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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학예사가 뜨고 있다?

변종필

학예사가 뜨고 있다?
_교육분야 직업만족도 5위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2010-2011년까지 우리나라 759개 직업에 종사하는 2만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직업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1위는 초등학교 교장이 차지하고, 성우, 작곡가, 학예사(큐레이터), 치료사 등의 직업이 상위를 기록했다. 의사, 판사 등이 선두를 질주하던 때와 비교하면 새로운 직업들이 상위에 링크된 것은 분명 커다란 변화이다. 특히 학예사가 5가지 평가항목 중 발전 가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5위를 차지해 눈길을 끈다. 이 같은 결과는 2007년부터 등록 사립박물관·미술관 학예인력에 대한 일련의 정부지원 확대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1990년대 들어 정부는 국민의 문화 향유 폭을 확대하기 위하여 기존의 '박물관법'(1984년 제정)을 폐지하고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을 새로 제정(1991년)하는가 하면, ‘문화발전 10개년 계획’(1990-1999)을 발표하고 하나하나 실행하였다. 그 결과 지금 우리나라는 박물관·미술관 1,000개관 시대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학예사가 만족도 높은 직업으로 나타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이번 조사가 금전적 수익보다 직업 자체의 만족도에 기준을 둔 것임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과를 통해 추론할 수 있는 바는 현대인이 돈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삶의 여유나 질이라는 점이다. 다만, 한가지 이번 조사대상이 전체 박물관·미술관의 학예사인지, 국공립의 학예사만을 대상으로 한 건지 정확하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 사실 국공립을 제외하면 학예사 직업은 아직 근무환경이나 여건이 좋은 편은 아니다. 각 박물관·미술관의 규모 및 재정능력 등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이 많다. 따라서 이번의 학예사에 대한 높은 직업만족도가 해당 업계 전반에서 현실적으로 인정할 만한 결과가 되려면, 공통된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방안과 지속적인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2007년 이후 현재까지 시행한 등록 사립박물관·미술관 학예사 인력지원사업에 대한 연구결과1)를 살펴보면 학예사와 관련해 선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학예사 업무의 전문성 부재와 수요, 공급의 불균형이다. 전문성 부재에 따른 문제점으로는 학예연구 업무수행능력과 환경 부재, 학예업무와 일반 관리업무간 불명료한 업무분장, 학예업무 향상과 무관한 단순 업무수행, 낮은 보수, 지리적 악조건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학예인력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에 따른 문제점으로는 박물관·미술관이 필요로 하는 자질을 갖춘 전문 인력의 공급과 수요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전시, 연구, 행정 등 운영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학예사 자격제도 개선 및 지원관리 시스템 필요
언급한 문제 해결을 위해 개선할 부분은 현행 박물관·미술관 학예사 자격제도이다. 현재 시행되는 학예사 자격제도는 비효율적이며 비현실적이다. 지나치게 원론적이며, 대학입시수준이라 할 만큼 협의적이며, 근시안적 시각에 머문 문제들이 출제된다. 한마디로 학예사가 갖추어야 할 전문성을 유도하는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행 준학예사 자격시험제도가 유의미하려면, 나날이 전문성에 대한 요청이 높아지는 시대적 흐름에 상응하는 시험제도로 개선되어야 한다. 필기시험과 함께 면접시험을 도입하여 적성과 전문성을 평가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또한, 대학교 학부에 학예인력 양성과 관련한 학과개설이나 학예사 양성코스를 운영하는 것도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생각한다.

다음, 자격시험의 개선과 함께 필요한 것은 학예사 선발 이후의 학예지원관리시스템이다. 예컨대 각 지역에 있는 박물관·미술관과 연계한 학예사 양성코스를 마련하는 방안이다. 각 지방의 국립박물관 내 연수센터를 설치 운영하면 해당 지역의 박물관·미술관의 학예사의 질적 제고를 도모할 수 있다. 현재 한국 박물관협회에서 학예인력 직무교육이나 워크숍 등의 지원관리를 시행하고 있지만, 학예인력 연수를 통한 전문교육, 학예인력 역량 강화 등과 같은 지원관리시스템은 여전히 미흡하다. 따라서 세계박물관의 흐름이나 박물관 경영, 박물관 실무 등을 중심으로 국제적 감각을 키우고 학예사의 업무를 인지할 수 있는 다양한 연수과정을 점진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한다.결국, 다양한 현장 프로그램을 접목한 워크숍을 확대하여 학예사의 전문성을 키우고, 현장적용 기회를 늘려가는 제도들을 뒷받침한다면 학예사야말로 21세기 한국 문화와 역사를 선도하는 창조적 문화 인프라 구축의 핵심 직업이 될 수 있다

1) 글의 내용 중 일부는 필자가 2007년 이후 박물관·미술관 학예인력지원사업 현장평가위원 및 연구프로젝트(학예인력 지원사업 개선방안 연구)에 참여한 결과보고서 및 연구 결과의 내용 인용 및 참조한 것임.



- 변종필(1968- ) 경희대 미술사 박사.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 당선. 한국미술품감정발전위원회 연구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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