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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감상이 아닌 ‘경험’으로서의 미술전시

류임상



전시장 환경 조성을 통해 예술 경험 설계를 한 ‘이중섭은 죽었다’전

최근에 지인이 요즘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가 무엇인지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떠오른 건 몇몇 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빔프로젝터 기반의 명화 전시’였다. 그렇다. 그때 내가 생각했던 것은 ‘좋았던 전시’가 아니라 ‘인상적이었던 사건’이었다. 반 고흐나 모네와 같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법한’, 혹은 ‘교과서에서 본’ 작가의 작업으로 거대 스크린을 만들어 마치 작품에 들어가 있는 듯한 ‘환영’을 제공하는 전시였다. 예상되었지만, 내 주변 업계(?) 사람들은 그 전시를 비판했고 스쳐 지나가는 쇼비즈니스의 한 단면으로 여겼다. 하지만 연일 줄을 서 있는 관람객과 그로 인해 여느 미술관의 일 년 치 관람객을 한 달 만에 채워가는 것을 보고 적잖이 충격받았던 기억이 있다. 작품의 ‘원본성’은 무엇이고, 저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들은 누구이며, 기존의 예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일상에서 경험하는 ‘예술적 상황’이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박제되어서 나름의 독해법을 강요함에 피로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로 인해 미술은 점점 대중과 유리되어 갔다. 그런데 인구의 증가, 문화 향유 계층의 확대 등 사회적-인구 통계적인 현상이 벌어지며 이는 새로운 국면을 맡게 된다. 제한된 인원이었던 ‘예술 소비’가 확대되며 다층의 예술 감상층이 생겨난 것이다. 특히 새로 유입된 예술 감상층은 보다 자세한 설명과 친절한 독해법, 그리고 그 안에서 ‘경험’하기를 전시 기획에 요구하고 있다.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오페라’가 대중화의 지점을 거쳐 ‘대중음악’으로 확장된 것을 예로 들어보자.(물론 여기에서 ‘대중음악’이란 ‘산업화’를 이룬 결과물을 말한다) ‘대중음악’의 가장 큰 변화는 ‘대중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아서 독해하기 쉽다는 것 이외에 ‘쉽게 내가 가질 수 있는’ 예술 창작물이라는 것이었다. LP나 CD 등으로 소유할 수 있는 ‘내 것’. 물론 지금은 이마저도 ‘온라인’이라는 초월적 공간 개념으로 조금 수정되어야지 싶다. ‘내 것이라고 착각하게 해주는 기술에 기반한’이라고 말이다.

요즘 많은 전시는 관람객들의 사진 촬영을 허용하고 있으며 전시실에서 촬영이 불가할지라도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여 관람객들이 하다못해 ‘원본이 아닌 모작’을 배경으로라도 본인의 사진을 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관객은 그곳에서 줄을 지어 사진을 담고(Take) 그 기록을 SNS상에 공유(Share)한다. 예술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나누며, 작품에 대한 감상과 함께 작품과 함께 있었다는 경험(!)을 공유하길 원하는. 새로운 대중의 탄생이리라. 음악이 그랬듯 ‘예술 작품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이 ‘디지털’을 만나 ‘발현’되었다고나 할까. ‘경험과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 대중들은 쏟아지는 ‘이미지’들을 ‘경험’하며 몰입해 새로운 ‘즐거움’을 누린다. 이는 과거의 전시가 ‘감상’으로 ‘독해’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 기획되었다면 지금의 전시는 ‘경험’으로 쓰이고 읽혀야 한다는 것도 고려하며 기획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새로운 시대의 대중은 ‘변화’했다. 과거의 대중이 수동적인 모습으로 예술 콘텐츠를 ‘감상’했다고 한다면, 이 시대의 대중은 직접 그 예술로 뛰어들어 온몸으로 그 감흥을 누리고 느껴서 그 경험을 ‘이미지화’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공유하여 타인과 예술적 감흥을 나누는 행위까지 수행하는 것이다. 이는 기술의 발전으로 예술이 ‘하이-테크놀로지화’된 이유도 있고, 그것을 수용하는 대중의 환경이 ‘디지털화’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총체적인 새 예술을 만들 뿐 아니라 감상자의 형태(혹은 자세)에도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대중 역시 앞으로는 제도화된 교육 아래 학습했던 ‘감상’이라는 문자 중심적 수용 형태를 버리고, ‘경험’을 통해 새로운 ‘총체적 감흥’을 예술에서 누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대중들의 예술 경험(Art Experience)에 큰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며, 이를 통해 더욱 풍성해진 새 예술(New-Art)의 시대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


- 류임상(1975- ) 홍익대 예술학과 석사. 서울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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