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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뿌리 깊은 단색화 미술시장을 위한 전략

서진수

2014년 12월의 마지막 칼럼을 단색화 열풍에 관한 시장분석으로 마감했었다. 그 후 9명의 필진이 단색화의 미학과 미술시장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판매 저조로 단발에 그친 경우가 많았지만, 단색화 전시를 개최한 갤러리가 생각보다 많았고 전시 또한 끊임없이 이어졌던 것에 놀랐다. 90년대부터 화랑 전시 외에 아트바젤, 피악, 멜버른, 니카프 등의 아트페어에 20년 이상 작품을 소개한 갤러리 대표들과 생존작가들 모두 벽지 같은 그림이 돈 되는 시대가 올 줄은 몰랐다고 술회했다.


단색화 생존작가들_(위부터)박서보, 정상화,하종현 ⓒ서진수


끝없는 반복 과정을 통한 수행의 결과가 자신들의 작품이라고 말하는 작가들의 컨센서스(Consensus)를 넘어 한쪽에서는 시대를 향한 저항정신까지 언급되고 있는 이들 단색화 작가들에 대한 언급과 논의는 긍정과 부정 양방향에서 급속히 확대재생산 중이다. 명칭부터 단색조 회화, 한국의 모노크롬, 한국의 미니멀리즘 등 다양해지고 있고, 단색화에 속하는 작가의 범주는 관점에 따라 10인 10색이다.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어 논의되는 우리 미술계와 미술시장의 건강성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조사를 실시한 최근 한두 달 동안 2015년 한 해의 전시와 판매 계획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작가들의 국내외 전시 러브콜, 화랑들의 국내외 전시 기획, 경매회사의 단색화 섹션 강화 전략, 해외 화랑과 경매회사와의 공동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 중이다. 미술시장의 연동성과 상호의존성을 감안해볼 때 공급의 한계로 작품 소싱(Sourcing)이 과열될 조짐까지 있으나, 2015년 미술시장도 단색화의 열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술시장 관계자들이 오래 기다렸던 회복이기에 좋은 기회가 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몇 가지 시장의 법칙과 전략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화랑과 경매시장에서 작품이 잘 팔리는 것은 첫째는 작가의 유명세이지만, 역시 그 작가를 관리해주는 주체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경매시장의 경우 유명 작가이거나, 전속작가 또는 어느 화랑이 자기 작가라고 믿고 항상 관리하거나, 재단이 설립되어 있어 관리가 잘 되는 작가의 낙찰률이 항상 높아 판매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가격도 계속 상승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평론가들조차 예술적 가치와 함께 경매회사, 화랑, 슈퍼 컬렉터의 선택이 가격과 판매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지만, 화랑과 작가 간의 신뢰성이 양자의 성장 가능성과 정확히 비례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단색화 시장이 뜬지 15개월 만에 일부에선 단명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2006-7년 미술시장의 초호황을 경험한 사람들이 호황도 무상함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호황을 통해 많은 학습을 했다. 체계화, 정보화, 평론의 병행, 꾸준한 홍보와 전시, 신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지금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선호되는 작가는 화랑들이 힘든 과정에서도 꾸준히 아트페어에 작가를 선보이고 해외 경매회사에 소개하여 인지도를 쌓은 결과이다. 단색화 시장 붐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몇몇 갤러리가 야심 찬 전시와 공동행사를 준비하고 있고, 필자와 출판사들이 정보 제공과 담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기대된다.


파이를 키우는 데는 역시 세계화가 필수적이다. 자본과 지식이 필요하고, 협업이 요구되는 부분으로 작가, 중계자, 컬렉터 그리고 해외 부문이 큰 우산 아래 모여야 작가도 크고, 시장도 커진다. 2014년 한 해 동안 홍콩에서 본 아시아 미술시장은 컨템포러리의 약세와 모던의 약진이었다. 중국 추상화 작가들이 주류를 이루고 한국 단색화 작가와 일본 구타이(Gutai, 具体) 작가들이 뒷받침하고 있었다. 홍콩 시장과 국내 시장은 가격과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메우는 것은 노력과 시간이다. 국제 시장에서 국내 가격보다 높게 팔렸다고 과열이라고 부르기보다 열기를 좀 더 올리는 데 필요한 기초작업을 해가며 자본을 모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단색화는 우리 미술사의 한 영역이다. 20년 이상 화랑을 운영했던 리더들도 예상 못 했던 영역은 단색화 외에도 많을 것이다. 모던의 또 다른 시장화 가능성을 찾고, 컨템포러리의 재구성도 병행해야 한다. 힘들 때 신뢰를 쌓고, 상호 관리하고 관리되는 문화도 만들고, 다양성과 펀더멘탈(Fundamental) 강화에 힘쓰는 바탕 위에 시장의 작은 법칙들을 준수하려는 성숙한 매너가 합쳐진다면 미술시장의 붐은 상당히, 꽤 오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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