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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미술의 대중화와 관객 서비스

김영애

여자친구와 함께 미술관을 방문했다가 그녀가 들려주는 작품 설명에 반해 그 후로 미술관을 수없이 들락거리며 친구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를 사업으로 옮겨 대박을 터트린 남자가 있다. 바로 뮤지엄핵(Museum Hack)의 설립자 닉 그레이(Nick GRAY)의 이야기다. 프로포즈 투어, 페미니즘 투어 등 다양한 코스를 개발했고, 연극배우 등 재미있게 이끌어갈 도슨트도 양성했다. 여러 미술관에서는 그를 미술관 관객개발 프로그램의 자문으로 모시기 시작했고, 뉴욕에서 시작하여 시카고, LA, 샌프란시스코, 워싱턴으로 확장하였다. 2013년 설립되어 승승장구하는 이 회사를 바라보며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 비슷한 콘텐츠로 창업을 한 심지어 박물관학을 전공한 미술기획사의 대표로서 여러 생각이 든다. 나의 부진을 환경 탓으로 돌리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이제 문화예술 향유를 위한 관객 서비스 방법이 조금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뮤지엄핵 투어, 출처: MuseumHack.com

만약 우리나라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면? 미술관의 관람객 증대, 수익 창출 등에서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타 관람객에게 방해를 줄 수 있고, 영리를 목적으로 진행하는 회사의 유료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가이드의 작은 음성도 들을 수 있는 관람객용 리시버 등 방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겠으나 영리회사라는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해외여행을 떠나 루브르, 바티칸 등에서 한국인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미술관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말하는 이들은 모두 외부 그룹 방문과 설명을 허가하는 세계적인 미술관의 관객 서비스 혜택을 받아본 이들이다. 대부분의 해외 미술관에서 가이드 투어를 허용해주고 있으며, 별도의 비용을 받아 재원확보의 방편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물론 미술관에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도슨트 혹은 오디오 가이드가 있는 곳들이 있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미 그 미술관을 가본 사람이다. 미술관에 발길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동네에 미술관이 있는지도 모른다. 미술관에서 자원봉사로 열심히 도슨트를 하는 분들도 불만이다. 더 많이 봉사하고 싶어도 하루에 두세 번밖에 진행을 안 해서 기회가 한정되어 있다고 한다. 도슨트를 해 줄 사람도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도슨트를 듣고 싶은 관람객들도 시간을 못 맞추면 듣지 못한다.

문화와 거리가 먼 사람들을 미술관에 데려가서 경험하게 하고 향후 재방문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또한 마련된 재원을 바탕으로 대체로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는 도슨트들에게 그들의 연구와 노력에 합당한 강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뀐다면 어떨까? 비영리기관에서 했으면 하는 활동을 하면서도 영리기관이라는 이유로 배척당할 때, 정부규제로 혁신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비단 벤처 산업계만이 아니라 예술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지금도 국내의 미술관들을 둘러보면 조금만 더 관객 서비스를 개선하면 재정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요소들이 눈에 보이는데도 전문가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예술후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예술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지름길이라는 의식 전환은 사농공상의 분위기 속에서 묻힌다. 미술관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하여 영리 활동을 한다고 말하는 것의 경계를 어디까지로 보아야 할까? 카페, 아트숍, 교육 프로그램 등 관객 서비스와 관련된 논의는 미술관의 콘텐츠를 구성하는 문제 못지않게 중요하며 소위 말하는 ‘미술의 대중화’가 이루어질수록 중요하게 다뤄야 할 미래 미술관의 화두가 될 것이다.


김영애(1974- ) 이화여대 미술사 석사, 프랑스 파리 에꼴뒤루브르 박물관학 박사. 이화여대 겸임교수 역임. 『예술의 모든 순간에 존재하는 갤러리스트』, 『페로티시즘』 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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