3개, 대구에서 2개, 그리고 강릉, 경주, 고양, 광주, 군산, 대전, 성남, 안산, 울산, 인천, 창원, 청주, 포항 등에서도 1회씩 열려 전국적으로 아트페어가 개최되었다. 
44개 아트페어 중에는 화랑 중심이 아닌 작가와 소비자의 직거래 페어도 다수 있다. 많은 페어가 열리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자연히 화랑과 작가가 겹치고 판매 결과에 대해 예민해져 참가 화랑에서 페어를 고르는 상황에 이르렀다. 초기에는 주최자와의 친분에 의한 참가가 많았으나, 이제는 판매 결과가 참가 여부의 기준이 되었다. 주최 측은 판매액과 관람객 수 등 결과 발표에 촉각을 세운다. 불경기 때 판매액보다 관람객 수로 저조한 결과를 모면하던 전략을 여전히 쓰기도 한다.


아트바젤홍콩의 제프 쿤스 작품 사진 ⓒ서진수

운영이 미숙하여 판매가 좋지 않은 페어, 구매보다 관람이 주류를 이루어 주최자만 돈 번다고 비판받는 페어, 홍보 부족과 인지도가 낮아 분위기가 썰렁한 페어, 회원들끼리 우의를 다지는 페어도 있다. 집적의 경제를 살려야 하는 아트페어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구매자를 부르지 못하는 페어, 작품이 정체되어 있는 페어, 지원비 받아 작가 부스로 행사 치르기 바쁜 페어 등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다. 세계 아트페어 시장도 부익부 빈익빈, 유명작가 위주로 판매가 이루어지는 상고하저(上高下低) 현상이 강하다. 아트바젤은 최대의 투자로 최대의 판매액을 올리고, 프리즈는 런던과 뉴욕을 연결하는 전략으로 승부를 걸고, 네덜란드의 테팝(TEFAF)도 뉴욕 진출로 시장점유율 제고에 들어갔다. 주식회사인 아트페어들은 세계의 주요 도시에 지점을 확장해가며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시아의 변화도 홍콩에서 시작하여 중국, 대만으로 확대되고 있다. 2018년 5월 베이징에서 상하이 아트페어 팀이 개최하는 ‘징아트(Jing Art, 藝覽北京博覽會)’가 처음 열리고, 홍콩아트페어를 만들고 아트바젤홍콩 첫 디렉터를 역임했던 전문가가 대만에 ‘타이베이 당다이(台北當代: Taipei Dangdai)’를 설립하여 2019년 첫 회를 연다.일본에서는 아트오사카팀이 도쿄에서 ‘아트 인 파크 호텔 도쿄’라는 호텔 아트페어를 개최하고 있다.

시장은 어디든 경쟁이 기본이고, 1원이라도 남으면 새로운 진입이 반드시 일어난다. 세계와 한국 아트페어 시장은 지금 격렬한 경쟁의 장이다. 좋은 작가를 키우는 화랑의 초대와 엄격한 심사 그리고 고가작품 구매자와 미술관 구매자를 확보하는 것이 아트페어의 중요한 관건이다. 안일하게 머물러 있거나 폐쇄적인 페어는 사라지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페어는 생존경쟁에서 뒤진다. 정부도 아트페어를 지원해오다 2017년부터는 평가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비슷비슷한 아트페어가 유행처럼 열리고 있다. 아트페어가 세계적으로 미술시장의 큰 흐름인 것은 분명하나 설립 전에 철저한 준비와 명확한 콘셉트가 있어야 하고 매년 신선함을 제공해야 한다. 최근에 간 아트페어에서 만난 한 화랑 대표가 “아트페어는 일반 대중이 살 것도 많아야 하지만, 화랑 대표가 봐도 살 것이 있어야 아트페어다”라고 한 말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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