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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4분기 미술시장 기상도

서진수

2009년 8-9월의 국내 미술시장은 회복의 기대감과 신중함이 공존하는 분위기였다. 2007년 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꺾이기 시작한 미술시장 경기가 2008년 상반기의 유가폭등, 하반기의 원화가치 폭락으로 깊은 불황의 늪에 빠져들었다가 완만한 이륙을 하고 있다. 물론 증권 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에서는 급속한 회복이 일고 있다는 전망과 더블 딥에 대한 우려가 혼재하고 있지만 미술시장에 아직 강력한 영향은 주지 못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6월의 경매에서 메이저 경매회사의 낙찰률이 0% 중반을 기록하고 1회당 낙찰총액이 50억원을 넘으며 미술시장의 회복에 대한 기대와 평가가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통상 여름 비수기로 통하는 7월-8월과 성수기가 시작되는 9월에 여기저기에서 크고 작은 아트페어가 열리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도했다. 그러나 작가, 화랑, 경매회사, 수집가 등 미술시장 주체들은 또 한분의 전직 대통령의 서거와 신종 플루의 확산으로 사회 전반이 가라앉은 영향을 적잖게 받기도 했다. 여전히 심리불황이 잔존하는 가운데 미술시장은 경기의 이륙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아트페어 증가로 여름 비수기 없어져

2009년 8월에는 어느 때보다 중소형 아트페어가 많이 열렸다. 아트페어가 불황기 미술시장의 전형이 된 듯 많은 아트페어가 열렸다. 제4회 신세계 아트페어(7월 28일-8월 16일, 신세계 백화점), 아시아프(1부 7월 29일-8월8일, 2부 8월 12일-23일, 옛 기무사), 코리아 아트 서머페스티발(8월 5일-9일, 학여울 SETEC), ARTO 아트페어 부산(8월14일-16일, 해운대 센텀호텔), 아시아 톱갤러리 호텔 아트페어(8월 21일-23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가 여름 휴가철을 달구었다. 옛 기무사에서 열린 아시아프와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호텔 아트페어에 대한 반응과 결과는 대체로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이다. 아시아프는 24일간 52,000 명이 다녀갔고 2,500여 점 가운데 1,024점이 판매되었으며, 화랑이나 아트페어의 화이트큐브가 아닌 호텔 객실이라는 특수 공간을 전시장으로 선택한 호텔 아트페어는 65개 화랑이 참여하여 초대권과 VIP 티켓 이용자를 포함한 9,445명이 다녀갔고 15억원어치가 판매되었다.


9월에는 서울아트페스티발(9월 10일-13일, 프레스센터 서울갤러리), 서울국제판화사진 아트페어(SIPA, 9월 12일-16일, 한가람미술관)와 국내 최대의 아트페어인 KIAF가 서울 COEX에서 9월 18일부터 22일까지 열렸다. KIAF의 경우 2008년에는 20개국 218개 화랑이 참가하였으나 2009년에는 16개국 168개 화랑이 참여하여 50개가 줄었고, 주빈국인 인도의 참여는 2개 갤러리에 그쳤다. 그러나 작가를 꾸준히 관리해 온 화랑이나 외국 갤러리는 나쁘지 않은 성과를 올렸으며, 모두가 판매와 소개에 열심이었다. 또한 부대행사에서도 미술과 미술시장을 공부하려는 관객들이 몰렸다.


서바이벌한 4개 경매회사의 가을 경매

2006-7년 미술시장 호황기에 최고 13개에 달하던 경매회사의 숫자가 4개로 줄어들었다. 9월 가을 메이저 경매회사 2곳과 고미술과 현대미술 복합 경매회사 2곳이 KIAF에 앞서 일제히 경매를 치렀다. 케이옥션은 6월과 9월 경매에서 모두 70%대를 넘는 낙찰률과 함께 낙찰총액이 25% 증가했다. 서울옥션은 9월 경매가 6월 경매에 비해 낙찰률과 낙찰총액 모두 하락했다. 10월 7일의 홍콩 경매에 비중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양대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도록 표지를 장식한 작품은 모두 김환기의 작품이었다. 서울옥션에 출품된 김환기의 <항아리>는 9억 1천 만원에 낙찰되었고, 케이옥션에 출품된 김환기의 <새와 달>은 9억 원에 낙찰되었다. 양대 회사 모두 김환기의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여 판매에 성공하였다. 국내 작가의 작품 중 박수근 작품의 최고가 45억 2천 만원에 이어 2번째로 높은 30억 5천 만원을 기록한 김환기의 작품은 그동안 꾸준히 경매에 출품되어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9월 경매를 통틀어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은 천경자의 <초원 II>로 이전에 서울옥션에서 12억원에 낙찰되었던 작품이 K옥션에서 같은 가격에 낙찰되어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그리고 장욱진의 8호 짜리 <소녀와 새>가 경합 끝에 3억 2천 만원에 낙찰되었고, 박수근의 <초가집>은7억 6천 만원에 낙찰되었다.


9월 경매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특이점은 8월에 서거한 김대중 전대통령을 위시한 대통령의 휘호와 글씨가 출품되어 높은 가격에 낙찰된 점이다. 9월 12일에 실시된 A옥션 경매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以民爲天>은 추정가 150만-400만원에 출품되어 열띤 경합 끝에 950만원에 낙찰되었고, 15일의 서울옥션에서는 추정가 400만-600만원에 출품된 <事人如天>이 750만원에 낙찰되었고, 16일의 케이옥션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萬邦一家>와 이휘호 여사의 <洗心>이 함께 출품되어 추정가 400만-700만원이던 작품이 열띤 경합 끝에 820만원에 낙찰되어 열기를 보여주었다. 대통령의 휘호는 서예에 조예가 깊었던 이승만 대통령의 작품, 소박한 윤보선 대통령의 휘호, 대학부터 서예를 써온 박정희 대통령의 휘호,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작품이 마니아들로부터 꾸준히 호응을 얻어왔다. 박정희 대통령부터 노태우 대통령까지는 각종 행사의 휘호를 위해 당대의 대표적인 서예가가 청와대를 방문하여 대통령에게 서예를 전수하는 전통이 있었다.



경매시장의 낙찰 상황을 보면 낙찰률은 높아지고 있으나 낙찰가는 아직 낮은 추정가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경기회복은 되고 있으나 속도가 완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작품을 구입하는 기관이나 시장진입에 적극적인 고객은 소수이고 중저가 작품을 구입하는 개인들은 지켜보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시장 관계자의 기대감 vs 개인 컬렉터의 신중함

미술시장 유통관계자들은 대기업의 수익 증대에 따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술시장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개인 컬렉터들, 특히 큰손 컬렉터들은 지출을 아끼며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다. 경매시장에서 거액의 작품이 낙찰되는 것은 확실한 작가의 좋은 작품들로 역시 원론적으로 작가와 작품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2008년 초 하강기 때는 전년도의 상승세에서 잠시 쉬어가자는 생각으로 기다렸지만 2009년 상반기 말기 이후 회복기는 밑에서 위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미술시장은 내부적인 요인에 의해 침체와 회복을 겪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부분 경제 일반의 영향을 받으며, 경기를 따라가는 후행성을 갖기 때문에 회복하는데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경제 일반도 또 다시 침체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더블 딥의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시장인 미술시장은 항상 철저한 준비를 하는 것이 우선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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