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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동시대를 향해 발언하는 미술

김지연

세상에는 다양한 지향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이 있다. 그들은 작업을 통해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하여 발언한다. 심지어 침묵한다고 할지라도 그 역시 역설적으로 ‘발언’일 수 있으므로, 세상에 말하지 않는 작품, 작가는 없는 셈이다. 문제는 무엇에 대하여 어떻게 말하느냐 일 것인데, 이것 역시 개인의 ‘취향’이라고 여긴다면,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이들 간에 시비를 가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동시대 현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미술을 통해 시대와 호흡하고, 시대를 향해 발언하고자 하는 작가들의 작업에 조금 더 눈길이 가는 요즘이다. 특히 올해는 경술국치 100년, 6.25전쟁 60년, 4.19혁명 50년, 광주민주화항쟁 30년 등 유독 한국의 근현대사를 돌아봄직한 기억과 추모의 시간이 집중되어 있는 해인데도, 그 기억의 가치에 주목하는 움직임이 적을뿐더러, 심지어 그 활동의 의미를 폄하하는 모습도 눈에 띄어, 시대의 현장과 그에 대한 기억을 중심에 두고 작업하는 작가들과, 전시들이 갖는 의미가 더 커지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열린 두 전시와 7월말 열릴 예정인 전시가 있어 소개한다. 



경향갤러리에서는 5월 26일부터 6월 7일까지 '노란선을 넘어서'가 열렸다. 윤범모, 정영목 교수가 기획한 이 전시는, 강성원, 강요배, 권순철, 권여현, 김기라, 김봉준, 김성연, 김억, 김은곤, 김정헌, 노순택, 노원희, 뮌, 박불똥, 박영균, 박재동, 박종갑, 방정아, 서용선, 손장섭, 신장식, 신학철, 양아치, 오원배, 윤동천, 윤석남, 이반, 이종구, 임영선, 임옥상, 조습, 주재환, 최병수, 황재형 등 34명의 작가들이 참여하여 마련한 전시였다. 노무현 서거 1주기를 계기로 기획한 전시였지만, 기획자들과 참여작가들은 이념과 정치적 성향을 떠나 ‘노란선’이 상징하는 모든 경계와 금기의 터부를 넘어 좀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는 열린 마음에 대한 바람의 목소리를 본 전시에 담고자 했다. 정영목 교수는 경계를 넘는다는 의미에 민족의 통일에 대한 이야기까지 아우르며, 남북한 간의 유연한 접촉과 융합, 경계에 대한 유연함을 심어나가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윤범모 교수는 시대정신의 구현과 거리가 먼 미술이 참된 미술일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 시대정신이 부재하는 오늘의 미술계에서 한 시대를 이끌고 간 지도자를 평가하는 기회에 미술의 길을 생각해볼 것을 제안하며, 미술의 존재이유를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에서 찾았다.


5월 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는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전시가 열렸다. 'A4 DEMO'라는 제목의 이 전시는 ‘민주주의를 위한 예술(Art for Democracy)’과 ‘A4 시위(A4 Demonstratio)’의 의미를 중의적으로 담고 있다. 행동하는 예술을 표방하는 이들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www.art4act.net를 중심으로 서울의 Lab39, 청주의 톡톡, 광주의 미나리, 부산의 아지트, 수원의 대안공간눈 등 13개 도시의 13개 공간이 참가하여 오프라인 상에서도 전시를 열었다. 각 도시의 공간들이 네트워크를 이루어 만든 이 전시에는 신학철, 임옥상, 홍성담 등과 같은 중진에서 김성연, 임영선, 박영균, 노순택 등의 중견, 그리고 구헌주, 전준모, 서평주 등과 같은 신진에 이르기까지 200명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의 예술가들이 참가하여 사회 현실을 다룬 비판과 풍자, 해학이 넘치는 작업들을 선보였다. 각 지역에서 섭외한 작가의 원본은 각 지역의 전시장에 설치하고, 다른 지역의 작품들은 A4 사이즈로 프린트해서 전시하는 방식을 취한 이 전시는 디지털과 인터넷 환경을 활용한 네트워킹에 초점을 맞춰, 지역적, 시간적 한계를 뛰어 넘어 소통을 확장, 연계시키는 전시방식의 효과적인 사례가 되었다.


7월 30일부터 8월 9일까지 인사아트센터 전관에서는 1979년 창립하여 지난해 30주년을 맞이한 현실과 발언 30주년 전시가 열린다. 미술로 현실에 대하여 발언하겠다는 창립취지를 가지고 시작한 모임 현실과 발언은 당시의 미술계를 ‘고답적인 관념의 유희에 빠져 자기와 이웃의 현실을 소외, 격리시켜왔을 뿐 아니라, 고립된 개인의 내면적 진실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새 시대를 향한 예술의 전개에 창조적인 역할을 발휘하겠다’는 뜻을 세웠다. 이들은 ‘도시와 시각’, ‘행복의 모습’, ‘6.25’ 등의 전시를 개최하며 당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세우고 이에 대해 미술로 발언하며 미술계 안팎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이번 30주년 전시에는 현발의 아카이브를 비롯하여 회원들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통해 한국미술사에서 현실과 발언이 갖는 의미를 비롯하여 현실과 미술의 관계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김지연(1973- ) 국민대 미술이론전공 박사. 가나아트갤러리 전시기획자 역임. 현 학고재갤러리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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