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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알고보면 광주비엔날레는 강하다

김옥조

광주는 여전히 뜨겁다. ‘예향 광주’란 낡은 명패를 ‘문화수도’라고 바꿔 단 후로 더욱 그렇다. 마치 그동안 말로만 떠들던 문화중심도시가 현실로 다가오는게 아닌가하는 기대감에서다. 적어도 문화와 예술과 관련하여 광주는 어느 도시 못지않게 거품과 열기가 강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광주비엔날레다. 지금은 6회에 걸쳐 이른바 ‘성공적 개최’를 이끌어 느긋한 모습도 보인다. 광주비엔날레의 지속적 개최에 힘입어 광주에는 새롭게 ‘광주디자인비엔날레’까지 생겨났다. 이에 더하여 국가가 지원한 광주디자인센터도 들어 서 시각예술의 산업화라는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11일 제6회 행사를 마친 광주비엔날레는 이번에도 ‘정체성’과 ‘차별성’이란 족쇄를 풀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광주비엔날레 폐막 이후 쏟아진 언론과 미술계의 지적 중에는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 확립’이란 단골메뉴가 또 다시 들어있었다. 그리고 차별성과 경쟁력이란 골치아픈 비판 화두가 여전히 난무했다. 솔직히 이 문제는 창설 때부터 지금껏 따라 다니며 광주비엔날레의 발목을 잡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 동안 광주비엔날레에 손발을 담근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체성’과 ‘차별성’을 말하는데 기죽기 일쑤였다. 그럭저럭 13년 동안 무려 6회에 걸쳐 손해안본 장사를 해놓고서도 누구 하나 당당하게 광주비엔날레의 자랑과 강점, 특성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하지 못해왔다.


광주비엔날레 자신감이 필요하다

지난 연말 두 세번의 토론회와 학술발표회에서 10년 전과 똑같은 과제가 불거졌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조차 정확히 알수 없는 이 ‘정체성’이란 추상적 개념을 놓고 지금껏 헤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얼마 전 광주비엔날레 좌담회 자리에서 이런 답답한 흐름을 거슬러 가도록 목소리를 키운 적이 있다. 우선 광주비엔날레 관계자들에게 ‘자신감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사실 광주비엔날레를 거쳐간 무수한 국내외 미술계 인사들 대다수가 ‘광주비엔날레맨’이었음을 자랑하듯 내세우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반면에 여전히 광주비엔날레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은 비엔날레 얘기만 나오면 뭔가 소극적이란 인상을 갖게 한다. 그래서 광주비엔날레가 지닌 특성과 장점을 찾아 부각하는 자세를 촉구했다. 이번 6회 행사가 끝나자 한 지역언론에서 ‘광주비엔날레가 예산을 많이 쓴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부산비엔날레나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 등등과 견주어 많다는 요지였다. 이런 지적에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측은 또 주눅든 듯 여론의 눈치만 보는 듯 했다.


사실 광주비엔날레는 100억여원을 쓴다. 6회 행사비는 99억원이었다.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광주비엔날레 예산과 관련해 전제돼야할 것이 있다. 비엔날레 창설 초기에 이런 국제 행사에 엄청난 예산이 든다는 것을 안 광주시는 광주비엔날레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에 기금을 적립해 인력관리와 예산을 확보하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지금은 그 기금이 무려 300억원에 육박한다. 지구상 어떤 비엔날레가 통장에 수백억원을 쌓아놓고 2년마다 단일행사를 하는가. 이것이야말로 광주비엔날레 최고의 경쟁력이고 강점이다. 이것 때문에 세계적 기획자와 작가가 광주에 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재단기금을 적립해왔고 일부 수익사업을 통해 행사비를 보전하는 운영방식은 광주비엔날레만의 독창적 체제란 얘기다. 100억원을 쓰는 것이 아깝다고 여기기보다 세계 10위권을 향해 도약하는 경제대국의 비엔날레가 100억원을 써 우리의 문화역량을 과시할 수 있다면 나무랄게 아니라고 본다. 또 정부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고 나선 광주가 국제문화사업에 돈 100억원을 투입하는게 문제가되선 곤란하다고 본다. 그것으로 인해 일군 국제적 위상이나 정보, 네트워크 등은 앞으로도 많은 기대효 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으면 하는 것이다.


광주비엔날레가 한국현대미술판과 광주미술에 기여한 점 많다. 많은 예술가들이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국제현대미술의 흐름을 경험하고 인적 네트워크도 설정하는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적어도 광주비엔날레를 거쳐간 예술감독과 큐레이터들은 국제무대에 나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10 여년이 넘는 동안 개최되면서 미술학도나 시민들의 눈높이 또한 상당한 수준급에 속한다. 당장 가시화 계량화하여 내놓기 힘든 부분에서도 분명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권 현대미술전에서의 성공적 모델이 되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체성이니, 차별성이니, 아시아성 운운하며 자신도 모르는 소리에 맥이 풀려 기진맥진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감히 말하고 싶다. 광주비엔날레가 최고가 되어야하고 지구상 ‘5대 비엔날레’ 하는 현란한 수식과 허망한 목표에 시달리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물론 문제점은 보완하고 과제는 개선해야할 것이지만.



김옥조(1964- ) 전남대 대학원 미술사 석사. 현 광주미협 평론분과 위원장, 광남일보 편집국 총괄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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