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놈들 때문에 제대로 감상을 못해! 꼭 무식한 것들이 설명 듣는다고 난리지 마음으로 볼 줄 모르고!” 

작년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展에서 개인적으로 보는 관람객과 도슨트, 그리고 도슨트를 듣고 있었던 관람객 간에 발생한 상황이다. 최근에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도슨트의 전시해설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으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과연 도슨트의 존재는 정말 무의미한 것인가?

작가나 기획자가 아닌 도슨트가 전시와 작품, 예술을 함부로 논할 수 없다는 점은 적극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도슨트는 더 책임감을 갖고 작가와 기획자의 의도를 파악하여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또한 어떤 단어를 사용해 어떻게 말로써 전달할지 고민하고 도슨트에 임해야 한다. 작가나 기획자가 매일 감상자에게 직접 전시와 작품을 소개할 수 없기에 도슨트가 그 가운데서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느냐에 따라 감상자가 전시와 작품을 통해 느끼는 감동은 배가 될 수도 반감이 될 수도 있다. 실질적으로 도슨트는 공인된 자격증도 없고 제대로 된 직업으로도 인정받지 못하기에 지속적으로 많은 전시에서 활동하는 도슨트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아르바이트 경험 삼아, 취미 삼아 혹은 남들 앞에서 지식을 뽐내기 위해 도슨트를 하는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책임감과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해 도슨트를 진행하는 이들도 늘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도슨트의 활용방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립현대미술관, 동대문DDP 등 대형 미술관 및 전시공간에서 계약직 도슨트를 고용하고 있으며, 한국사립미술관협회에서는 분기별 사립미술관 해설사 지원사업을 통해 사립미술관이 상시 대기할 수 있는 도슨트 인력을 고용하도록 돕고 있다. 또한 많은 전시기획사 및 미술관이 도슨트를 고용하여 관람객에게 전시해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서울시립미술관, 리움, 플라토 등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자원봉사 도슨트를 양성하여 운영되는 공간도 있다. 그만큼 도슨트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미술관과 기획사가 전시해설에 관심을 갖고 양성 프로그램과 고용을 확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미술이 타 예술 장르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근현대 미술은 시각적인 아름다움이라는 관념 안에서 미술에 다가서는 일반 관람객에게 너무 어렵고 난해한 영역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물론 현대미술이 감상자가 이해하기 쉬워야 할 필요도 혹은 꼭 ‘이해’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미술에 다가서고자 하는 이들에게 부담을 안겨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필자는 예술이 대중화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중은 예술화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도슨트가 올바른 책임감으로 전시해설을 할 수 있다면 관람객은 예술에 대한 관심과 감동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실제 도슨트를 듣고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차후 전시회 방문 시 도슨트 시간에 맞춰 방문하거나 특정 도슨트의 전시해설 시간에 맞춰 전시회를 찾는 감상자가 늘어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책임감과 열정 그에 부합하는 경험과 능력이 있는 도슨트가 미술계와 감상자 사이에서 순기능을 한다면 그로써 전시해설은 그 중요성과 가치를 인정받기에 충분할 것이다. 좀 더 양질의 도슨트 활동이 늘어나 그 올바른 역할이 수행될 수 있도록 전시해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 김찬용(1984- ) 수원대 조형예술학부 서양화과 학사. KIAF12, KIAF13, KIAF14, 2014화랑미술제 도슨트 운영팀장. 소마미술관, 플라토, 자하미술관 도슨트. ‘뭉크 영혼의 시’,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점핑위드러브’, ‘요셉보이스 멀티플’외 다수 기획전 및 개인전 도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