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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문예회관이 '문화시대'를 대변하는가

조광석

획일적으로 건립된 문예회관들
지난 10여 년 동안 중소도시에 거대한 문예회관들이 건립 되어졌다. 마치 문화 시민의 표상처럼 건축되었다. 그러나 도시 규모에 비해 거대하기 짝이 없는 시설물들이다. 도시의 재정 형편에 맞지 않는 거대한 시설물들은 운영이나 시설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 이유가 없다. 운영의 부실에 대한 핑계는 재정이 부족하다는 답이 제일 먼저 앞서고 있다. 그러나 문화시설들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볼 때 설립 초기부터 기본자세가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같이 후원제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대한 문화 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먼저 재정기반을 확고히 하여야 한다. 이들은 재단법인이나 공단의 체제로서 자율적 운영을 하고 있지만 재정자립도가 빈약할 수밖에 없다. 재정의 부실 결과는 시설의 운영인 문화 행사의 부실화, 저질화를 만들게 된다.

 재정도 책임지지 못할 그러한 거대한 구조물들은 왜 축성하였는가? 그 건축물을 지을 때 그것을 운영 관리할 비용을 예측하지 못하였단 말인가? 그렇다고 해서 그 건축물들이 기념물처럼 웅장하며 개성을 지닌 것도 아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서울에 있는 예술의 전당으로부터 시작하여 형식과 구조가 비슷한 건축물들이 각 도시에 지어졌다. 넓은 대지 위에 붉고, 회색빛 화강암, 거대한 유리창, 바닥을 장식한 화강암, 그리고 건축법에 맞추어 장식한 조형물들이 획일적이고 부(富)티가 흐르지만 무언가 균형이 맞지 않고 딱딱하다. 이런 건축물들을 우리의 후대들에게 물려주었을 때 과연 문화재로서 보존하고 싶은 의욕이 떠오를까? 정치가들을 비롯하여 많은 지식인들은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주장한 덕분에 이러한 시설물들이 ‘문화’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그러한 ‘문화시대’를 거론을 하는 자체가 우리 문화의 단면이고, 작은 도시에서 외형으로 만 거대한 ‘문화예술전당’을 건립하는 것, 또한 우리의 문화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문화는 그대로 바라 볼 수 없는 꼴불견이 되어가고 있다. 과연 ‘문화’라는 것이 몇몇 사람의 주장에 의해 한시대의 에삐스뗌(epistem)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말하자면 과거 제국주의 국가나 공산주의 국가에서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 거대한 건축물을 건설한 것들과 차이를 찾을 수가 없다.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행사 또한 시민의 문화생활에 얼마만큼 도움이 되고 있는 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미술시장 운영개선
전국 문예회관연합회에 가입된 단체만 87개나 된다. 그 많은 공연장에 부대시설로 전시장이 첨가되어 있다. 왜 미술전시장은 공연장의 부대시설로 있어야 하는지? 또 전시장들이 전문적인 기획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한 전시장에서는 간혹 기획전시가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대관전시를 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문화기관으로서 사회 교육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계획적인 행사들이 아니라 즉흥적인 시설운영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시설을 활용하고 있지만 진정한 문화기관으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시장 운영 실태는 단편적이지만 그것이 우리 문화 수준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이 전시장들은 공연장과 달리 전시 관리가 필요 없는 공간으로 설립자들은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몇몇 시설물들은 건축된 지 10년이 안됐지만 낡고 폐허화되고 있으며 시민들도 그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이들의 운영은 지역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항상 서울과 상대적인 관련을 지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울에서 이루어지는 것, 국제적인 어떤 것이 우리지역에서 이루어진다면 세계화와 동질화되어 질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화적 종속주의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운영 실태가 과연 우리문화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이유가 없다. 문예회관의 부속시설로 설립된 전시장의 운영 개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문예회관의 건립은 시민들의 문화적 요구를 기반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그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시설물보다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선행되고 그것을 실행하면서 서서히 건축물들이 축조되기 마련이다. 우리의 실태는 이미 거꾸로 되어 있다. 문화행사의 필요성보다 피상적인 문화를 위하여 먼저 시설을 만들어 놓고 그곳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야 하는 형편이 된 것이다. 이는 대부분 성과 위주의 행정 편이주의와 비전문가들에 의해 운영되었기 때문에 온 결과이다. 이제 시간을 갖고 유용한 전문가를 활용하여야 할 때이다. 



- 조광석(1954- ) 파리 8대 조형예술학과 학사.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운영위원 역임. 현 경기대 미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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