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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유통법 제정보다 미술시장 활성화가 먼저다

서진수

K-ART Conversation 장면


16년간의 키아프 아트서울(KIAF/Art Seoul) 역사에서 가장 국제적인 수준의 포럼이 열렸다. 행사 기간 중 주말인 9월 23일과 24일 아트페어장 안의 뜨거운 거래 못지않게 코엑스 B홀 앞 넓은 로비에 마련된 포럼장의 분위기는 마치 학술대회를 방불케 할 만큼 진지하고 방청석도 꽉 찼다. 초호화 멤버인 발표자와 토론자들을 한 자리에서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것은 최근 정부의 지원을 받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속적인 기획력을 발휘해온 덕이었다. 정부가 큰돈을 들여서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시장의 개별 유통 주체들은 매출액과 수익이 크질 않아 큰 기획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세계 미술시장에는 큰 지각 변동이 계속 일고 있다. 1차 시장인 화랑 전시에서의 수익이 대형 화랑과 IT로 무장하고 새로운 마케팅을 앞세운 혁신적인 신진 화랑으로 몰리고 화랑들이 다이나믹한 아트페어 참여에 집중하면서 화랑계와 화랑의 중심축이 변하였다. 토론에 참석한 한 큰손 컬렉터는 중국 현대미술사를 써보겠다고 미술관급 작품과 미술사에 남을 중국 작가 작품을 수천 점 구입하여 그중 1,450점을 홍콩 M+ 미술관에 기증하였고, 또 다른 컬렉터는 회화와 사진, 영화 등 영상까지 모든 영역을 손대는 최첨단 컬렉터였다. 모두 다 우리 주변에서는 보기 드문 샘플이다.
대담을 들으며 10년 넘게 침체만 겪다가 간신히 단색화와 추상미술의 붐으로 크게 성장한 것도 없이 겨우 2007년 수준의 턱밑에 도달한 국내 미술시장과 극과 극인 컬렉터는 고사하고 돈 되고 이름 있는 국내 작가 몇 명과 유명한 서양 작가들의 작품 구매에 쏠려있는 국내 컬렉터들의 구매 현실을 떠올리며 갈 길이 멀다는 탄식밖에 안 나왔다. 김환기, 이우환과 단색화로 대표되는 현대미술 초기 활동이 일본에서도 구타이(具體) 운동으로, 대만에서는 동방화회(東方畵會), 오월화회(五月畵會)를 중심으로 전개되었었다. 이들이 지금 아시아 미술시장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미디어 아트 토크에서는 우리의 대표작가 백남준과 그 후예들이 있어 잔뜩 기대했었는데 시장과 거래에 대해 부정적인 답들이 돌아왔다.
이틀간의 토크 기간 동안 포럼장을 계속 드나들며 얻은 결론은 한국 미술을 우리끼리만 얘기하고 거래도 우리끼리만 하고 있었고, 해외수요가 요구하는 작가와 작품의 다양성이 너무 빈약하니 10년이 지나도 미술시장이 커지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토의 내용을 들으며 정부도 화랑, 경매, 감정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잘 해보겠다고 2년 내낸 유통법 제정에 주력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시장 활성화를 위해 모든 지원과 영업의 자유를 가능한 한 최대로 확대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규모가 너무 작은 미술시장은 2000년대 초반의 문화산업 진흥 대상에서도 제외되었고, 2009년 콘텐츠산업 육성으로 바뀔 때도 선택된 11개 장르의 최하 규모에도 못 미쳤다. 현재 미술시장은 4,000억 원 내외의 유치산업이다. 2016년 기준 20조 6,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출판산업, 11조 3,000억 원의 게임산업, 심지어 9,000억 원의 만화산업과 6,000억 원의 애니메이션산업보다도 훨씬 못하다. 이런 미술시장에 종합소득세를 부과하고, 이제는 화랑을 개업하려면 전속작가 리스트를 내서 등록하고, 경매회사를 설립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고, 화랑 관계자가 참여하는 감정에 대한 불신 등으로 정부가 직접 감정연구원을 설립한다는 유통법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급선무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미술시장의 유통관계자들도 이제는 국공립 미술관의 작품구입비 100억 원, 미술은행 20억, 공공 건축물 미술품 95억 원의 공공부문의 왜소를 논하기보다 이번 키아프 아트서울에 참석한 해외 큰손들이 “나는 내 인생을 바꿔놓을 작품을 찾는다”, “100호 소품이 아니라 미술관에 어울릴 그보다 3-4배 큰 작품을 찾는다”는 해외수요에도 귀를 기울여봐야 한다. 화랑의 입장에서는 모험이겠지만, 이제는 과감히 명칭도 아트서울로 바꾸고, 도전하고 변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도 지금은 완벽한 시장을 만들려고 너무 앞서가기보다 시장이 자생력을 갖추도록 기다리며 지원에 온 힘을 쏟을 때임을 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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