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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시래기처럼 짜내는 예술

안재영


Louis-Robert Carrier-Belleuse, The Animal Sculptor, 155×206.5cm, Oil on canvas, 1894



알렉산더는 그리스 문화가 참다운 문화라고 생각하며 정복하는 곳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 알렉산드리아를 건설해 그리스와 동방 문명을 융합한 헬레니즘 문명을 만들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알렉산더를 잘 가르친 덕분인지 이집트 나일강 삼각주 하구의 유명한 알렉산드리아(Alexandria)는 50만 이상의 책을 보유한 거대한 도서관이 있었고 과학, 문학, 철학의 거대한 집적소였으며 동시에 지적인 사고와 학습이 가능한 도시였다.


지금의 한국은 경제 성장곡선이 올라설 만큼 올라있고 외국은 과거처럼 우리의 주식을 안 사들이지만 중국은 이와 무관하게 내수시장만으로 돌아간다. 이 같은 사회현상은 또 다른 사회구조를 형성해가며 우리의 예술을 길들인다. 한편으로는 부쩍 많은 문화예술관련 기관장들이 인선됨에 따라 하부조직들도 개편되고 있다. 알렉산드리아처럼 이른바 예술이라는 것은 결국 올바른 사고와 철학으로부터 전진되고 학습되어야 한다. 움직이는 사회적 변화와 구조 속에서 알렉산드리아로 가는 길목과 예술을 지킬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자신이 알고 있는 고집과 예술만을 가지고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없는 시대다. 무언가를 짜내는 예술과 철학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가 군복무 시절 양구를 지날 때마다 펀치볼 마을 산 밑 식당에서 사 먹었던 시래기 국밥은 일미였다. 이 지역 펀치볼 마을은 해발 1,100m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타원형 분지의 모습을 지니고 있어서 가칠봉에서 내려다본 모습이 화채그릇 같다고 해서 펀치볼이란 이름이 생겼다. 하여튼 이곳은 늦가을부터 시작해서 겨우내 시래기덕장이 들어서 지나다 보면 시래기용으로 재배한 부드럽고 연한 무청을 바람이 통하는 그늘에서 말리는 광경을 부지기수로 많이 볼 수 있었다. 그 광경은 시래기덕장마다 막대나 줄에 널린 무청들이 영하의 칼바람 속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연초록빛을 드러냈던 기억이 즐비하다.


필자는 그 연초록빛 시래기를 간장양념에 비벼가며 시래기 밥을 맛나게 먹던 기억이 아직도 선연하다. 외할머니가 손수 해주신 시래기가 어릴 적 입맛에는 정말 싫었는데 지금은 된장을 풀어 끓인 시래깃국부터 시래기 밥, 시래기나물 등 시래기로 만든 음식은 별미 양식이 되어 버렸다. 다이어트와 웰빙 푸드로까지 그 위상이 업그레이드되어 시래기로 짜낸 예술이 되었다. 현대는 보잘것없는 무우 시래기처럼 무언가를 짜내는 예술이 소중하다. 예술도 시래기 국물의 문화처럼 무언가 짜낼 수 있는 것이다. 예술의 아이덴티티는 타자를 배제한 자리에서 확립되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맺음에 의하여 성립된다. 예술상품은 우리 안에도 있고 우리 밖에도 있다. 같은 것이 없으면 다른 것도 없고 다른 것이 없으면 같은 것도 없다는 말이 된다. 예술은 모든 사물의 유연성과 개방성으로 이어져 복합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풀어나가는 문화의 핵을 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행을 좇기보다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가장 자연스럽고 자신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화장을 찾는 것이 트렌드가 되는 것처럼 예술이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각자의 개성을 만들어 내는 기술과 요소가 필요하다. 예술도 장르마다의 옷을 자연스럽고 독특하게 잘 입혔을 때 소비자의 눈과 생산자의 문화적 시각이 잘 맞아 떨어진다. 이젠 예술이라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조각조각 떨어져 있던 이야기 퍼즐이 조금씩 완성되듯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짜야 하는 것이다. 작년에 과테말라 대통령에 코미디언 출신이 당선되었다. 어찌 보면 정치인으로서 조건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의심의 눈으로 보는 사람과 주변 나라들의 정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투적인 시각의 조건에는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당선인은 당당히 국민에게 웃음을 주겠다고 한다. 그 웃음 하나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것처럼 고로 예술을 생산하는 곳에도 무언가의 조건이 따를 수는 없다. 다만 우리의 생활에 다양한 경험을 가져다주고, 웃음을 주고, 즐거움을 주고, 편리함을 주고, 행복감을 주는 예술을 바라보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마음 아닌가!



안재영(1968- ) 성균관대 행정학 학사, 고려대 석사, 이탈리아국립미술학교 졸업. 서강대 문화정책 석사. 성균관대학원 예술철학 박사.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2018). 방글라데시비엔날레 한국커미셔너(2014, 2016). 한국문학예술상 수상(2015). 현 광주교대 교수 겸 박물관장, 중국요녕미술학원 객좌교수. 서울시의회 정책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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