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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예술과 과학의 온전한 만남

김준기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의제가 미술계에서 회자되기 시작한 지 10여년이다. 그동안 많은 주체들이 과학과 예술의 만남을 주선하거나 실행해왔다. 이제는 그 만남이 새로운 시대의 핵심의제에 접근하여 융합과 복합의 차원으로 진화할 시점이다. 과학과 예술이 각각 다른 영역의 제도로 발전해온 근대의 성과를 바탕으로 영역간의 협업으로 새로운 통합의 가치를 창조하는 융복합의 시대정신이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과 사회, 그리고 인간을 이해하기 위하여 예술과 과학, 그리고 종교는 때로는 한 몸으로, 때로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유구한 역사를 이뤄왔다. 특히 근대 이후에 들어서 인류는 이 세 가지 영역을 전문화하고 세분화하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과학은 진리탐구의 영역이다. 예술은 가치경쟁의 영역이다. 종교는 초월적인 대상에 대한 믿음의 문화체계이다. 탈근대의 시대정신은 이러한 영역간의 경계를 넘어 융합과 복합을 시도하고 있다. 단, 종교는 다소간 예외적이다. 종교와 과학, 종교와 예술은 서로간의 접점을 점점 상실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역간의 융복합이 가능한 분야는 과학과 예술이다.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위해서 몇 가지 재검토해야할 사항이 있다. 우선 예술과 과학의 만남을 주도해온 기술결정론적 시각을 탈피하는 일이다. 그동안 벌어진 수많은 양자간 만남은 뉴미디어아트프로젝트를 의히했다. 이것은 과학을 기술의 문제로 등치하거나 축소하는 착시에서 나온다. 기술적 차원에서만 과학에 접근한 나머지 과학이 지향하는 바 객관적 진리탐구라는 본질을 망각한 것이다. 과학을 기술적 수준에서 이해하면 과학과 예술의 만남을 미디어의 문제로 환원하는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다. 과학과 예술은 궁극적으로 세계이해에 도달하고자하는 인류사회의 지식생산과 소통의 영역이다. 그것이 객관적 진리탐구이건 상대적 가치경쟁이건 간에 자연과 사회, 그리고 인간에 관한 참된 이해에 도달하려는 이론과 실천의 문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 의제와 예술적 의제가 만나는 데 있어서 올드미디어냐 뉴미디어냐 하는 미디어의 문제는 결정적인 게 아니다. 기술결정론적인 사유를 넘어서려는 전략이 있어야 참된 과학예술융복합의 시대를 앞서 나갈 수 있다.


두 번째는 단계별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 해에 사업의 계획과 실행, 나아가 결과보고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마
셋째, 과학을 바라보는 예술의 시각에 관한 문제이다.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이 한 단계 진화하기 위해서는 과학에 관한 예술의 질문이 있어야 한다. 과학은 과연 객관적인가? 과학은 항상 진리를 말하는가? 과학은 윤리적인가? 과학은 진보적인가? 과학은 항상 객관적이며 가치중립적인 영역에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사회의 왜곡된 구조 덕분에 과학적 진리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목격해왔다. 예술은 그러한 과학의 독주와 독선에 대해서 가치경쟁적인 관점에서 브레이크를 걸거나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 ‘프로젝트 대전’ 창설
과학=자연과학이라는 등식도 문제다. 자연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것이 자연과학이라면 사회와 인간에 관한 과학이 사회과학과 인문과학이다. 물론 하드사이언스와 소프트사이언스 사이의 차이는 있다. 자연과학의 엄밀성에 비해서 사회과학의 유연성이 있다. 그러나 엄연히 사회과학 또한 객관적인 진리탐구의 영역이다. 그것은 반드시 과학이(어야만한)다. 하나의 의제에 대해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협업을 통하여 입체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온전한 과학이다. 예술은 자연과 사회, 그리고 인간의 전 영역에 걸쳐 온전한 과학과의 협업을 통하여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내야 한다. 대전은 과학도시로 불린다. 과학관련 국책연구원을 비롯해 수백개의 과학기술 관련 연구원이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학도시라는 명명은 상당히 지엽적이다. 인구 150만의 메트로폴리탄을 ‘00도시’라고 통칭하기는 어렵다. 대전의 과학관련 연구소들은 대전의 서북쪽에 자리하고 있다. 동남쪽은 원도심이다. 대전이 과학도시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대전의 문화가 과학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식과 창의로 빛나야 한다. 문화적 합의가 동반하는 과학도시 정체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예술의 보다 적극적인 생산과 소통이 필요하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는 올가을부터 격년제국제미술행사 '프로젝트대전'을 시작한다.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지향하는 과학도시대전의 실행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과 광주, 부산에서 열리는 비엔날레와 같은 기간에 열린다. 짝수해 가을의 대한민국 미술투어에 대전이 동참하는 구도다. 첫 행사의 주제는 에너지이다. ‘Energy’와 ‘氣’를 섞어 ‘에네르기(Ener氣)’로 명명하는 주제는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성찰하는 의제이다. 자연과 사회, 인간을 관통하는 에네르기의 의제를 가지고 여기 대전에서 과학예술의 새장이 열린다.



- 김준기(1968- ) 홍익대 예술학과 박사. 석남미술상 젊은이론가상 수상. 사비나미술관 학예실장, 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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