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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이제는 미술공간인가?

김용민

필자는 몇 년 전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보러 광주에 내려갔었다. 그날이 때마침 토요일이어서 비엔날레에는 엄마아빠 손을 잡고 나온 아이며 학교에서 단체로 온 학생들, 외국인들 할 것 없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때의 상황은 영락 없이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처럼 인파들로 북적거렸고 뭐 재미있는 놀이기구를 타기 위한 것처럼 사람들은 긴 줄을 만들고 있었다. 그 날 나는 전시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을 보면서 이 정도의 입장료라면 차라리 놀이동산에서 전체이용권을 끊고 하루 종일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게 더 유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봐야 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가. 줄 지어 앞사람이 간 길을 그대로 답습하는 감상은 과히 80년대 과학박물관으로 수학여행을 간 학생들을 연상케 하였다. 마치 부자집 잔치에 영문도 모른 채 먹고 마시며 북적거리는 동네주민이라고 할까.


어쨌거나 지금의 미술관과 갤러리에 방문하는 일반인들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미술관은 교육프로그램을 육성하여 학생들, 엄마와 함께 한 아이들을 끌어들이고 있고 화랑은 미술시장이 부흥하면서 중저가의 작품으로 일반 컬렉터들의 환심을 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미술공간은 다원예술매개공간이라 하여 공연, 음악, 마임, 영화 등등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해석되고 있으며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다원예술매개공간 지원을 구별하여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필자는 관객의 참여와 미술공간의 역할에서 곱씹어 보았다. 무엇보다도 미술공간은 그야말로 전문화되어야 한다. 이 말은, 전시는 미술가에게 음악은 음악가에게 공연은 연출가에게 맡김으로 각각의 전문가들이 공통 되는 미술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그럴 때 그 공간은 다원화 된 예술을 매개하는 공간이 되어 전문적이고 대중적이며 공공성을 갖게 될 것이고 그때의 관객은 한층 고상한 미적 놀이와 즐거움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미술공간은 예술의 문제를 만들어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서 모든 예술의 공통된 과제며 다른 예술장르와 구별된다.



미술의 핵심이 아방가르드(새로움)라 하지 않았던가. 끊임없이 새로움을 던져주고 시도하는 활동이 미술공간이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왜 미술공간에서인가. 무엇보다도 그 원인은 관객이 미술공간을 찾는 것에 있다. 그 사연이 자녀들의 미술교육이나 단순한 체험학습 때문이 아니라 예술과 문화에 관한 관객의 수준과 소양이 높아졌기 때문이라 하겠다. 할리우드 영화보다 작품성 있는 영화로, 영화보다 연극이나 음악공연으로 좀 더 문화에서 예술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이렇듯 관객은 손쉽게 웃고 즐거운 것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공연이나 작품을 통해서 진지하게 연구해보길 원하고 상업적이기보다는 전문적인 컨텐츠를 찾고 있다.


미술공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 것인가

필자는 갤러리에 근무하면서 이와 같은 관객의 반응을 지켜봤고 실제로 젊은 층에서 확대되고 있음을 감지하였다. 어쩌면 전화기로 영화티켓을 예약하고 네이트로 동시에 여러 명과 대화를 하는 세대의 성향에 맞물리는 유행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다원화된 예술매개 공간으로서 미술공간은 예술이라는 큰 범주를 소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공간이며 관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매우 직접적일 수 있고 실재감 나는 공간이라 할 것이다. 이렇듯 관객의 의식수준이 높아진 지금에 갤러리리스트들이나 기획자들이 미술공간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는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라고 할 것이다.


필자는 세 가지의 의견을 제시하고 싶다. 우선 각각의 전시공간은 저마다 고유한 성격이 파악되어야 한다. 어떠한 전시나 공연이 효과적인지를 따져보기 위해서 말이다. 다음으로 미술공간이기 때문에 갤러리리스트는 시각예술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미술공간으로서의 특수성이 모호해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기획의 내용이 고급스러워야 하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예술이 문화를 앞서고 성숙한 관객의 시각에 충족되기 위해서는 함부로 다원예술을 표방하지 말고 관련 자료수집과 지속적인 스터디가 필요하다.



김용민(- ) 갤러리쿤스트독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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