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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국외 소재 우리 문화재의 현주소

지건길

곽분양행락도, 미국 캔사스대학 스펜서박물관 소장
위) 보전처리 전, 아래) 보전처리 후


172,316점!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집계한 2018년 4월 기준 20여 개 나라에서 확인된 우리 문화재의 총 수량이다.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이보다 훨씬 많은 수가 먼 나라나 이웃 나라에서 개인의 다락이나 박물관 수장고에 묻혀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상으로만 보면 일본에서 가장 많은 수가 확인되었고 그다음으로 미국이다. 일본과 미국에서 확인된 수량이 전체의 2/3가량 되고 나머지는 중국 등 아시아나 유럽의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두 나라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우리와 이 두 나라가 갖는 지정학적, 외교사적 사유에 근거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일본과는 지리적으로 바로 인접해 있어서 그동안 이루어진 교류를 통해 그만큼 우리 문화재들이 많이 흘러 들어갔음은 매우 당연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선사시대 이래 오랜 기간 동안 한반도와 일본 간에는 친선에 의한 교류건, 침략에 의한 약탈이건 우리의 문화재가 끊임없이 일본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짐작된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 확인된 우리의 문화재는 유럽의 여러 나라로 건너간 것들과 함께 일찍이 한말에 선교사나 외교관으로서 임기를 마치고 귀국길에 기념품 등으로 챙겨간 것들일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한국전쟁 이후 군 복무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가져간 것들이 상당수에 이를 것이다. 
지난 2012년에 설립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임무는 바로 이들 문화재 가운데 도난 등 불법이나 약취 등 강압에 의해 우리 의사에 반해서 불법적으로 빠져나간 문화재를 환수해 오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것들이 정당하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국외로 건너간 문화재의 경우는 우리가 물리적인 방법에 의해 환수할 방법이 매우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환수 대상으로 삼는 것들은 불법적인 수단에 의해 국외로 빠져나간 문화재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
이미 개인이나 박물관 등 특정 단체에 소유권이 넘어간 이상 우리가 환수를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안으로는 상대방으로부터 우리에게 기증을 권유하는 방법이겠지만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지극히 어려운 방안이 될 수밖에 없다. 공공 문화재로서보다는 재물로서 인식하고 있는 일반적인 관습에 따라 무상으로 기증을 유도하는 데에는 많은 한계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재단이 취하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환수 방법으로는 소유자로부터 직접, 혹은 경매 등을 통한 매입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중요한 문화재의 매입을 위해서는 거액의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제한된 국가 예산만으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르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일부 개인이나 중소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매입자금 일부를 충당하고 있으나 보다 여유롭고 활발한 지원을 위해서는 관심 있는 대기업의 참여가 절실한 실정이다.

환수를 위해서는 이 밖에 국가 간의 반환협약 체결이나 특정 국가와의 수사 공조를 통한 도난, 또는 약탈 문화재에 대한 압수 송환도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매우 드문 경우에 국한되고 있다.
재단에서는 이렇듯 환수를 위한 갖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환수가 어려운 문화재에 대해서는 현지에서의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수장고에 보관만 되고 있는 유물에 대해서 전시를 통해 우리의 문화를 현지인들에게 보여줄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재단에서는 세계 여러 박물관에 소장된 유물 가운데 훼손이 심한 회화류 등에 대해서는 현지에서, 혹은 우리나라로 가져와 보존, 복원 작업을 거쳐 현지에서 전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렇듯 우리 재단에서는 기증이나 매입 등을 통한 환수 작업과 함께 환수가 어려운 문화재에 대해서는 전시 등 현지 활용을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를 세계인들에게 알리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해 나가고 있다.

- 지건길(1943- ) 서울대 고고인류학과, 동대학원 졸업, 프랑스 렌(Rennes)대학 역사학 박사. 프랑스 한국문화원장(1998-2000), 국립중앙박물관장(2000-03), 문화재위원회 매장분과위원회 위원 및 위원장(2005-13),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2012-14) 역임. 『고고학과 박물관 그리고 나』(2011), 『한반도의 고인돌사회와 고분문화』(2014), 『한국고고학백년사』(2016) 외 다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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