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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졸업, 그리고 젊은 작가의 삶

김장언

최근에는 전시를 기획하고 글을 쓰는 것보다, 대학에서 강의하는 것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강의라는 것을 부수적인 일로 생각해 왔었지만, 강의가 늘어나다 보니, 미술대학의 교육과 젊은 작가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 역시 늘어나게 되는 것 같다. 강의 이력이 늘어나면서 불현듯 어떤 책임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강사는 늘 교육에 있어서 경계에 서 있다. 나를 포함한 그들은 교육 주체이기도 하지만 방관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나는 대학을 막 졸업한 젊은 작가들과 함께 조그만 전시를 기획한 적이 있었다. 전시는 그렇게 만들어질 예정이 아니었지만, 나는 그들을 초대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가 어긋나고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내가 강의 나가고 있던 학교의 졸업전시를 보고 있었다. 나에게 흥미로웠던 젊은 작가들은 모두 대학원에 떨어졌거나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용기를 주고 싶었고 그렇게 전시는 이루어졌다.


공모전만이 예비작가들을 평가하는 기준인가?

미술대학을 졸업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매우 막연한 것도 없는 것 같다. 생계 문제는 생존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지만 어쩌면 부수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작업과 더불어 진행되는 ‘작가로서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더욱 막연한 것 같다. ‘작가의 삶’이라는 것을 직업의 하나로써 인식한다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회사에서 성취를 이루어내는 과정처럼, 미술계라는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서 공모전을 준비하고, 그 공모전 당선을 취업 증명서처럼 받아들이고, 보다 규모 있는 전시에 참여하거나 작품이 팔리는 것을 승진처럼 여긴다면, 작가로서의 삶은 그리 막연한 것이 아니다. 성취되어야 할 과제가 구체적으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작가의 말처럼 작가 혹은 작가의 삶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한편으로 간단하고 명확하지만, 한편으로 매우 막연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젊은 미술대학 졸업자들 혹은 예비 작가들이 직업으로써 작가를 선택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 수업시간에 졸업을 앞둔 한 학생은 ‘작가로서 자신의 동료를 만들고 새로운 미술계를 발명하기 위해서 스스로의 삶을 형성시켜야 한다’는 나의 말에, 자신의 선배를 예로 들면서, 미대생과 젊은 작가들을 위한 아트페어에 참여하고 그 경험을 통해서 컬렉터를 만나고 작품 판매하면서 살아가는 삶도 그다지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그 학생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술계가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한 것도 사실이다. 앵벌이 시키듯 미술시장에 젊은 작가들 심지어 대학생들을 내보내면서, 작품 판매를 두고 관객과 소통하는 기쁨, 프로가 되는 과정 등을 운운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젊은 작가들에게 미술계가 제공해야 하는 것이 판매의 기쁨밖에 없는 것일까?


더욱이 젊은 작가 지원이라는 것이 대부분 공모전이라는 형식으로 행정화되면서 모든 젊은 작가들의 삶을 공모전 중심으로 구성하도록 강요하는 것도 사실이다. 공모전이라는 속성상 어떤 완성된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작업이 선정되게끔 해야 한다. 그래서 작가로서 삶을 형성하는 자신의 연구와 활동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공모전에 선정될 만한 상품을 제작해야 한다. 일종의 변태적인 룰이 존재하는 것이다. 입시나 취직 컨설턴트처럼 공모전 컨설턴트가 이미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여기에 심사위원들이 이러한 공모전에 돌려막기 되면서, 그 밥에 그 나물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 우울한 것은 공모전이라는 제도는 작가로서 형성되는 자신의 삶을 드러낼 수 있는 제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직 그것만이 젊은 작가들을 평가하고 보상하는 유일한 기준인양 인식하도록 만들어낸 현실일지도 모른다.


젊은 작가들이 이제 학교를 나서고, 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작동시켜야 할 때가 왔다. 그들이 대면할 황야의 바람은 그들의 삶 속에서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것이 내가 지지하는 방향이든 그렇지 않은 방향이든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구성한다는 차원에서 모든 것이 의미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지점에서 나는 젊은 작가, 그들에게 무엇을 더 이야기하기보다, 지금 미술계의 기성세대들에게 되묻고 싶다. 작가이든 평론가이든 큐레이터이든 기존의 미술계는 미술계의 다음 세대를 위해서 어떠한 윤리적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은 그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왔고 하고 있는지 말이다.



김장언(1975- ) 연세대 문화학협동과정 석사. 아트인컬처 에디터, 대안공간풀 큐레이터, 포럼에이 편집위원, 안양공공예술재단 예술팀 팀장 역임. 현 노말타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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