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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단색화의 세계화와 포스트 단색화 준비

서진수

백남준과 이우환의 해외 활동을 기반으로 글로벌 작가 탄생을 경험한 우리 미술계는 한국 현대미술의 내부 평가 시대에서 글로벌 평가 시대로의 이행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랜 노력 끝에 희소식으로 오랜만에 토종 회화 단색화의 붐이 일어 프랑스와 미국의 화랑, 그리고 아시아 미술의 세계화 교두보 중 한 곳인 홍콩 경매시장을 통해 1차 테스트를 통과하고, 이제는 시장을 넘어 세계 최고의 비엔날레까지 입성하였다.


홍콩 경매시장에서의 단색화 열기는 2014년 가을부터 뜨거워졌다. 국내의 대표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와 소더비까지 단색화 작가를 그룹으로 프로모션하는 단계에 돌입하여 주요 작가들의 최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 4월의 소더비 홍콩 봄 경매에서 정상화의 <무제> 2점 세트가 6억 8,710만 원에 낙찰되고, 박서보의 <묘법 >이 6억 5,331만 원에 낙찰되었다. 5월 말에는 국내외 경매회사와 크리스티가 홍콩경매에서 기대되는 결전을 앞두고 있다. 크리스티는 이브닝 세일에 김환기, 백남준, 윤형근, 박서보, 정상화, 이우환을 출품하여 중국의 추상 작가와 일본의 구타이 작가와의 경합을 벌이고, 20세기 아시아 미술의 데이 세일에 윤형근, 하종현, 박서보 등의 단색화 작가와 김환기, 이우환, 김창열, 이성자 등의 작품을 출품하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 경매회사의 홍콩세일에서는 단색화의 격전이 예상된다. K옥션은 정상화, 박서보, 윤형근, 하종현의 작품을 다수 출품하였고, 서울옥션은 단색화 섹션을 만들어 박서보, 윤형근, 하종현, 이우환, 정상화, 정창섭, 권영우, 윤명로의 작품을 대거 출품하였다.


팔라초 콘타리니 폴리나크 외관, 이미지제공: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는 2015년 5월 8일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으로 ‘단색화’전을 팔라초 콘타리니 폴리냑에서 오픈하였다. 50년을 기다려온 작가들뿐만 아니라 베니스에 한국관을 설립하고 20년이 지난해에 한국 현대미술이 베니스비엔날레의 인정을 받아 공식적인 병행행사로 열리는 전시이다. 전 세계의 미술관계자와 많은 관람객이 한국 단색화의 미학을 체험하고 논할 좋은 기회이다.


단색화전 설치 전경, 2015. photo by Fabrice Seixas, 이미지제공: 국제갤러리


김환기, 이우환, 백남준 그리고 단색화 작가의 세계화를 보면 미술사와 미술시장의 평가를 같게 하는 작업의 중요성이 절로 느껴진다. 미술시장이 국제화되면 될수록 평론과 미술사의 역할은 그만큼 커진다. 한국 미술과 대표 작가들에 대한 자료와 연구서들이 여러 언어로 출판되어 미술시장의 모든 주체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5월 11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 이브닝 세일에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이 낙찰가격 1억 6,000만 달러와 수수료를 합쳐 한화 1,965억 원에 팔린 가운데 한국 미술시장은 과제도 많지만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제 시작된 단색화 경기를 보며 우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단타 판매, 뿌리 없는 홍보, 붐을 지속시킬 수 있는 기반 형성을 위한 투자보다 우선 팔기 바쁜 시장, 씨 뿌릴 종자를 배양하고 찾으려는 노력의 부족, 열악한 자본력, 정부의 유치 산업인 미술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 미술관의 예산 부족과 공공수요의 미약 등으로 우리 미술시장은 너무 쉽게 포기를 한다. 항상 그렇지만 이제는 입체적이고 유기적인 전략이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 김환기와 이우환에 이어 단색화를 통해 세계화 방법의 요점은 파악하였다. 이제는 씨를 뿌릴 종자 개발과 육성 그리고 전속작가제가 전제된 화랑 전시, 화랑 대표 작가의 해외전과 국내외 아트페어로의 꾸준한 출품과 특별전 활용, 그리고 국내외 경매 출품과 글로벌 수요 창출 전략을 입체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수반되어야 한다. 차세대 먹거리인 ‘포스트 단색화’ 시장을 위한 첫 단계로 종자 배양과 이미 우리 속에 존재하는 진주부터 선별해야 한다. 현대미술사를 재검토하여 미술사에 나타났던 개별작가와 그룹을 대대적으로 재조명하고, 미술관과 시장이 협력하여 이들의 업적을 세계화해야 한다. 그리고 국내외 주요 비엔날레에 참가했던 수많은 국가 대표 작가들에 대한 리뷰와 청년작가 발굴과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 다들 잔치 분위기에 휩싸여 있을 때 누군가는 먼 사바세계를 내려다보며 뭔가를 깨닫고 염화시중의 미소를 짓는 미술계 주체들이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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