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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부산, 엉금썰썰 퍼져가는 미술의 대중화

이진철

우리말 중에 ‘엉금썰썰’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 뜻은 ‘처음에는 굼뜨게 기다가 차차 재빠르게 가는 모양’을 일컫는데, 2000년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부산 미술계의 변화를 표현하기에 적당한 말로 여겨진다. 우선 2000년대 들어서 크게 변한 한국 미술계의 특징 중에 ‘젊은 작가들의 약진’을 들 수 있는데, 부산도 예외가 아니다. 비록 전위의 선두에 있다거나 대중의 전폭적인 인기를 끄는 작업은 아니라 하더라도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를 보여주는 젊은 작가들이 눈에 띈다. 청바지 천을 이용한 도시풍경으로 잘 알려진 최소영, 잡지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시작해서 부산시립미술관 전시에 참여한 후 아라리오 갤러리의 전속작가가 되는 등 활동이 잘 알려진 김한나, 그리고 예술의 진정성을 반문하는 실험적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되묻는 정윤선, 그 외에도 동화의 세계를 비꼬아 이미지의 허상성을 폭로하는 정혜련, 몽롱하고 초점없는 눈동자의 인물을 그려내는 전혜원 등 많은 예를 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산에 수많은 젊은 작가들이 있느냐하면, 그렇지는 않다. 이들의 진지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작가로 살아가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선택이다. 



같은 이유에서, 또는 젊은 작가들의 약진에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중ㆍ장년층 작가들의 작업 활동은 부진한 편이다. 중견작가들의 활동량이 적다는 뜻이 아니라 작업이 보여주는 새로움이라는 면에서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오히려 새로운 것은 수요자 층의 변화이다. 비록 조직적이거나 전략적이지는 않지만 새로운 컬렉터들의 탄생과 일반 대중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각종 교양강좌의 수강생들이나 미술 관람객 중에는 전문가 수준 이상의 애호가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곧 이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은 직접적인 작품구매와도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전시공간의 탄생

또 하나, 새로운 전시공간의 탄생을 이야기 할 수 있겠다. 화랑들이야 경기의 부침에 따라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다시 생기기도 하지만 최근에 생긴 화랑들은 경기와 관계없이 문화 소비자의 대중화에 힘입어 자연스러운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화랑의 집결지인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만도 NC 갤러리와 화인갤러리 등 세 개 이상의 갤러리들이 새로 문을 열었다. 부산에도 새로운 미술문화의 바람이 부는 징조라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상업적인 공간인 갤러리와는 다른 위치에 있지만 ‘대안공간’이라 불리우는 실험적인, 또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ㆍ활동 공간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대안공간 반디, 스페이스 배 등 신선한 미술의 실험실들인 이들 공간에 대한 관심은 미술이라는 예술장르를 너머 주류적 삶에 도전하는 대안적 인생관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탈출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부산미술계의 가장 큰 공공기관인 부산시립미술관의 변화도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부산시립미술관은 2006년도부터 공모를 통해 매도신청을 받는 방식으로 바꾸어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인 방향으로 전환시켰다. 소장품 구입이라는 전문적인 영역을 굳이 미술관 바깥의 인사들에게 맡길 필요가 있겠냐는 회의론도 있지만 일부 소외감을 느끼고 있던 미술인까지도 아울러야 한다는 대승적 포용론이 시의회에서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변화들을 살펴볼 때 최근 들어 부산의 변화를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는 ‘미술의 대중화’이다. 



이진철(1969- ) 신라대 조형예술학 석사. 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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