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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관장 공모제 및 임기제 철폐를 촉구한다

최열

미술관 관장은 전문인으로 조직 운영의 탁월성은 물론, 경영능력 또한 뛰어나야 한다는 견해가 보편화되었다. 공모제도를 시행한 이래 미술 전문성도 떨어지고 조직 운영에서도 미숙성을 보여 비난을 당한 평론가 출신 관장이 있었다. 이에 따라 경영능력이 검증된 기업 경영인을 미술관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던지 서울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몇 지자체의 관장을 교체하면서 모두 미술 전문인이자 이미 능력이 검증된 인물을 선임했다. 상쾌한 출발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전하다. 공모, 임기제도를 그대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지난날, 민주화 시대의 문화정책이라며 관장이 되고 싶은 누구나 응시원서를 제출하고 서류심사 및 시험관의 면접시험을 거쳐 최종 임면권자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선임하는 제도는 그대로다. 이 제도를 시행한 이래 지난번까지 드러난 문제는 지극히 심각해 보인다. 



첫째, 최종의 한 명을 위해 좋건 싫건 시험 기간 중 경쟁하는 제도라는 점이다. 둘째, 공정해야 할 경쟁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권력있는 관료의 의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셋째, 불공정 경쟁에 따른 탈락자가 겪어야 하는 부담이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넷째, 이상의 이유로 더 많은 인물이 응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섯째, 공모제로 임용된 관장이 무능을 노출하고 있을 때 보장된 임기 따위 이유로 교체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비교, 경쟁제도가 민주주의의 산물이라는 주장은 허구에 불과하다. 기회의 균등성이란 비교, 경쟁제도에서가 아니라 임면권자의 인재기용 역량에 달린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술관장이란 직책이 이미 성숙하고 역량을 검증받은 인물을 대상으로 삼는 것일진대, 마치 학습해야 할 미완의 인재를 선발하듯 하는 따위의 비교, 경쟁제도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아무런 타당성이 없다. 군주정부가 임명제도를, 민주정부가 공모제도를 채택한다는 견해는 무지의 산물일 뿐이다. 


이와 같은 근본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채 일부 정책입안자의 의지에 따라 도입한 공모제, 임기제는 이제라도 철폐되어야 한다. 공모제를 도입한 이후 지난번까지 능수능란하게 조직을 운영하는 가운데 그 공적을 높이 찬양받으며 임기를 마친 관장이 도대체 있기나 한가. 공모 관장이 국립현대미술관의 위상을 높였다거나, 작품구입예산을 이끌어 올렸다거나, 기부금을 급증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거꾸로다. 지난날 임명제 관장이 그 모든 일을 해두었음을 알고 있는 미술인은 다 안다. 


최고의 교외미술관으로 명성이 자자한 과천 본관과 더불어 근대의 이상을 실현할 덕수궁관, 그리고 당대미술의 전당이 될 서울관, 지역으로 확장해 나가는 관문이 될 청주관 개관을 앞둔 시점이다. 공모제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문 미술인 관장을 선임했으니 불행 중 다행이지만 그 임기가 기껏 2년뿐이요, 직급은 형편없이 낮다. 이제라도 최고의 관장, 최고의 미술관을 위해 공모, 임기제를 폐지하고 더불어 차관급인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정도의 직급을 부여함으로써 국립현대미술관이 21세기 미술문화의 중심으로 거듭 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최열(1956-) 중앙대 예술대학원 석사. 가나아트 편집장,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학예실장 역임. 현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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