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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오늘의 예술계 : Art world

성원선

예술노동은 “물질문화(Material world)”의 시대에서 경제순환의 고리 안에 있다. 노동은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활동이며, 우리는 노동을 통한 생산을 통해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근래에는 예술에서 ‘생산’이란 말이 ‘창작’이라는 말과 혼용되어 사용되어지는데, ‘창작’의 뜻은 새로운 것을 처음 만드는 것, 낯선 것, 유일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며, ‘생산’의 개념들은 사회에 효용이 있는 유무형의 재화, 서비스 생산의 의미로 사용된다. 

흥미롭게도 요즈음에는 ‘창작’보다는 ‘생산’이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면, ‘예술창작’이 사물제작에 더해서 심리적, 영적, 주술적 영역까지도 포함하는 불가지적 요소가 있다고 판단을 한다면, ‘예술생산’은 마르크스적인 용어이긴 하지만, 예술의 물질적, 재화적 가치로 이해할 수 있기에 자본주의의 사회에서는 “예술을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자”로 예술가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한편 세계화와 함께 확산된 신자유주의는 문화예술분야에 시장경쟁의 원리를 도입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는데, 한창 자본시장의 확산일로였던 80년대 이후 세계미술의 확산에서 누락되었던 대다수의 예술가들은 몇몇의 YBA를 비롯한 세계화되고 자유로운 미술유통의 수혜자들을 마치 영화의 히로인들처럼 선망하였다. 때로는 비평적 관점조차도 유명세와 경제적 이익을 획득한 그들을 신성시하며 ‘창작’이란 것을 예술 생산과 유통의 새로운 예술의 방법론적 선구자를 만드는 데 일조하였다. 그에 반해 미술프로젝트(공공미술, 생활예술)과 같은 국가주도형 예술진흥사업들은 기존의 영역을 벗어나 도시와 일상에 침투하여 예술가와 시민, 일반인의 경계를 지우며 예술 향유와 창작을 혼합하고 창작의 독창성보다는 향유의 보편성을 확산했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예술 제도들은 오히려 사회적 역할과 공공성을 강조하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기술의 발달과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예술생산과 유통의 장이 형성되면서, 예술가들은 동시대의 사회적 변화와 예술 생산의 조건들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즉각적으로 감지하고 있다. 

동시대에서 예술노동과 예술실천의 방법들은 별다른 제도와 시스템 없이도 예술생산으로 직결되며, 그것들은 순수한 개인의 예술 의지에 의한 예술표현을 넘어서, 시대적 현상과 더불어 새로운 예술계를 열고 있다. 

또한, 현재의 미술관과 전시에 대한 형식과 내용은 뚜렷하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미디어, 무용, 연극, 문학 등을 전시와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다원예술, 작가 연구를 넘어서서 사회와 예술에 관한 학술 연구프로젝트 같은 것들이 미술관을 통해서 프로젝트로 기획되고, 공유되면서, 미술관을 단편적인 전시, 미술프로그램과 같은 단조로운 미술품(물) 전시에서 벗어나 미술 생태계의 다양한 교류와 소통의 장으로 변모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지역에 밀접해 있는 국공립, 사립 미술관, 자치구문화재단들은 지역의 특수성, 장소적 맥락성을 수집하고 연구하며, 다양한 표현의 도구를 가진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일상의 삶터로 융합하는 시도들이 생성되고 있다. 

현재의 예술가들은 다각화된 예술장 속에서 창작-표현-전시의 단계들을 압축하고,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방법으로 생산-유통-판매로 확산하기도 한다. 
종종 실제 현장에서는 예술은 창의적 제안을 다수의 사람이 함께 제작하고 공유하면서 생산되기도 하며, 예술가들은 대중이 경험하는 감각적 작동들이나 지각적 판단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하고 결과물은 전시, 발표, 공연과 같은 예술의 장에서 공개한다. 그리고 사업이나 프로젝트로 명명되어진 연구, 리서치, 아카이빙, 교육, 놀이 등을 통한 새로운 예술 공유의 방식들을 결과물로만이 아닌, 과정을 방법으로 예술로 간주하게 한다. 예술가의 사회적 정의도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행위자로부터, 비평가와 큐레이터, 교육자 그리고 사업가로서의 예술가까지 새로운 정체성들을 총칭하는 ‘예술 인류’의 시대에 다가서고 있다.


- 성원선(1969- ) 마부륵필립스대학 미술사 전공, 카셀조형예술대학교 석사, 홍익대 예술학 박사. 학위논문 「도시-공공미술로서 뮌스터조각프로젝트 연구」. 홍익대 외 대학 강의, 숙명여대 초빙교수 등 역임. ‘이웃집예술가’, ‘정릉천 고가하부 공공미술 프로젝트’, ‘무정주 프로젝트’ 등 기획. 현재 성북문화재단 재직, ‘김중업건축문화의집’ 전시 및 공공미술 프로젝트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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