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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김환기 작품 54억 원의 역사

서진수


K옥션 김환기 54억 원 낙찰 장면




김환기, 무제 27-Ⅶ-72 #228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도판 K옥션 제공



2016년 6월 28일 K옥션 경매에서 김환기의 <무제 27-Ⅶ-72 #228>이 19회의 경합 끝에 54억 원에 낙찰되어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또 경신했다. 45억 원에 시작하여 5천만 원씩 호가한 이 경매는 49억 5천만 원을 써놓은 서면응찰자, 53억 원까지 따라간 전화응찰자, 그리고 2분 34초에 35억 5천만 원에 패들을 든 현장응찰자와 마지막 3분 20초에 40억 원을 호가한 또 다른 현장응찰자에게 낙찰되며 4분 11초의 드라마를 창출했다. 4분 11초. 이 사이에 우주 삼라만상이 긴장하고, 한국 미술품 경매의 역사가 한자씩 타이핑되어 갔다. 


4분 11초 만의 54억 원 역사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수십 년간 미술계와 미술시장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의 축적물이다. 1987년 12월 19일 한국화랑협회에서 실시한 경매에서 1960년 작 20호 <새>가 4천만 원에 낙찰되고, 2000년 4월 28일에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 1972년 작 100호가 수억 원에 낙찰되어 “그림 한 점에 3억 9천만 원”이란 제목으로 대서특필된 적이 있다. 2005년 6억 9천만 원, 미술시장이 활활 타오르던 2007년 <꽃과 항아리> 80호가 30억 5천만 원에 낙찰되었다. 그리고 2015년 10월 5일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1971년의 무제 대작이 45억 6천만 원, 2016년 4월 4일의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또다시 1970년의 대작이 48억 6,750만 원에 낙찰되어 한국 미술시장에서 자기 기록 경신을 계속해온 작가가 김환기이다. 


왜 김환기일까? 시장이 다양한 경력을 수용한 결과이다. 1933년부터 37년까지의 일본 유학과 활동, 1956년부터 59년까지의 파리 활동, 상파울루비엔날레에 참가한 1963년부터 작고한 74년까지의 뉴욕 활동 등으로 이미 세계 현대미술의 첨단을 몸으로 경험하고, 동시대인으로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축한 점을 가장 큰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작가 생전인 1937년부터 1974년까지 38년간 25회의 전시를 열어 연평균 0.7회에 달하는 전시 경력을 갖고 있으며, 주요 단색화 작가들의 스승으로서 말년에 자신만의 독특한 추상의 세계를 구축하여 “점화(點畵) 작가”라는 타이틀과 함께 미술시장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미술시장이 요구하는 신뢰성이 매우 높고 안정된 작가가 김환기이다. 1984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전시에 160점이 소개되어 그의 작품세계와 주요 작품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1987년 프랑스 파리조형센터에서도 회고전이 열려 해외에서도 명성이 높으며, 국내외에서의 전시가 많아 작품 발굴이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1992년 환기미술관의 건립으로 2000년대에 들어 탄신기념전(2001), 30주기(2004), 탄생 100주년(2013) 등 회고전이 이어지고, 관람객 5만 명이 다녀간 2012년의 갤러리현대 전시 등으로 연구, 토론, 도록 발간이 계속되고 있는 점도 작품값 상승과 신뢰성 제고에 영향을 미쳤다.


평론도 큰 몫을 했다. 1950년대에 정규, 김영주, 1970년대에 이경성, 이일, 1980년대에 윤범모, 정병관, 로버트 에델만, 그리고 1990년대 이후 다수의 평론가가 “추상화의 선각자”, “전통회화의 현대화 대표작가”, “모던아트의 선구자” 등의 수식어를 붙여주었고, 1977년 이경성의「국제화단서도 인정받은 작가」와 김윤수의「역사의식 결여된 모더니스트」의 비평과 반비평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반열에 올라 있다. 


한국 추상미술의 개척자와 선구자라는 미술사적 평가, 동아시아와 세계 유수의 경매회사들이 인정하는 글로벌 작가, 세계 미술시장의 추상화 붐을 타고 동아시아 추상화 대표작가로 인정된 작가 등의 김환기에 대한 평가가 54억 원의 역사를 만들었다. 한국 미술시장은 21세기에 들어 2006년까지의 국민화가 박수근의 시대를 지나 2010년까지의 글로벌 작가 이우환의 시대, 그리고 2014년까지의 김환기·이우환의 2인 시대를 넘어 2015년부터는 완전히 김환기 시대로 넘어갔다. 김환기 54억은 미술사와 미술시장의 평가는 종국에는 같다는 명제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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