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의 정치 태풍이 지나간 자리를 짧은 시간에 정상화하기는 쉽지 않고, 뒤이은 사회변화에 익숙해지는 데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컴퓨터를 리포맷한 후 시간이 흘러야 익숙해지듯이. 또한 심장으로 사는 사람들의 세상에서 심리적인 회복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2017년 상반기 화랑, 아트페어, 경매 시장은 또 하나의 경험과 적응기를 겪었다.

화랑 전시는 2016년의 전시 추세를 이어가며 해외전시의 축소와 국내 원로작가 전시와 중견 작가 전시를 이어갔다. 갤러리현대의 류경채, 이승택 전시, 국제갤러리의 권영우, 안규철, 박찬경 전시, 학고재의 오세열, 손장섭 전시, 리안갤러리의 이건용 전시 등의 국내 작가와 갤러리현대의 프랑수아 모를레 전시와 리안갤러리의 토니 베반, 투리 시메티 등의 해외 작가 전시가 봄철 시장을 수놓았다.

화랑미술제 2017 ⓒ서진수

아트페어는 전반적인 미술시장의 경기변동 탓과 2016년 하반기 다수의 중소 아트페어가 개최되지 못한 영향으로 화랑미술제와 아트부산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 인사동에서 젊은 작가들의 예술장터인 유니온아트페어가 열리는 정도였다.

경매시장은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낙찰총액이 2016년의 상반기에 비해 7.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옥션은 국내오프라인 경매 2회, 2회의 홍콩 세일, 그리고 부산 경매와 마이 퍼스트 콜렉션 경매를 실시하였다. 오프라인 경매 낙찰총액이 172억 8,700만 원, 홍콩 경매가 220억 7,400만, 온라인 78억 7,900만, 기타 등 총 477억 5,000만 원어치가 낙찰되었다. 오프라인 경매 36.2%, 홍콩 경매 46.2%, 온라인 경매 16.5%의 구성비를 보여 홍콩 경매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옥션에서 고가에 낙찰된 작가는 김환기, 이우환, 마르크 샤갈, 루치오 폰타나, 쿠사마 야요이, 천경자 등이었다.

케이옥션은 3회의 오프라인 경매가 340억 6,160만 원, 그리고 온라인 경매가 52억 4,597만 원으로 낙찰총액은 393억 757만 원이었으며, 오프라인 경매가 86.7%, 온라인 경매가 13.3%를 차지하였다. 케이옥션은 2016년에 오프라인 2회, 홍콩경매 2회를 실시하였으나 2017년에는 국내 경매만 3회 실시하였다. 김환기의 최고가 경신과 함께 마르크 샤갈, 게르하르트 리히터, 천경자, 쿠사마 야요이, 박서보, 정상화 등의 작품이 고가에 팔려 나갔다.

두 경매회사의 거래에서 나타난 특징은 김환기 작품에 대한 꾸준한 수요 증가와 최고가 경신, 컨템퍼러리 시장이 잠잠한 가운데 고미술품에 대한 관심 확대, 그리고 온라인 경매 횟수의 증가와 아이템의 다양화를 들 수 있다. 2017년 상반기 경매시장은 김환기(1913-74)의 <고요(Tranquillity) 5-IV-73 #310>가 케이옥션의 4월 경매에서 65억 5,000만 원이라는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였고, 단색화 작품이 총거래액은 감소하였으나 걸작에 대한 수요는 여전함을 보여주었다. 인기 작가는 양대회사 모두 김환기, 천경자, 이우환, 박서보, 정상화 등의 국내 작가와 마르크 샤갈, 루치오 폰타나, 게르하르트 리히터, 쿠사마 야요이 등의 해외 작가였다.

2016년 대통령 탄핵으로 잃어버린 4개월, 세계 미술시장의 하락세, 세계정치경제의 이변 속 불확실성의 진정 등 다양한 내외적 요인들의 영향을 맞으며 한국 미술시장은 회복을 위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 이에 맞춰 한국화랑협회와 한국미술협회는 새 정부에 미술시장 활성화 정책을 앞서 제안하였다. “미술인 정책 세미나: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에서 예술인 복지 강화를 위해 정부 월 100만 원, 화랑 월 50만 원의 창작지원금을 매칭으로 지원하자는 제안을 하고, 미술품 양도소득세 폐기와 현금영수증 의무 발행 폐기 또는 10년 유예 등을 요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