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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빛과 그림자 그리고 예술의 정치화

장석원

2012년 8월 6일 저녁 6시 반 광주광역시 대인시장 우그로 카페에 미국 영화 제작자 조나 휩(Jonah Whipp, 28)의 <역(Station)> 촬영에 대안공간 미테 감독 조승기를 비롯해서 조각가 오민곤, 불어전공 학생, 진주에서 온 레지던시 작가 그리고 내가 참가해서 몇 시간의 작업을 수행했다. 카메라의 스틸 컷으로 이어지는 실험 영화, 그러기에 아예 대사나 연기가 없고 장면 장면 디테일한 컷의 감각적 편집으로 이어진다. 대인시장의 빈 점포를 이용하여 황량하고 살벌한 현장성이 그대로 반영된다. 쿠웨이트의 미국대학 조교수이자 작가인 윌리엄 제이 앤더슨(William J. Andersen)도 자기 일인양 적극 거든다. 마침 일본에서 온 양자(재일교포 작가)도 기웃거리면서 사진을 찍는다.



조승기가 개인적으로 만든 대안공간 미테와 예술인 카페 우그로, 레지던시 공간 및 자료실을 기반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열악하다면 참 열악한 그곳에서 수년간 많은 외국인 작가들이 다녀갔고 서울과 타지역 국내 작가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특별히 지원을 받아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아니다. 2년 전 아시아 영아티스트 페스티벌을 치를 때는 약간의 지원을 받았지만 간섭이 심해서 불만이었다고 한다.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면서 그는 태국 방콕에도 전시 공간을 만들었고 전시 및 작가 교류를 꾀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의 추락과 근본 문제

지난 6월 광주시의회에서 광주비엔날레 관련 포럼에 ‘광주비엔날레의 추락과 근본 문제’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다. 2006년 성완경이 지적한 것처럼 광주비엔날레는 ‘평범성과 망각의 위험’에 깊히 빠져든 것으로 보인다. 광주비엔날레다운 색깔도 맛도 잃었다. 그가 지적했던 ‘비예술적 맥락에 의해 장악된 이급비엔날레’라든가 ‘전시기획의 진품성’은 현실로 드러났다. 비전문적 이사회 구조의 둔중한 정치 성향이 이사장인 시장의 눈치를 따르는 모습이지만 시장 역시 전문적 지식이 없기에 말 잘하고 비위가 맞는 한 두 사람의 의견을 좇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비엔날레는 상상 이상으로 왜곡된다. 지난 신정아 사건 때에도 감독 선정 과정에서 정치적 압력으로 최악의 사태를 맞았음에도 구조 개혁에 대한 요구는 무시되었고 오히려 개악되었다. 정치권력화는 강화되었고, 비엔날레 본래 취지의 꿈과 본질은 힘을 잃었다. 정치적 후광을 빛낼 외국인 감독이 연이어 기용 되고 광주비엔날레는 무엇을 하는 것인지 의문을 증폭시켰다. 광주비엔날레에 외제 브랜드를 입혀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문화적 후진 콤플렉스 때문에? 이 지역의 현대성이나 창의적 가치가 묵살되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여기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고 우리 시각에서 세계성의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도 정치화나 관료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탄생 배경 역시 대통령 후보의 즉흥적 제안으로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추진 과정도 시민들의 공감 여부와 상관없이 일방적이다. 우선 문화예술중심도시로서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수천억 들여서 건물을 짓는다고 아시아문화 중심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시아의 중요한 문화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교감을 찾기 위한 열린 토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열정과 노력이 느껴져야 하지 않겠는가? 



- 장석원(1952- ) 홍익대 서양화과 석사.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역임. 현 전남대 미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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