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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한국사진문화의 현실

김영태

지난 6월에 오픈한 ‘퓰리처상 사진’전이 장안의 화제 거리다. 전시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관람객이 몰린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2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대박이 난 전시인 것이다. 이 전시는 전문 투자회사와 언론사가 상업적인 수익을 목적으로 기획했다. 그래서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감동받을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 ‘퓰리처상 사진’전을 택해서 전시를 마련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전시외에도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어 기획된 상업적인 전시가 매년 여러 차례 열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 전시는 상업적으로 실패한 경우도 있지만, 이번에 열린 ‘퓰리처상 사진’전이나 재작년에 열린 ‘매그넘코리아’전과 같이 흥행에 성공해 큰 수익을 올린 전시도 많이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전시만 과하게 포장해서 기획하는 것은 성숙한 사진문화를 조성하는데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상업적인 흥행을 목적으로한 전시 외에도 ‘동강국제사진제’, ‘대구사진비엔날레’,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과 같이 국제성을 표방한 공적인 목적의 대규모 사진행사도 많이 기획되어 개최되고 있다. 그리고 사진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사가 높아지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미술관에서도 사진전을 많이 기획하였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상업화랑에서도 일부 중견사진가와 젊은 사진가들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기획해서 작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아트페어에서도 사진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처럼 한국사진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사회문화적인 환경을 배경으로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한국사진의 현실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사진은 현재 국제적인 사진행사가 많이 개최되고 있다. 그런데 전시주제의 선정이나 기획자의 선임에 있어서 여러가지로 합리적이지 못한 점이 있어서 사진문화발전에 저해요소가 되고 있다. 예를 들면 ‘동강국제사진제’는 전시주제나 작가선정에 있어서 다큐멘터리 사진에 편중하여 일반인들이 사진에 대해서 폭넓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 영월지역에서 개최되는 행사인 만큼 지역주민들이 사진에대해서 올바르게 이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동강국제사진제’는 사진에 대한 정교한 인식을 심어주지도 못하고 지역주민들과도 유리된 행사이다. 그리고 전시기획도 전문 기획자들이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가들로 이루어진 동강사진마을 운영위원회에서 전시주제와 작가를 선정한다. 그 결과 전시주제와 작가선정이 특정한 경향에 경도되어 동 시대 사진문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사진비엔날레 우려

공적인 사진행사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국내 최대 사진행사인 ‘대구사진비엔날레’도 마찬가지 이다. 올해 3회를 맞이한 대구사진비엔날레도 공적인 행사에 걸맞게 기획되지 못하고 있다. 대구지역 사진인들의 오랜 숙원인 대구사진비엔날레 사단법인이 설립되었지만, 체계적으로 행사가 준비되지 못하고 있고 현대사진의 최전선을 보여주어야 하는 사진비엔날레의 행사명분과도 부합되지 못하고 있다. 주제전으로 열리는 해외작가전시는 특정한 국가의 특정한 학교출신 작가들로만 선정하였고, 특별전은 이미 서울과 부산에서 개최된 전시와 유사한 전시를 같은 기획자가 맡아서 기획하였다. 그리고 또다른 특별전은 ‘로버트 카파 회고전’으로 마련해 사진비엔날레의 의미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또한 전시기획자 선정에 있어서도 ‘동강국제사진제’와 마찬가지로 그다지 전문적이지 못하다. 한국사진은 현재 높아진 사회적인 관심도와 더불어서 국내외 사진가들의 전시가 다양한 형태로 개최되고 있고, 대규모 국제적인 사진행사도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전시와 행사의 주제 및 내용이 행사목적과 부합되지 못한 경우도 많이 있다. 그리고 전시를 맡아서 준비하는 기획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합리적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국제성·현대성을 표방하는 국제적인 사진행사의 기획자는 사진의 역사뿐만 아니라, 동시대 현대사진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미래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야말로 현대사진의 최전선을 이해하는 사람이 기획을 맡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시기획과는 무관한 화보잡지 편집자, 사진교육자, 사진사 연구가, 사진이론과 관련된 학자들이 중요한 전시기획을 많이 맡아서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한국 사진의 모순된 모습이기도 한다. 


한국사진문화가 성숙되려면 대중적인 전시가 늘어남과 동시에 사진의 예술적인 가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전시도 많이 기획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진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것과 더불어서 역사적이고 미학적인 가치가 있는 작품을 보존하는 기능을 하는 사진미술관은 공적인 자금이 투입되어 건립되어야 한다. 또한 국제적인 사진행사의 기획자와 큐레이터는 명성뿐만 아니라, 활동 내용과 업적이 그에 부합되는 사람으로 선정되어야 행사가 성공 할 수 있다. 한국사진이 지금까지 언급한 여러 과제들을 잘 해결해서 좀더 발전하고 성숙되기를 기대한다. 



김영태(1967- ) 경성대 사진 석사.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 큐레이터 역임. 현 현대사진포럼 대표, 경운대 사진영상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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