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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다시 시작해야 할 시급한 미술관 정책 혁신

김찬동

2004년 이래 국립현대미술관은 책임운영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관료행정을 탈피하고 전문가인 관장의 책임 아래 독립적으로 운영하자는 취지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문화체육관광부의 통제 아래 있다. 최근 외국인 관장 영입 후, 관장의 권한이 축소되어 책임운영은 유명무실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임운영기관의 지정은 궁극적으로 독립법인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지만 정작 독립법인화 논의는 오랫동안 중지되어 있다. 2013년 서울관은 학예직 대부분을 계약직으로 선발하여 출범하였다, 이는 독립법인화를 염두에 둔 한시적 조치였지만, 4년 차에 이르는 현재까지 매년 계약직에 대한 계약갱신을 반복하고 있다. 이로 인한 직원들의 고용불안은 장기간 준비를 필요로 하는 제대로 된 전시기획에 제약이 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서울관 등 3관을 1개 관으로 통합하여 관장 밑에 추진단장과 학예실장 체제로 구조조정을 하였다. 결국 서울관 개관 시 4관 체제로 조직을 키우며 관별 특성화를 꾀하겠다던 원대한 꿈은 용두사미가 된 채 미술계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내부논리로 마무리 되었다. 세계 5대 미술관, 한국미술의 세계화를 명분으로 외국인 관장을 영입하였지만 현재와 같은 여건으론 꿈같은 얘기이다. 현실 괴리의 시행착오는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지만 패착은 지속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전경 ⓒ한두일

미술관 정책은 국가 미술정책의 핵심이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대한민국의 미술관 정책은 실종되어 있다. 박물관의 경우, 박물관 정책과를 두어 정책을 총괄하고 있지만 미술관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술관 역시 넓은 의미의 박물관일 수 있으나 미술관 정책은 박물관 정책과의 소관사항에도 빠져 있거나 느슨한 고리 정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미술관정책을 시각예술디자인과에서 맡고 있을 것처럼 생각되나 실제로는 시각예술디자인과의 업무 중 하나로 ‘국립현대미술관에 관한 업무’가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수차례 정책토론의 이슈가 되고 있지만 마이동풍이다. 결국 우리의 미술관 정책은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마스터플랜이나 정책적 로드맵은 당연히 부재한 상태이다. 미술관 근무경험이 없는 작가나 대안공간 기획자들이 관장이 되어도 무방하며, 미술관과 전시장의 차이도 구별 못하는 우리의 실정을 어찌할 것인가?

미술관 정책은 한 나라의 문화예술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독립법인화하고자 하는 시도는 80년대부터 영미권에 도래한 신자유주의의 환경과 경제 논리로부터 비롯되었다. 관료행정에서 벗어나 민간과 시장의 경영효율을 거두기 위함이었다. 이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거부할 수 없는 물결이다. 이미 12년간의 책임운영기관 운영 경험은 그 장단점과 개선책을 충분히 학습하였다. 또한 독립법인화의 우려인 공공성의 상실과 상업주의화 그리고 법인화의 전제조건인 정부예산의 지속지원 등등도 충분히 검토된 바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결론 없이 논의가 공전되고 있는 가운데 미술관의 기능과 위상은 정체되어 있다. 새 정부는 언필칭 적폐청산을 강조하고 있다. 오랫동안 불구상태로 운영되어온 이 현대미술관의 적폐 문제는 어찌 해결할 수 있을까? 기업인 출신의 관장, 학연에 얽매였던 관장, 한국 실정에 어두운 외국인 관장… 계속된 시행착오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글로벌 환경에 부응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위상 강화와 기능 활성화, 해묵은 독립법인화 문제 등 시급한 한국의 미술관 정책 혁신과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


김찬동 / 전 경기문화재단 뮤지엄본부장  kcdong@hanmail.net
- 김찬동(1957- ) 홍익대 및 동 대학원 서양화 전공, 한양대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수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미술부장, 아르코미술관장, 시각책임심의위원, 경기문화재단 산하 6개 공립뮤지엄 총괄 운영본부장, 2016 부산비엔날레 ‘아시안 아방가르드전’ 한국섹션 큐레이터 등 역임. 현재 미술비평가·전시기획자·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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