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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한·중 미술시장에서 만난 유상(儒商)

서진수

아라리오 김창일 회장 ⓒ서진수


중국 파크뷰 황젠화 회장 ⓒ서진수


2015년 말부터 2016년 초까지 한국과 중국 전시회 뒤풀이에 참석하면서 큰 사업을 하며 세계적인 작가의 미술품을 수집하는 두 명의 큰 손 컬렉터를 가까이할 기회가 있었다. 서울, 천안, 제주를 미술세상으로 만들고 있는 아라리오 김창일 회장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홍콩, 타이베이에서 파크뷰 그린 쇼핑몰과 아트 호텔, 화랑을 운영하는 황젠화 회장의 미술 사랑과 작가 사랑을 직접 경험하였다. 비즈니스를 위해 거대 자본을 운용하고 미술품 구매에 어마어마한 액수를 지불하여 작품 수보다 창고 수를 헤아려야 할 정도의 통 큰 미술애호가를 보고 느낀 점은 그들이 큰 손을 가진 것보다 큰마음을 가졌다는 사실이었다. 


두 컬렉터 모두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안목, 느낌, 촉, 시장 조사에 의한 차별화된 컬렉션을 통해 인류문화유산을 키워가고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시대 미술을 풍요롭게 하는 탄탄하고 가능성 있는 작가 발굴과 그 작가들의 세계화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음도 확인했다. 전시회와 뒤풀이에 참가한 많은 작가의 표정 또한 요즈음 세상과 달리 밝았다. 연말연시에 미술시장에서 해와 햇빛을 보았다. 두 회장은 자신의 컬렉션과 작가 육성에 관한 철학과 아시아 미술과 미술시장에 관한 얘기를 할 때는 더 좋은 일을 많이 해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타 있었다. 


사업을 하며 자신과 가족 외에 세상에 필요한 일을 더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업 중에 빼도 박도 못하는 직업 외에 직장, 사회, 국가, 인류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더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2015년 아트뉴스에서 발표한 세계 200대 컬렉터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라희 삼성미술관리움 관장 부부,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서경보 회장이 포함되었다. 이전부터 큰 공헌을 하고 있었기에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공식적으로 발표되고 순위가 올라가 무척 기뻤다. 내국인과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방문이 많은 곳일 뿐만 아니라 컬렉션을 보러 일부러 한국을 찾게 만드는 곳이다. 최고와 다량의 고미술품과 현대미술품을 조화시켜 전통과 현대를 모두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국립현대미술관과 영국 테이트모던 지원 행보 등도 자랑거리이다. 이제 한국 사업가들도 세계의 문화예술 분야에서 점차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자립하고 경쟁력 갖추기에도 바빴던 기업가들이 문화예술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자신의 취향을 넘어 사회와 인류가 필요로 하는 분야에 투자함으로써 우리가 모두 경제의 단계에서 문화의 단계로 격상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거대한 비즈니스를 하는 의식 있는 상인을 유상(儒商, 루상)이라고 한다. 공자 시대 이래로 유교의 가르침이 중국 사회의 덕목으로 자리 잡아왔고, 특히 최근에 갑자기 큰 부를 축적한 기업가들 사이에 이 시대의 루상이 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신리이 그룹 류이첸 회장과 상하이 롱(龍)미술관 왕웨이 관장 부부가 초고가의 중국 전통의 술잔과 서양의 모딜리아니 작품을 구입하면서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작품을 구입했다. 중국인이 나라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세계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하여 뉴스가 되었었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도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동양에서는 도(道)를 중시한다. 한국, 중국, 일본에 선비 정신을 가진 유상들의 수가 매년 늘고 있어 아시아 국가들이 문화적으로도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큰 사람은 큰 생각을 한다. 생각이 크니 도달하는 위치도 다르고, 이룰 수 있는 크기도 다르다. 2016년 경제에 관한 대부분의 전망이 회색이다. 밝지 못하다. 다소 여유가 있는, 아니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들이 나서서 어딘가에 씨앗 하나 심어 세상을 밝게 만드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이기심에 이타심 하나 더하기 운동도 일어났으면 한다. 우리가 모두 덕목 하나 실천하는 해가 되길 기원한다. 서로에게, 살아있는 것에, 그리고 미술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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